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1세기 과학, 낙관과 비관 사이

 

새만금 문제와 과학기술의 정치경제

 

 

고철환 高哲煥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해양학) 교수, 해양생물학. 저서로 『해양생물학』 『한국의 갯벌』 등이 있음.

 

 

1. 들어가는 말

 

일찍부터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한 나라들이 세계의 강국으로 군림하여 경제와 문화 전반에 걸친 세계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엄연한 현실은, 후진국가들로 하여금 하루빨리 선진적인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강국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제 과학기술의 발전은 무조건 승인하고 따라야 하는 이 시대의 주도적 가치가 아니라는 것이 과학기술 진보의 주역이었던 선진국가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아직 과학기술의 결실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국가들은 다시금 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과 기술은 정확히 진술되기 어려운 모든 인간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가정된 공리들에 의해 분석·수치화할 수 있는 물질세계의 한 면만을 대상으로 했고, 일단 기초가 정립되자마자 거침없이 빠른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리하여 물리학과 기하학같이 엄밀한 수학적 사유체계를 가진 학문들이 학문의 모범적 형태로 찬양되었고, 급기야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수학적·논리적 언어로 기술될 수 있는 자연과학만이 학문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실증주의’가 영미의 사상계를 지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은 합리적 사유를 지향하는 인간 이성의 한 단면에 불과해 여러 복합적인 사유체계를 가진 인간의 속성에는 접근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대상으로 삼은 자연세계에 대한 설명과 응용체계로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지적되고 있다. 자연탐구를 이론화하고 실생활에 접목한 과학기술은 실로 인류문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지만, 그만큼 심각하게 자연을 황폐화하고 인간의 기본 생존환경인 물과 공기와 대지를 오염시켜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이는 자연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지적 욕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거나 자연에 대한 연구를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인간의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인간의 자연관이나 자연탐구가 어떤 한 면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자연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오히려 불가능하게 하였고, 이로 인해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자연재해가 과학기술의 결과로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실을 올바로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껏 우리가 자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 부분들이 사실은 얼마나 부족한 것이었는지는 자랑스러운 자연개발의 현장이 자연파괴의 현장으로 되고 만 현실에서 깨달을 수 있다. 그동안 자연은 우리의 생존조건이라는 사실을 망각해도 좋을 만큼 무제한인 듯 보였고 한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더이상 깨끗한 ‘환경’으로서가 아니라 자정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치유하지 않으면 안되는 병든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싯점에서 과학기술의 결과로 나타난 문제를 논해야 한다면, 새만금갯벌을 둘러싼 환경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넓은 갯벌을 메워 논으로 만들려는 거대한 자연변형 사업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우리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하는 자연개발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무런 잘못도 아니고 자연을 무한정 이용하는 것을 힘의 원천으로 삼은 지난 세기의 발상을 가지고 일정지역 주민의 민심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의 허욕이 빚어낸 이 엄청난 사업은 어느 면으로 보나 문제가 많은,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개발사업이다. 이는 ‘자연’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고수준을, 달리 말해서 아직도 환경문제를 도외시하고 과학기술의 이용만을 발전의 척도로 삼는 우리나라 행정부의 수준을 그대로 가늠케 하므로, 환경과 과학기술 문제에 대한 각성의 한 계기로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의 대두

 

우리가 이제까지 잘 몰랐기 때문에 ‘쓸모없는 땅’ ‘버려진 땅’으로만 인식했고, 그래서 ‘제대로 된 땅’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믿어온 것이 갯벌이다. 바다와 땅이 만나 그대로 한참 어우러지는 곳, 끝없이 넘나드는 바닷물결 때문에 물러질 대로 물러진, 한없이 부드러운 땅 갯벌을, 우리가 갯벌로서 인식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부끄럽게도 불과 몇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광활한 새만금갯벌(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면 자연의 신비로움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아직 우리는 갯벌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바다도 땅도 아닌, 바다와 땅 사이의 어중간한 회색지역으로서의 갯벌은 그 고유한 가치를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실로 희귀한 자연이다. 독일은 자국의 아름다운 갯벌을 다른 자연경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으로 인정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지난 몇년간 정부와 환경단체 간에 새만금갯벌 간척사업 문제를 놓고 심각한 대결양상이 있어왔다. 이 간척사업은 무엇보다도 선거에서 표를 얻어야 한다는 정당의 기본 생존원리에 매여 더이상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정부에 의해 자연개발의 원대한 사업으로 낙착되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만경강·동진강 하구인 군산·김제·부안 앞바다를 거대한 구조물로 막아 그 안의 갯벌을 논으로 만드는 사업으로, 내부 개발면적은 4만 헥타르 규모이다.1 육지에서 멀리 십수 킬로미터까지 드러날 만큼 광활한 새만금갯벌을 34킬로미터의 방조제로 돌아가며 막고 그 안에 다시 둑을 겹겹으로 쌓은 후 수로를 만들어가며 개답공사를 하면서, 갯벌의 소금기가 다 빠질 때까지 20여년을 기다려 농토를 만들어 쌀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방조제 설치 작업은 현재 19킬로미터가 진행되었다. 물론 새만금 간척사업 이전에도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간척사업이 도처에서 이루어졌다. 그런 곳은 전라남도의 목포 근처인 영산강 유역이나 인근의 영암, 해남지역 등과 천수만의 서산지구, 아산만의 대호지구가 있다. 그런데 왜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만이 크게 부각되었을까?

이 사업은 아주 거대한 규모의 사업인데도 초기단계에서 사업타당성 검토가 면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업비 조달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었으며, 정부내 이견으로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등 처음

  1. 농림부 『새만금사업 추진상황─새만금사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 200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