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분단체제를 다시 생각할 때

 

북핵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김동엽 金東葉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연구학회 이사. 주요 논문으로 「사드 한반도 배치의 군사적 효용성과 한반도 미래」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인식」 등이 있음. donavyk@gmail.com

 

 

1. 북한의 핵개발: 미친, 나쁜, 합리적인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만 4차례, 총 6번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특히 2016년부터 2017년까지 3차례의 핵실험과 함께 진행된 미사일 발사 실험은 수십차례에 이른다. 결국 201711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난 직후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북한의 핵 관련 발걸음에 거침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면 사람들이 모인 대형 모니터가 있는 공공장소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미친’(mad)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미친 행동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시민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에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행동을 예측 불가능하고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것은 많은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미친 사람은 살인을 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 법적인 제재 대신 의학적인 조치를 받는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미친 행동으로 본다면 결국 제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미친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 대응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친 짓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 입장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정상일 수 있다. 그러나 전과가 있는 범죄자라고 해서 모든 행동이 나쁜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악의에 기반해 있다고 당연시하는 것은 미친 행동으로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행동이든 이미 나쁘다고 단정한 상황에서 진짜 의도를 알고자 하는 의지가 생길 리 없다. 어쩌면 지금까지 북한을 실성했거나 악당으로 치부함으로 인해 북한의 핵개발을 예측하지 못했고 적절하게 대응하지도 못했는지도 모른다.1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온 것은 실성했거나 악당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합리적 행위자이기에 가능했다. 북한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에는 이견이 많다. 어떻게 북한을, 특히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인 것은 선하고 비합리적인 것은 악하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오해다. 합리적 선택이란 득실을 따져 논리적이고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지 선악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다.

선악의 구분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북한은 늘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대북제재로 북한경제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고, 실험 비용으로 식량을 구입하면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으니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으로 인한 추가 제재쯤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또 핵·미사일 실험에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희망만큼 대북제재의 효과가 엄청나거나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북제재의 효과나 시험 비용의 과장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북한이 잃는 것만 강조한다. 오히려 북한이 얻는 것이 북한의 의도이자 목적에 가까울 수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것이란 선택을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의 함수이다. 이득이라고 판단되면 선택하고 손해라고 생각되면 포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반드시 예측한 결과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려해야 하는 모든 변수와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완벽하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대가 있는 경우 가져다줄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다. 상대의 대응 전략에 따라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역시 철저히 계산된 합리적 선택임에는 분명하다. 핵개발 의도에 대한 우리의 과소평가와 무시 때문이건 아니면 치밀한 시간 끌기 전략 때문이건 간에 북한의 핵능력은 잠재적 영역에서 실재의 영역으로 확산되었다. 북한이 비합리적이라는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지금까지의 상황만 봐선 북한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듯하다.2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목표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2. 북핵에 대한 인식: 필사의 핵, 절망의 핵

 

북한이 언제 어떠한 이유로 핵개발을 시작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전쟁 시기부터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시달려왔다.3 북한은 소련과 1956년 ‘핵에너지 평화 이용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핵기술 연구 인력을 파견했다. 이후 핵물리연구를 위한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1960년대에는 소련으로부터 실험용 원자로를

  1. 북한을 보는 다양한 패러다임의 특성과 문제점을 분석한 글은 Hazel Smith, “Bad, Mad, Sad or Rational Actor?: Why the ‘Securitization’ Paradigm Makes for Poor Policy Analysis of North Korea,” International Affairs Vol. 76, No. 3 (2000.7) 참조.
  2.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한 『뉴욕타임즈』 기사 참고. “North Korea, Far from Crazy, Is All Too Rational,” The New York Times 2016.9.10.
  3. 1951년 매카서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핵폭탄 사용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1953년 초에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핵폭탄 사용을 고려했다. 돈 오버도퍼·로버트 칼린 『두 개의 한국』, 이종길·양은미 옮김, 길산 2014, 3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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