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부시의 세계와 코이즈미의 일본

 

 

개번 머코맥 Gavan McCormack

1974년 런던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음. 현재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아시아태평양사학과 교수 , 토오꾜오 국제기독대학 방문교수, 오스트레일리아 학술원 회원. 1962년 이래 일본을 꾸준히 방문하였고 쿄오또대·코오베대·리쯔메이깐대 객원교수 역임. 본지에 「일본사회의 심층구조와 ‘국제화’」(84호) 「일본 ‘자유주의 사관’의 정체」(98호) 「일본의 ‘철의 삼각구조’」(116호) 등의 글을 발표한 바 있음. 최근에 Target North Korea(Nation Books 2004)를 출간했고, 그의 저서 중 『일본, 허울뿐인 풍요』(The Emptiness of Japanese Affluence, 창작과비평사 1998)가 번역, 소개됨. Gavan McCormack@anu.edu.au

ⓒ GavanMcCormack 2004 / 한국어판 ⓒ 창비 2004

*이 글은 Nation Institute의 웹진 TomDispatch.com(2004년 3월)에 실린 “Boots, Billions, and Blood”를 옮긴 것이며 최근에 쓴 필자의 후기를 덧붙였다. 필자는 이 글의 확장본을 New Left Review에 발표할 예정이다.―편집자

 

 

군대

 

코피 아난(Kofi Annan) 유엔 사무총장이 올 2월 일본을 방문하기 일주일 전, 코이즈미 쥰이찌로오(小泉純一郞) 수상은 일본이 미국에 얼마나 ‘믿음직한 동맹국’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선언했다. 그는 일본이 공격을 받게 되면 일본을 도우러 올 나라는 결국 미국이지 유엔이나 다른 나라가 아니라고 논평했다. 어떤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지 그가 더 상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북한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일본인은 모두 알고 있었다.2003년 3월 일본이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을 지원하기로 선언했을 때, 그리고 올해 1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돕기 위해 이라크 남부에 군대를 파견했을 때, 일본이 염두에 둔 것은 이라크의 수니파나 시아파가 아니라 최근 들어 일본국민이 첨예하게 두려움과 증오를 느끼고 있는 북한이었다.

아시아 이웃나라들로부터 심리적 거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이즈미의 일본은 지금까지 60년간 그랬듯이 미국의 품에 매달리는 것 외에 대안은 없는데,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시키고 일본이 아시아 각국과 화해·협력하는 것을 차단하도록 부추길 따름이다.2003년 11월 25일 코이즈미는 의회에서 “나는 부시 대통령이 옳으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죠지 부시가 개인적인 정을 표시하는 몇 안되는 세계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에(부시의)‘우정어린’ 요구에 특히 약한 것 같다. 비록 일본경제의 규모가 독일·프랑스·영국의 그것을 합친 것과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상이 주요 쟁점들에 관해 ‘프랑스식’ 또는 ‘독일식’ 자세를 취함으로써 감히 워싱턴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부시행정부가 세계 어디서도 일본 수상보다 더 충실한 추종자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9·11 공격 이후에 리차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미 국무부 부장관이 고압적인 어조로 일본이 현실을 직시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일장기를 선보이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코이즈미는 즉각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유지하고 있고 이전에는 중동지역의 그 어떤 분쟁에도 연루된 적이 없었는데도 동맹군에 대한 지원과 연료보급을 목적으로 이지스급 구축함을 포함하여 해상자위대의 상당한 병력을 인도양에 파견했다.

그후 이라크전 발발 직전인 2003년 3월 코이즈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지상군’ 파견으로 지원하라는 압력을 받은 후 코이즈미는 역시 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