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위비분담금, 무엇이 문제인가

 

 

박기학 朴琦鶴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저서 『트럼프 시대, 방위비분담금 바로 알기』 『한반도 평화협정』(공저) 등이 있음.

pgh21@korea.com

 

 

지난 4월 5일 제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하 10차 협정)이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올해 1조 389억원을 미국에 지급해야 한다. 이는 47만 3천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 모두에게 22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액수다. 극심한 사회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경제를 위해 써야 할 소중한 국민 세금이 뭉텅이로 날아간 셈이다. 10차 협정은 역대 최악의 굴욕적인 협정으로 평가된다. 방위비분담금 증가율이 평화 정세임에도 불구하고 유례없이 높은 8.2%에 달하고 여러 삭감 요인이 무시되었으며 많은 독소조항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10차 협정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한미군이 사용한 화장실 청소비나 세탁·목욕·폐기물처리 용역비를 대주는 나라가 되었다. 나아가 공공요금이 방위비분담 항목으로 신설되었고, 방위비분담금 지급 범위가 해외 주둔 미군 및 사드(THAAD) 운영·유지비에도 쓰일 수 있게 넓어져서 분담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런 굴욕적인 방위비분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가? 1991년 시작되어 올해로 29년째를 맞는 방위비분담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이 글은 이러한 의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방위비분담의 실상을 살펴보고 10차 협정이 최악의 협정이 된 배경도 살펴볼 것이다. 방위비분담은 주한미군의 장래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남북 및 북미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이런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주한미군의 장래를 전망하며 방위비분담의 폐기 필요성을 알아볼 것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 제5조와 미군 주둔비 분담 원칙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거해 주둔한다. 그런데 미군의 주둔비용 분담 등에 관한 사항은 1967년 발표된 주한미군지위협정(한미SOFA)에 나와 있다. 한미SOFA 제5조 2항을 보면 한국(주둔국)은 시설과 구역(부지)을 제공하는 책임만 진다. 그밖의 모든 주한미군 유지비는 미국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제5조 1항). 한미SOFA 체결 협상 때 한국은 미국에 시설과 구역의 사용료(또는 임대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공동방위를 하는 만큼 주둔국도 기여가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정부가 부지 제공의 책임을 지도록 요구했고 한국이 이를 수락했다. 즉 한미SOFA 제5조는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한국은 시설과 구역을 책임지고 나머지 미군 유지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1991년에 한국과 미국은 한미SOFA 제5조에 대한 특별협정을 체결했다. 이로부터 이른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맺어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이 지원하는 것—이 시작되었다. 제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제1조에 한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 “제5조 제2항에 규정된 경비에 추가하여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의 고용을 위한 경비와 주한미군 주둔에 관련된 다른 경비의 공정한 부분을”(강조는 필자)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결국 미국 자신이 부담하기로 했던 미군 유지비의 일부를 한국에 떠넘긴 것이다. 그렇기에 방위비분담은 출발부터 불평등성을 안고 있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불법부당성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비의 일부만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1차 협정(1991~93년)은 한국이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 가운데 14%를 부담한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2차 협정(1994~95년)은 한국이 주한미군 현역 및 군속의 인건비를 제외한 현지발생 비용(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원화로 지출하는 비용)의 3분의 1을 부담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번 10차 협정에 와서는 미국이 원하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전액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되었다. 1991년 30억원에 그쳤던 군사건설비는 2018년 4,442억원으로 늘었고 37억원이었던 군수지원비는 1,62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미국의 국방예산에 편성된 주한미군의 군사건설비는 2018년 583억원에 불과하다. 방위비분담이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일부가 아니라 그 대부분을 부담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이므로 한시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1991년부터 2019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한미SOFA 제5조를 대체하는 일반법(영구법) 구실을 하고 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미SOFA 제5조의 적용을 정지시키는 특단의 조치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방위비분담금으로 교회, 교회 부속 교육시설, 세차시설, 용산 고가도로, 유아보육센터, 호화 미군주택 등 편의시설 또는 주한미군의 임무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들이 지어지고 있다. 미국 의회조차도 방위비분담금이 미2사단 박물관 건립이나 식당 인테리어 등에 쓰이는 등 ‘공돈’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1 이러한 낭비에서 한미동맹을 통해 굳어진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국익을 최대화하려는 미국의 발상을 엿볼 수 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그 적용이 주한미군 경비의 일부에 한정되고 시한도 임시적이어야 한다는 특별법으로서의 법적 요건을 무시한 불법부당한 협정이다.

현재 35개 이상의 나라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하지만 특별협정을 맺어서 방위비분담금(미군 주둔경비 지원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국과 동맹을 맺는 한 방위비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더군다나 일본과 한국은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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