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학문의 주체성과 오늘의 대학

 

‘사범대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가

 

 

곽차섭 郭次燮

부산대 사학과 교수. 저서로 『마키아벨리즘과 근대국가의 이념』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편저로는 『미시사란 무엇인가』 『마키아벨리와 에로스』 등이 있음. cskwak@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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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범대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마치 잠자는 호랑이 코털을 뽑는 격일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내부자’도 아니요, 교육전문가도 아닌 필자와 같은 사람의 말이 사범대 교수와 학생, 혹은 동문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실 조심스럽다. 하지만 교육계 바깥에서 보면 교육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 역시 내부자의 한 사람일 뿐이다. 만일 ‘사범대 문제’(편의상 사범대의 존재와 정체성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의 집합을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 복합적인 난점을 풀어내려면 ‘내부자’가 곧 ‘국외자’가 되는 길밖에는 없다. 좁게는 사범대 구성원들, 넓게는 우리 교육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관련 담론들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답답한지 내부자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한다면,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 나오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범대 문제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혹자는 즉시 이른바 사범대 무용론 내지는 폐지론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사범대의 존재이유나 존속여부를 묻는 것에 머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전문성을 갖춘 수준높은 교사의 양성과 예측 가능한 수급정책이 성취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인문·자연계 기초학문의 발전과 맞물려 있는 문제이다. 게다가 그것은 일제시대의 유산인 국가주의적 교육을 어떻게 하면 21세기 사회에 맞게 좀더 자유로운 교육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숙고하게 만드는 문제이다. 따라서 사범대 문제의 해답은 결코 사범대의 시각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 혹은 사범대와 제로썸게임을 벌이고 있는 대학교 교직과정의 입장에서 찾으려 해서도 안된다.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는 좁은 시각을 전향적으로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사범대 문제를 둘러싼 사실과 담론이라는 두 측면 모두를 염두에 두면서 이 글을 써나가고자 한다. 즉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 문제를 다룬 학계의 논의들과 관련 사실들을 면밀히 살펴 이에 관한 핵심논점을 파악하되, 동시에 학계의 대안 제시에 사범대 내부자로서의 어떤 편향성이 담겨 있지는 않은지 그 담론 분석에도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이 두 측면을 모두 감안하면서 기초학문 및 지방대 발전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과 연결시킬 때, 좀더 나은 대안이 도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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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사범대 문제가 돌출하게 된 가장 최근의 사건은 다 알다시피 올해 3월 25일자로 헌법재판소가 내린 사범대 가산점 위헌판결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등교원 임용고사에서 지역 소재 사범계 대학 출신과 복수전공 및 부전공 교사자격증 소지자에게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가산점과 임용고사에 관한 법률이 미비해서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공직임명의 기회를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판결의 이유로 제시하였다.1

이 판결은 교육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범대 교수와 학생들은 사범대의 설립목적과 존재의의 등 특수성을 간과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크게 반발하였다. 가산점 제도는 우수교원 확보를 위한 유인책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면 교사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사범계와 비사범계의 차이를 없애서 사범대의 존립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동안 가산점을 부여받지 못했던 일반대 교직과정 이수자들은 가산점 폐지를 환영하고 나서 교육계의 반응은 각자의 이익관계에 따라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헌재의 판결은 일단 대전 지역에 한정된 것이었고 아울러 관련 법률 미비를 근거로 들고는 있으나, 평등권 침해를 주요 이유로 든 점으로 보아 이는 다른 지역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서도 가산점을 근간으로 유지되어온 사범대 중심의 교사임용제도는 어떤 식으로든 큰 변화를 겪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사범대의 존립의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정체성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1990년 10월 8일, 이미 헌법재판소는 국공립 사범대생을 국공립 중등교사로 우선 임용하도록 규정한 교육공무원법이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교사자격자 과잉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교육부는 1989년 ‘교원양성·임용제도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안’을 발표했고, 이 속에는 1993년도 말부터 국공립·사립, 사범계·비사범계의 구별 없이 모두 교사채용시험을 치르게 하는 임용고사제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위헌판결로 첫 임용고사는 예정보다 약 3년을 앞당겨 1991년 1월 20일에 실시되었다.2 이로써 1963년 국공립 사범대 졸업자의 우선 임용을 보장한 이래 약 30년 가까이 유지되어온 국공립 교원임용제도의 기본원칙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범대의 정체성 위기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가산점이라는 미봉책을 통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교육부는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 의미를 되묻고 새롭고도 실질적인 미래지향적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지역·사범대 가산점이라는 자기모순적인 방안을 내놓았던 것이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1991년 11월 24일에 실시될 예정이던 1992학년도 임용 신규교사 채용시험의 경우,“교직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역적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 해당지역 대학 및 사범대 출신자에게 필기시험 성적에서 5%의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이다.3 사범계·비사범계 구별 없이 임용고사를 치르도록 제도화한 교육부가 다시 사범대에 가산점을 부여했다는 것은 정책결정이 얼마나 조령모개(朝令暮改)식인가를 잘 보여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1990년의 위헌판결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면 올해의 가산점 위헌판결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 판결 모두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평등권이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재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1. 『부산일보』 2004년 3월 26일자,2면,5면,34면.
  2. 『중앙일보』 1990년 10월 8일자,19면;1991년 1월 19일자,17면. 이 판결 이전에는 국공립 중등교사로 국공립 사범대 졸업생을 우선 임용하고 남은 교사 수요를 사립사범대 졸업생과 비사범계 교직과정 이수자가 순위고사를 치러 각 집단 내에 배정된 일정수의 정원을 채우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3. 『중앙일보』 1991년 10월 2일자,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