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이숙의 『이 여자, 이숙의』, 삼인 2007
빨치산 사령관의 아내였던 여성 교육자
소현숙 蘇賢淑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simzee@empal.com
오랫동안 여성들은 망각된 존재였다. 역사책을 비롯하여 과거를 기록한 많은 공식 매체들에서 여성들은 다만 조연 또는 엑스트라에 불과하거나 쉽게 그 존재가 삭제되곤 했다. 이는 무엇보다 여성에 관한 문헌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남아 있는 것들도 대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하에 작성된 것이라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드러내는 글쓰기 작업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 하겠다.‘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는 것은, 부족한 문헌목록의 한자리를 메운다는 의미를 넘어서 여성의 경험을 무화하고 역사의 조연으로 배치해온 공식적 역사담론에 균열을 일으키며 이를 해체하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이 여자, 이숙의』. 유명 인사들이 독차지해온 자서전 목록의 한 끝을 장식하게 된 이 책의 저자 이숙의(李淑義)는 소위‘여류 명사’가 아니다. 오히려 반공이 국시였던 남한사회에서 그 존재를 부정당해온‘빨갱이’를 남편으로 둔‘비운의’여성이라 할 수 있다. 반평생을 강요된 침묵 속에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그녀는 생애 마지막 순간을 남편과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