촌평 | 다시 읽고 싶은 책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예담 2009

일그러진 나의 어떤 것

 

 

박정민

朴正民 / 배우. 다수의 한국영화에 출연, 저서 『쓸 만한 인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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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본업과는 무관하게 나란 사람에게 책과 관련된 작업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는 굉장한 다독가도 아니거니와 그럴듯한 문장가도 아닌데, 배우라는 직업 덕에 써낸 한권의 책과 몇편의 글이 그렇게 만든 것도 같으니 어쩌면 본업과 무관하다고 보기도 힘들겠다. 좌우지간 책과 관련되어 가장 오래 들어온 질문은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냐는 것이었다. 세상에 도통 ‘가장 좋아하는’이 성립되는 것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래,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나일 이유도 없다’는 생각으로 마치 복권통에 든 숫자공을 굴리듯 여러 책 제목들을 머릿속으로 굴려댔다. 그리고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책 중 하나가 박민규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였다. 지하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작가 지망생 남자가 “특별하다, 싶을 정도로 못생긴”(84면) 여자를 만나 “이상할 정도로 슬퍼지는”(83면) 마음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맺는 이야기.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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