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 테러, 전쟁 그리고 그후

 

빈 라덴과 탈레반, 그리고 반복된 경고

 

 

카와바따 키요따까 川端淸隆

UN본부 정치국 정무관(아프가니스탄 문제 담당). 1954년생. 미국 컬럼비아대학 대학원 졸업. 1988년부터 UN 근무. 저서 『PKO 신시대』(공저, 岩波書店 1997).

ⓒ川端淸隆 2001/한국어판 ⓒ창작과비평사 2001

 

 

아프가니스탄이 진원지로 보이는 테러는 국제정치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세계는 지금 국경을 넘어서 활동하는 국제테러조직과 그 지원국에 대한 대처를 둘러싸고, UN이 체현하는 보편적 안전보장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번영과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던 냉전시대 종언 후의 체제는, 미국에서 9월 11일에 일어난 미증유의 동시다발테러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버렸고, 세계는 새로운 질서와 협조의 테두리를 찾아 불확실하고 위험에 찬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 반복된 경고, 그리고 UN 가맹국의 무관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화재〔內戰〕는 이제 국경을 넘어 한정된 지역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 테러리즘, 마약, 난민의 유출, 민족, 종교에 기인하는 긴장의 증대 등으로 그 모습을 바꿔가면서 심각한 위협으로 닥쳐왔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1997년 가을,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은 아프간 분쟁 해결을 위해 더욱더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가맹국들에 요청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면서 만일 분쟁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잠재적 위협에 대해서 이례적인 경고를 했다.1 또 2년 후인 1999년에는 한층 더 그 강도를 높여서 “아프간 분쟁이 국제사회에 미친 악영향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불길은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이 국경의 테두리를 넘은 테러활동이나 과격주의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하고, 거듭 분쟁 해결의 중요성을 호소함과 동시에 여러 악영향 중에서도 특히 아프가니스탄을 기점으로 하는 테러활동이 촛점이 되어가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2 뉴욕과 워싱턴이 테러공격에 노출된 9월 11일의 불과 3주일 전에 “확고한 계획이 없는 임시변통의 대응으로는 테러·난민·인권문제 등 국제사회의 개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라며 아프간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3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풀이된 가맹국에 대한 경고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을 중심으로 한 테러조직과 관계를 단절하라는 탈레반에 대한 충고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이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 UN 중요가맹국에 있어 아프가니스탄이 전략적 가치를 냉전종결 때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다. 원유 등 천연자원도 별로 없는 아프가니스탄은 ‘잊혀진 분쟁’의 나라로 전락해버렸다.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아프간 분쟁의 해결을 위해 “진지하면서도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이자는 결의를 하게 된 것은 테러로 인한 수천명의 희생자와 미국에 의한 군사조치에 직면한 후의 일이었다.4 아프간 분쟁은 냉전이 종결된 지 13년, 구 소련군의 침공으로부터 2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방치되어왔지만,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방기가 만든 수렁 속에서 태어난 국제테러의 망령은 지금 현대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 탈레반과 UN─테러문제를 둘러싼 교섭의 시작

 

UN과 탈레반의 관계는 오래된 것이다. 탈레반이 1994년 가을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도시 칸다하르에서 발족된 이래, UN 사무총장은 역대 아프가니스탄 담당 특사를 통해 밀접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교섭을 거듭해왔다. 교섭의 촛점은 당연히 오래 끌던 아프간 내전의 조속한 중지와 국민화해정부의 수립을 향한 UN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탈레반의 협력 요청이었다. 이러한 UN과 탈레반의 교섭에 오사마 빈 라덴을 중심으로 한 국제테러활동 문제가 중점 과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탈레반이 1996년에 수도 카불을 제압한 뒤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육박하며 기세를 떨쳤던 1997년 여름 이후의 일이다.

이것은 1995년과 1996년 싸우디아라비아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난 미군시설 폭파사건에 빈 라덴의 조직 알카에다(Al-Qaeda)가 관여한 혐의가 짙어져서, 미국 등 서방국가의 우려와 압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에 반정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존재하는 이집트·알제리·모로코·요르단 등도 이 시기 그 세력들과 탈레반의 결속을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국경을 접하는 우즈베끼스딴이나 따지끼스딴, 그리고 체첸 등 까프까스 지역의 분리·독립운동에 시달리는 러시아도 각각 국내의 반정부운동과 탈레반의 연대를 염려하고 있었다. UN총회에서는 매년 가을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UN 평화유지활동의 지침이 될 결의안을 채택하는데, 그때 처음으로

  1. 「아프가니스탄 정세와 그것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사무총장 보고서」(A/52/682-S/1997/894), 1997년 11월 14일 제출.
  2. 「아프가니스탄 정세와 그것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사무총장 보고서」(A/54/536-S/1999/1145), 1999년 11월 16일 제출.
  3. 「아프가니스탄 정세와 그것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사무총장 보고서」(A/55/1028-S/2001/789), 2001년 8월 17일 제출.
  4. 9월 11일 대미 테러사건 후 UN 안보리는 12일과 18일에 이 문제에 관하여 공식·비공식 협의를 열고, 테러의 온상으로 보이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주변지역에 대해 앞으로 “진지하면서도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이자는 결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