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에서 이상주의적이라는 말은 욕에 다름 아니다. 무정부상태의 국가간 관계에서 한가로운‘도덕’논리를 들먹이는 것이 씨알이나 먹히겠느냐는 지적은 이미 20세기 초반에 상식이 되었다. 정치와 윤리의 분리를 강조하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운동의 논리가 힘을 받지 못한 것은, 안보담론이라는 현실운동 밖에서 성장한 윤리운동으로 평화운동을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쎈터가 발간한 『2008 평화백서-시민,‘안보’를 말하다』는 이같은 통념에 대한 통렬한 도전이다. 이 책은 이론 부문에 해당하는 1, 2장에서 평화국가의 인식론적·존재론적 기초를 검토함으로써 기존 안보담론의 안과 밖을 싸잡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으로서 평화국가와 그 헌법원리를 제시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