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김홍중 『마음의 사회학』, 문학동네 2009

비평의 파노라마, 사회학의 지평

 

 

김항 金杭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ssanai73@hotmail.com

 

 

마음의-사회학

“시인은 나무 속에서 잠드는 어떤 존재로 화하는 스스로의 한 생을 언어 속으로 저축한다.”(402면) 시인 오규원(吳圭原)이 운명하기 직전에 제자 손바닥에 썼다는 “한적한 오후다/불타는 오후다/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라는 싯구에 대한 평문이다. 이런 문장을 구사하는 이가 사회학자라는 사실에 적지않은 시기심을 느꼈다는 고백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까닭은 한국어의 지평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이런 평문 때문만이 아니다. “‘인간’은 실체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개념과 현실의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 모순, 변동, 의문의 파노라마이다”(75면)라는 철학적 성찰, “마음의 레짐은 (…) 주체를 만들어내는 담론적 혹은 비담론적 요소들의 네트워크이자 (…) 특정 시대에 특정한 방식의 인식과 실천의 주체들을 걸러내고, 빚어내고, 결절시키는 구조를 가리키는 일종의 ‘장치’(dispositif)”라는(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