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김성경 『갈라진 마음들』, 창비 2020

분단적 마음을 사유하기

 

 

김엘리 金宰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소장 elliki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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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사유하자.

『갈라진 마음들: 분단의 사회심리학』은 이 문제의식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그것도 마음이라는 감정구조를 경유하는 꽤 매력적인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매력적이라 함은 사회과학에서 그동안 욕심내어 탐구하지 않았던 ‘마음’을 조명하면서 남북관계를 둘러싼 평화 연구 방법을 확장하는 까닭에서이다.

남북 통합을 말하면서 적대감을 자극하는 안보담론을 재생한다든지, 평화를 논하면서 위계질서 체제에 관해 침묵하는 일들은 빈번했다. 분단은 통일의 짝패로 반복 인용되고 통일을 위한 배경 정도로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평화 논의는 분단이 배태한 언어와 담론 체계 안에서 기존 질서를 재생산하는 데 그치곤 했다. 일천한 공론장에서 통일과 분단의 거리를 떼어놓고서 분단 자체를 들여다보고 정교하게 논하려는 움직임은 그러한 의미에서 매우 뜻깊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분단폭력, 분단트라우마, 분단수행성이라는 개념으로 분단사회 한국을 해명하려는 연구가 줄을 잇는다. 그 와중에 체제와 구조 그리고 수행성에서 나아가 ‘감정’을 통해 분단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분단사회를 면밀히 볼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발굴할 뿐 아니라 이성 중심의 근대적 사유 틀을 넘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새롭다. 남북관계와 평화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반가운 책이다.

이 책에서 마음은 그 자체를 규명해야 하는 존재론적 질문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들의 삶을 구성하고 사회적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힘을 뜻한다. 마음이라고 해서 개인의 심리 영역에 국한하거나 이성과 이항 대립의 자리에 부여된 감정과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성과 감정, 의지와 정념 등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영역이자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절합하는 여러 요소들로 구성된 총체이다.(1장 ‘분단의 사회심리학’) 그래서 마음은 이성/감성, 정신/육체, 남성성/여성성과 같은 이분법의 틀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이성 중심주의적 근대성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식적 접근이면서 새로운 가치체계를 모색하려는 탈근대적 방법론이다.

마음이라는 개념을 방법으로써 경유하면, 분단을 일상의 차원에서 정교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현지연구에서부터 심층면접, 영화비평까지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남북의 분단적 마음을 읊는다. 일상에서 분단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밝히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분단의 흔적을 드러내고 그곳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작업이다. 그래서 분단의 익숙한 습성을 낯설게 만든다. 그리고 분단이 작동되는 그곳에 개인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실천이 배태되어 있고 문화적 규범과 사회적 규칙이 얽혀 있음을 전시한다.

그중에서도 ‘북조선’을 향한 적대감과 우월감은 분단적 마음을 이루는 으뜸이다. 적대감이 하나의 민족국가를 이루지 못한 좌절이 만들어낸 히스테리적 과잉 감정구조라면, 우월감은 자본주의적 발전 패러다임에서 시선의 주체가 내뱉는 권력의 욕망이다. 태극기부대가 광장으로 나온 것은 분단사회에서 역사적으로 축적된 불안과 공포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주의와 만나며 발현된 정동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냉전질서 아래에서 가부장적 산업화의 주축이었던 세대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느끼는 소외감과 불안감의 표출인 것이다.(2장 ‘분단의 감정과 정동’)

저자가 말하는 ‘분단적 마음’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것을 천착하는 것은 한반도라는 구체적인 지역과 역사적 맥락에서 식민과 분단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형성된 집단적 감정과 문화와 삶, 바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읽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북조선’은 어떠한가? 저자는 북조선 인민들이 공유하는 마음의 습속을 추적한다. 주체사상으로 주조된 북조선의 마음의 습속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스펙터클한 평양 건설은 지도자의 영도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북조선 인민들을 여전히 수동적인 정동에 머물게 한다. 스펙터클한 평양 정치에서 정동 -되기가 아니라 정동-하기의 인민 주체가 형성되기를 저자는 고대한다.(3장 ‘북조선 인민의 마음’)

이렇게 접근하면 분단을 체제나 구조의 문제로 혹은 군사와 경제 분야로 환원할 수만은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피해와 가해의 구도를 넘어서 일상적으로 어떻게 지속되는지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분단체제론을 토대로 더욱 섬세한 접근을 통해 분단에 관한 이해를 촘촘하게 만든다.

이는 비단 남북한의 물리적 분단만이 아니다. 분단적 마음은 북한지역을 탈출한 난민들을 대하는 우리 안에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타자화하면서 분단의 경계를 만드는 담론체계 안에서 구성된다.(4장 ‘우리 안의 타자, 북조선 출신자’) 그리고 그 과정에는 젠더가 작동한다. 월경하는 북조선 여성들은 과잉 성애화되고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로서 소비되며, 때로 북조선체제를 비판할 증명자료로서의 전형적 이미지로 재현된다. 그러나 저자가 만난 북조선 여성들은 근대국가의 인권담론 등 남성 중심적 시선으로 주조된 담론체계에 균열을 내는 적극적 행위자들이다. 그들은 분단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법과 합법을 넘어선 공간 어디쯤에서 더 나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 결혼 규범을 위반하고 혈연 중심의 가족 이데올로기에 틈을 내면서 말이다.(5장 ‘한반도 밖 분단’) 저자는 접경지대가 근대국가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여운을 남긴다.

냉전과 탈냉전 그리고 신냉전이 역사적으로 겹겹이 싸여 있는 한국사회에서 저자는, 여전히 냉전질서 속에서 배출된 감정구조가 분단체제에서 나온 만큼 냉전구도 밖을 상상하고 사유할 것을 요청한다. 한국사회가 남북의 협력과 공생사회를 그린다면, 단순히 북조선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세계를 규정했던 시각과 담론체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덧붙이자면 아직 우리 사회의 사유는 현실 정치의 로고스중심주의에 깊이 갇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을 통해 남북 통합의 미래를 상상하는 데에는 그러한 논리를 깨는 혹은 균열 지점을 드러내는 다양한 작업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젠더/섹슈얼리티의 고려를 통해 기존의 논리 구조에 단단히 얽힌 가부장제에서 발현된 마음을 해체하는 작업도 요청된다.

저자는 이론과 분석을 그 자체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천과 연계시킨다. 분단을 매개하는 마음과 구조가 결합된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적대를 공감과 연대감으로 전환하는 윤리적 실천에 남북 평화의 미래를 맡긴다.(6장 ‘공동체, 연대, 그리고 사회’) 이 윤리적 역량이라면, 기존 질서를 고수하는 평화와 단절하고 더 나은 세상을 창출할 평화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를 독자들에게 불어넣으면서 말이다. 이야말로 평화 수행의 정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