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북핵문제와 한국의 주도적 역할

 

 

정욱식 鄭旭湜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평화·통일 문제 담당기자, 파병반대 국민행동 정책위원. 저서로 『2003년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부시의 예방전쟁과 노무현의 예방외교』 『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하자』(공저) 『한반도의 선택: 부시의 MD구상, 무엇을 노리나』(공저) 『전쟁과 평화, 21세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공저) 등이 있음. peace@peacekorea.org

 

 

1. 들어가며

 

2002년 10월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면서 불거진 2차 핵위기가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한 6자회담이 세 차례 열렸지만, 문제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사이 북한은 6~8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무기화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북·미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북미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북일관계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동북아의 협력안보 실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구나 핵위기의 장기화가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과 미국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선(先) 핵폐기 입장을 고수하면서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에 보상은 없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동결 대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핵억제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년 동안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엄중한 과제 앞에서 갈팡질팡했던 노무현정부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역설하면서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할 때,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이끌어낼 만큼 남북한의 신뢰가 구축된 것도 아니고, 남한이 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도 제한되어 있다. 또한 지난 4년이 보여주듯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더이상 방관자나 소극적 중재자로 머물 수도 없다. 냉철하고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창조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인 것이다. 지금까지 노무현정부는 부시행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한미공조에 ‘올인’해왔다. 대선공약이었던 한미행정협정(SOFA) 협상을 뒤로 미뤘고, 세계 3위 규모의 이라크 파병을 단행했으며, 미국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을 거의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미국도 우리의 입장과 요구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의 반영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운명의 해 2005년’을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아 한반도의 위기를 해소하고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 노무현정부는 지금까지 한·미·일 삼각공조와 6자회담의 틀 내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과 더불어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플러스 알파’는 미국을 유연화하는 데 한미공조의 중심을 잡고, 갈등과 협력이 교차하고 있는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기회를 포착해 이를 극대화하며, 1차회담 이후 5년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반도 평화선언’을 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핵심쟁점과 관련해 북미간의 입장과 제안을 조절·중재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제안을 만들어 이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네 가지 접근, 즉 핵심쟁점들에 대한 해법 마련, 미국의 유연화, 동북아 국제관계의 활용,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상호 보완적이고 선순환(善循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것을 ‘입체전략’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2. 핵심쟁점에 대한 해법 마련

 

향후 6자회담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북핵 해법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핵심쟁점과 관련해 정교하고 설득력있는 해법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정치적 체면을 살려주어 불만을 최소화하고, 중국·러시아·일본의 지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한국이 고려할 수 있는 해법은 아래와 같다.

첫째, 최대쟁점인 우라늄 농축문제는 ‘남핵 문제’와 흡사하게 R&D(연구개발)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의혹은 북·미 대결의 해소를 가장 어렵게 하는 난제 중 난제다.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분명히 있고, 북한도 이를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이 날조했다”고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며, 이에 따라 이 문제를 풀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미 양측 모두 체면을 살려주면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그 묘책이란 남한의 우라늄 농축실험과 비슷한 맥락으로 북한 역시 R&D 수준에서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다는 가정을 세우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R&D의 맥락에서 접근하게 되면 북한은 ‘평화적 핵활동’의 일환으로 우라늄 농축기술 확보를 시도한 것이기 때문에 핵무기 제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반면에 미국으로서는 어쨌든 북한이 우라늄 농축기술 보유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 우라늄 농축기술은 근본적으로 ‘이중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의 제안은 더욱 현실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라늄 235를 90% 이상으로 농축하면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고, 저농축 우라늄은 경수로의 원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북한이 향후 경수로에 사용될 핵연료를 마련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기술 확보를 시도했다고 정리하면 북핵문제는 의외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북한은 우라늄 농축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대화를 개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