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연구팀 『끌려가다, 버려지다, 우리 앞에 서다』, 푸른역사 2018

우리가 들을 때

 

 

유현미 劉賢美

인하대 강사 coolhot8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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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세상아, 나는 말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03년에 시작한 제1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의 슬로건이다. 말한다는 선언보다 들어야 하는 세상이 먼저 호출되고 있다. 진실 말하기는 제대로 듣는 공감적 청중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성들은 언제나 말해왔지만 제대로 듣는 귀는 언제나 부족했다. 포스트식민주의 이론가 스피박(G. Spivak)은 이런 현실에서 “써발턴(subaltern)은 말할 수 있는가?”라 묻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었다. 하위주체(써발턴)의 행위성을 간과한다기보다 들릴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지배적 재현 체계의 강고함과 편협함을 비추는 문제제기였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페미니즘의 이론적·실천적 고투는 이 질문의 자장을 벗어난 적이 없다. ‘나는 거기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가해사실을 부인하고, ‘사랑이고 합의였다’고 피해를 왜곡하는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피해 경험을 드러내고 피해자임을 정당하게 인정받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