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부동산공화국을 넘어 땀이 대우받는 세상으로 가는 길

 

 

전강수 田剛秀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저서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토지의 경제학』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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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촉발된 국민 여론의 변화가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압도적 표차로 패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소멸 직전까지 갔던 국민의힘이 화려하게 부활했으니 이번 선거 결과는 일대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지만 결정적이었던 것은 역시 LH 사태다. 3기 신도시 개발의 실무책임을 맡은 LH의 직원들이 투기이익을 노리고 개발예상지역 농지를 매입했다. 이들은 희귀수종 심기, 지분 쪼개기, 맹지 매입, 알박기 등 전문 투기꾼들도 혀를 내두를 투기 수법을 구사했다. 투기 방지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내부정보를 활용해 투기이익을 추구했으니 죄질이 고약하다.

하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률은 없었다. 농지법은 이들의 농지취득을 허용했고, 이해충돌방지법은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제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 행위를 처벌하고 투기이익을 몰수·추징할 법률도 미비한 상태였다. LH 직원들은 개발 정보를 일상적으로 접할 뿐 아니라 제도와 법률의 허점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제도와 정책은 물길과도 같다. 물이 물길을 따라 흐르듯이, 사람들은 제도와 정책의 방향에 맞추어 행동한다. 많은 정보와 함께 현행 제도와 법률의 허점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들이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그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LH 사태가 터진 후 국민의 분노는 LH 직원들과 그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문재인정부 인사들에게 집중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동안 부동산 적폐청산에 소홀했음을 시인하고 국민 앞에 사과했다.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도 진행되었다. 국회도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소위 LH 5법 등 관련 법률의 제·개정에 속도를 냈다.

그런데 과연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들의 토지 투기를 방지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투기에 뛰어들도록 유인한 제도적 환경은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이 아닌 사람들의 투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달달한 것’이 있으면 주변의 벌들이 몰려드는 법이다. 이를 그냥 두고 몰려오는 벌을 쫓으려고만 한다면 벌을 막지도 못하고 자칫 쏘이기 쉽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부동산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등한히 한 채 공직자 단속에만 골몰한다면, 또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달달한 것을 치우는 방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정부가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국공유지를 확충하면서 거기에 토지임대부 주택과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토지보유세 강화에 따르는 조세저항이 두려우면 기본소득과 연계하면 되고, LH 자금 사정으로 미루어 토지임대부 주택과 장기 공공임대주택만 공급하기가 어렵다면 LH를 해체하는 대신 토지주택청을 설립해 일을 맡기면 된다.

아래에서는 우선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불고 있는 부동산 투기 광풍의 원인과 함께 부동산 문제가 한국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밝히고자 한다. 그다음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한국사회를 정의롭고 활력 있는 사회로 만들어갈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부동산 투기 광풍의 원인과 문제의 실상

 

(1) 부동산 투기 광풍의 원인

LH 직원들의 투기는 현재 한국사회에 휘몰아치고 있는 부동산 투기 광풍의 와중에서 벌어진 일이다. 투기란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 매매에서 나오는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어떤 물건을 매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투기이익이 한 사회의 정상적 투자수익보다 커지는 경우 민첩한 사람들부터 시작해 투기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 그러면 부동산값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그에 따라 투기 행위도 더 확산한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사회 전체가 광풍에 휩쓸린다.

현재의 부동산 투기 광풍이 시작된 것은 2014년경이다.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세계금융위기가 겹치면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긴 침체로 빠져들었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사업과 함께 부동산 시장 부양 정책을 적극 추진했으나 지방 광역시의 부동산 시장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지는 못했다. 부동산 시장 부양 정책의 완결판은 박근혜정부에서 나왔다. 2014년 박근혜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 장치를 모조리 해제하며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을 펼쳤다. 노골적인 투기 조장 정책이었다. 꿈쩍하지 않던 수도권 부동산값이 마침내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시행된 확장적 금융 정책과 저금리 정책의 기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쳐났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출범했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권이 출범하자 국민은 이제 부동산 투기는 어렵게 됐다고 판단했다.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많은 사람이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판단해 계속 세입자로 머물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근본 개혁에 나서지 않았다. 정권 출범 후 4년 내내 시장을 적당히 마사지할 단기 조절 정책만 내놓으며 집값 뒤를 쫓아다니느라 허둥댔다. ‘핀셋규제’와 ‘핀셋증세’로 일관하다가 역대 최고의 집값 폭등과 역대 최다의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단기 시장조절 정책에 일부 주거복지 정책을 덧붙인 데 대해 약간의 점수를 줄 수 있을 뿐,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참담하게 실패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한마디로 배신감이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이었음을 국민이 깨달은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펼쳤을까?

첫째,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투기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1 투기란 ‘괴물’과 같은 존재임에도 그것을 제압해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정책수단이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했다. 4년 내내 투기를 근절할 근본 정책을 제외한 채 정책수단을 강구하는 바람에 26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도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 혹자는 이렇게 분석하기도 한다. ‘문재인정부는 근본적인 부동산 개혁의 중심인 부동산보유세 강화 정책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강한 조세저항을 초래해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재집권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손을 대지 않기로 작정했다.’

몰라서 그랬든 알고도 일부러 그랬든 문재인정부는 부동산보유세 강화라는 강력한 수단을 줄곧 회피하다가, 2020년 7·10 대책에 와서야 제법 강력한 보유세 강화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집값을 다락같이 올려놓고는 세금까지 무겁게 한다는 생각에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가 문재인정부 반대세력으로 돌아섰다. 만일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보유세 강화 정책을 추진했더라면, 부동산값이 폭등하지도 않았을 터이고 역대 최다의 풍선효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무주택자는 물론이고 세금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1주택자도 모두 정부를 지지했을 것이다. 또 2030세대가 패닉바잉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고, 4·7 재보궐선거에서 그들이 대거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둘째, 문재인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동시에 투기를 자극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펼쳤다.2 정권 초기부터 매년 10조원,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고, 다주택자의 임대주택등록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 다주택 보유를 자극했다. 임대주택등록제가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준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제도를 일부 개선했지만, 기등록자가 누리는 혜택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그러니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약 160만호에 달하는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고 그들 수중에 잠겨버렸다.

셋째, 다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만들면 될 것을 문재인정부는 3기 신도시를 지정하는 등 신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추진된 배경에는 틀림없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고, 가격 상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터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가격 폭등 문제는 공급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

  1. 전강수 「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전략」, 이병천 외 엮음 『다시 촛불이 묻는다』, 동녘 2021, 152~53면.
  2. 같은 글 155~5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