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상생의 프로젝트, 새만금—금강유역

 

 

김석철 金錫澈

건축가, 도시설계가.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 명지대 건축대학장. 저서로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등이 있음. archiban@archiban.co.kr

 

 

1. 발상의 전환을 위하여

 

새만금사업과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정치권이 벌여놓았으나 국민이 수습해야 하는 문제의 프로젝트이다. 두 프로젝트는 서로 아무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성공하려면 하나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 우선 하나씩 들여다보자.

새만금은 철학이 다른 네 정부가 계속 이어온 이상한 사업이다. 10년에 걸쳐 세계 최대 규모의 안바다를 만들어놓고 10년을 더 일해서 이 안바다와 갯벌을 황무지로 만드는 작업을 하려 하고 있다. 제대로 된 검증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대중야합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온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환경운동가들이 헌신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인 끝에 1심 법원에서 공사중지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 연말 고등법원에서는 판결이 뒤집혀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새만금사업은 방조제가 거의 완공되고 바다와 차단된 안바다와 갯벌만 남아 있는 상황이며 해수가 유통되고 있는 두 구간 2.7km마저 곧 막혀버릴 운명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아직 새만금은 바다이자 갯벌이며 33km의 방조제로 둘러싸인 안바다이기도 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관점에 따라서는 더 크고 어려운 문제다. 충청권으로 수도를 이전하겠다는 노무현 후보측의 공약에서 시작되어 이후 대선의 당락을 좌우한 요인이 되었다. 2003년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만드는 와중에 부지선정에 들어가 부지를 확정하고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켰으나 헌재에서 위헌판결이 나자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이다. 그 주요 골자는 사법부, 입법부와 대통령을 제외한 행정부처만 내려가는 것으로, 현재 과천에 있는 행정부처가 옮겨가고 총리가 따라가는 과천정부청사의 이전 수준이 된 것이다. 게다가 수도이전을 목적으로 정한 부지에 신수도와는 차원이 다른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진행중인 토지수용은 목적외 수용이기 때문에 위법의 소지마저 있다.

수도이전이라 함은 단순히 입법·사법·행정부의 이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수도의 국제기능과 중추기능 상당부분이 함께 이전하는 것을 뜻하며 그럴 때 수도권 과밀해소라는 명분도 그나마 성립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과천의 행정부처를 옮기는 일은 이미 이전한 것을 다시 이전하는 셈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동안 이러한 국가 하드웨어의 기본틀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업이 전문가들의 반대의견과 학술논의를 무시하고 일부 여론과 정치권에 의해 주도되어온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새만금사업이 시작되었을 때와 신행정수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등이 진행되고 있을 때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했지만 그런 공론의 중요한 시간은 다 흘러가고 여기까지 왔다. 이 싯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새만금사업과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낙후지역을 개발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하지만 새만금과 금강유역은 낙후된 문제지역이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 중요지역으로 봐야 한다. 새만금과 금강유역을 ‘균형발전’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입장과 이 일대를 한반도를 크게 일으킬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보는 입장은 다르다. 대단위 과학영농단지와 공단을 만들고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하는 등 현재 추진중인 사업은 전자의 입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새만금의 공단은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고 영농단지는 중국에 이미 덜미를 잡혀 있는 상황이라 현실성있는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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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바다도시 조감도 (수정안)

 

새만금과 행정도시 사업이 강행되는 동안 필자는 대안을 찾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세계 각국의 사례를 조사하고 사계의 전문가·학자들과 함께 갯벌보존을 위한 해수유통과 최소한의 도시화 가능성을 검토한 끝에 새만금의 돌파구가 바다도시화에 있다는 의견을 정리했고, 이것이 『창작과비평』 2002년 겨울호에 발표한 ‘새만금 바다도시’제안이다.1 대선 때 이를 공론에 부치고자 했으나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더 큰 쟁점에 묻혔고 새만금은 친환경적 순차개발이라는 이름에 가린 채 뒤로 밀렸다. 새만금에 관해서는 다시 컬럼비아대학 대학원 설계주제로 다루고 두 차례의 국제회의를 거듭하여 그 결과를 책으로 정리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공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공개강연을 하고 여러 글을 쓰고 학술회의를 열어 대안을 토론했다.

 

금강도시연합

금강도시연합

 

그러는 과정에 새만금과 행정복합도시, 새만금과 금강유역이 하나의 권역이 되어야 한다는 데 생각을 모으게 되었다. 새만금과 호남평야를 함께 생각하던 단계에서 나아가, 금강과 새만금을 하나로 결합시켜 백두대간과 서해안 사이에 강과 바다를 잇는 세계적 수변도시군(水邊都市群)을 이루는 새만금—금강유역 대안을 마련했고, 그 일단을 단행본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창비 2005)에 발표했다.

이번 글은 그다음 단계로 가는 실증적 연구의 서장이다. 새만금과 행정복합도시 두 권역의 지리와 인문이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한다면 이 지역은 한반도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한단계 높이는 새로운 희망의 땅이 될 수 있다.

 

 

2. 농어촌 도시회랑

 

전라북도가 낙후지역으로 전락한 이유는 농촌과 도시가 연대한 발전적 도시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

  1. 김석철 「새만금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시각」, 『창작과비평』 2002년 겨울호. 이후 보완된 내용을 『창작과비평』 2003년 가을호에 「새만금, 호남평야, 황해도시공동체」로 발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