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都鐘煥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등단. 시집 『접시꽃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부드러운 직선』 등이 있음.

 

 

 

범종소리

 

 

범종소리에도 빛깔이 있다면 맑은 청동빛은 아닐까

 

가수리에서 이제 막 동강으로 들어서며 서서히 넓어지는 지장천 저녁 물소리 그런 노을 물든 빛깔은 아닐까요 납의를 걸친 내세불의 유려한 어깨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다 施無畏印의 손끝을 떠나 홀연 허공으로 나서는 목소리 옳거든 두려워 말라 그런 음성의 나직하고 포근한 빛깔은 아닐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발길 돌려 어느 절에 들었는데요 늪에서 건져낸 그 절 미륵부처님 얼굴에 근심 가득 서려 있는 걸 보고 마음 안 좋았는데요 그때 저녁 범종소릴 들었어요

 

종소리 울려퍼지는 동안 나는 내가 열다섯 까까머리 소년이던 무렵 옛 용화사 범종 앞에 앉아서 오후 내내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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