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조명

 

우리 모두, 상순할 것이다

 

 

김현 金鉉

시인. 2009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글로리홀』이 있음. juda777@nate.com

 

 

 

1부

 

나 말고도 시인 박상순을 좋아하는 시인들 많음.

박상순 시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시인에 관하여 쓰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한 시인이 내게 말했다. 트위터에 올라와 있는 시인들 얘기만 써도 분량 채울 수 있을걸. 시인들의 얘기란 이런 것이다. 각색하였다.

 

‘한편, 그녀도 독자로 판명되었다.

아직 『슬픈 감자 200그램』을 읽기 전에, 그녀는 검은 포대를 열고 감자들을 신중히 지켜보았다. 그녀 앞에는 소형 저울이 놓였고, 그녀는 자루에서 감자를 하나씩 꺼내어 저울 위에 올렸다. 200그램의 감자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200그램의 감자를 찾아서 그것을 슬픔이라고 명명하고 싶었다. 그다음에 시집을 읽겠다고 어젯밤 그녀는 마음먹었다. 그것은 일종의 장난스러운 의식이었지만, 실제로 행하고 보니 장난이나 의식이 되지 못했다. 그녀는 저울 위로 끊임없이 감자를 올렸다. 밤이 되는지도, 아침이 되는지도 모르고 검은 포대에서 끝없이 감자를 꺼냈다. 도대체 이 감자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누가 이 많은 감자를 넣어둔 것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의 독자들은 그녀의 시를 어떻게 물질로 치환하는 것일까.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좀 이쁜 누나, 순수” 해욱님을 닮았다.’

 

그러니까 박상순 팬클럽의 일원으로 나는 박상순 시인을 만났다. 시인은 최근 네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난다)을 내려놓았다. 13년 만의 일이다. 시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종종 ‘박상순 신작 시 보았음?’ 서로에게 물으며 기대했다. 박상순 시인의 새 시집은 언제쯤 나올까. 누군가는 시집의 오랜 공백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했고 그 공백으로 인해 여전히 ‘박상순 신비’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박상순 시인이 시보다는 책을 더 열심히 만드는 것 같다고 했고 그건 절반쯤 맞는 말 같다고 몇몇은 수긍하기도 했다. 박상순 시인을 실제로 한번도 본 적이 없던 나는 꾸준히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였고, 동료들에게 물었다.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역시 박상순 신비. 시인을 만나기 전에 시인에 관하여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있을 듯하여 온라인 포털 사이트로 검색해봤다. 시인의 인상에 관하여. 각색하였다.

 

176-작가조명-슬픈감자200그램

 

‘슬픈 그의 눈동자는 그날 밤 자신의 사건이 아니라 타인의 사건을 보고 싶어하는 듯했다. 뼈대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뼈대에서 끝나는 사건을 원하는 것 같았고, 뼈대를 위해서라면 언젠가 어디선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한 개인이 적격이라고 그의 눈동자는 살피는 듯했다. 나 역시 그의 얼굴 속에서 열리고 닫히는 것들의 합이 200그램이라면, 오늘 밤 그가 짊어질 수 있는 최대치의 슬픔의 무게가 그것이라면, 그의 뼈대는 선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선한 삶은 200그램의 슬픔에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으로 그의 삶은 구축된다.’

 

오후로 들어서자 비로소 봄날이었다.

시인을 만났다. 작은 체구. 웃는 얼굴. 첫번째 무표정. 실제로 보게 되었다. 기쁨 쪽에 한사코 붙어 있다가 돌연 슬프게 몰락하는 얼굴이었다. 시인의 눈동자는 그런 기원을 담고 있었다. 와이셔츠와 구두를 갖춘 시인은 첫눈에도 예절 바른 사람처럼 보였고 시인이 말을 시작하자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시인의 목소리는 자유로운 경청을, 요구하는, 소리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자세는 흐트러져도 괜찮아요, 대신 귀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시인과의 대화는 두어시간 남짓 이루어졌다. 대화가 거의 끝나갈 때쯤 시인은 내게 왜 자신과 이야기하려 했는지를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어서, 당신의 팬입니다, 당신은 이상한 시를 쓰는 사람이고 저도 이상한 시를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지만 부정확한 대답이었다. 대화하는 내내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만,이라고 말했어야 했으리라. 대화가 끝나고 일어서며 시인이 천진난만하고 어른스럽게 물었다.

 

박상순

박상순

“이런 알맹이 없는 얘기로 쓸 게 있을까요?”

‘시인의 말’에 따르면 『슬픈 감자 200그램』은 이런 알맹이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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