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안병직 외 『세계의 과거사 청산』, 푸른역사 2005
상처의 시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한정숙 韓貞淑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cliohan@snu.ac.kr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아니라 “과거사를 물읍시다”가 여러 사회의 화두이다. 여기서 과거사란 당대인들이 겪거나 당대의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 ‘살아있는 불행한 과거’이다. 전쟁과 내전, 식민지배, 좌우익의 독재정치, 인종차별정책이 초래한 거대한 인간집단의 희생과 고통을 목격하면서 사람들은 이것이 광기와 야만임을, 반인륜범죄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범죄와 죄악은 한 사회 내에서 이루어지기도 했고 단일사회의 테두리를 넘기도 했지만, 가해와 피해의 기억들은 사회 전체를 찢어놓아서 이를 그대로 두고는 구성원들의 공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거를 넘어서서 원칙과 기준을 달리하는 사회적 삶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과정을 과거사 청산이라 부르며, 수많은 나라들이 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이를 겪고 있다. 뉘른베르크 재판 같은 국제전범재판의 실행, ‘반인륜범죄’개념의 성립, 세계적 차원의 인권관념 확산과 민주화 진전 등에 따라 인간의 존엄한 사회적 삶에 대한 요청이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