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점

 

‘비틀’거리면서 ‘꿈틀’거리는, 여기

한창훈 소설집 『나는 여기가 좋다』

 

 

정혜경 鄭惠瓊

문학평론가. 주요 평론으로 「2000년대 가족서사에 나타난 다문화주의의 딜레마」 「이 시대의 아이콘‘청소년’(을 위한)문학의 딜레마」 등이 있음. kornovel21@hanmail.net

 

 

인공낙원 뒷골목의 잿빛 일상을 살아가는 왜소한 인물들이 황사처럼 최근 소설을 뒤덮고 있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간신히 이 시대를 증언할 때, 섬과 바다의 현장에서 벌이는 작가 한창훈(韓昌勳)의 문학적 존재증명은 분명 신선한 데가 있다.

최근 작가들이 주로 멀티미디어의 문화적 세례 속에서 도시적 세대감각을 펼치는 데 반해, 여수 출신 한창훈이 실감나는 생활감각으로 그려내는 섬사람, 뱃사람들의 삶은 쏠림현상을 보여주는 2000년대 문학의 빈 곳을 튼실하게 메워주고 있다. 독자에게 이번 소설집은 마치 세월이 가도 변함 없는 연인의 든든한 눈길을 느끼게 한다. 많은 이들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 바삐 떠나도 누군가는 고집스럽게 한 세계를 지키며 기다려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람을 작가 한창훈이 기꺼이 맡아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줄곧‘바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여‘끝’으로 내몰린 자들의 삶을 질박한 남도 사투리에 실어 탐색해왔는데, 『나는 여기가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