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점

 

서정의 원리와 여성의 타자성

류외향 시집 『푸른 손들의 꽃밭』

 

 

김신정 金信貞

문학평론가. 저서로 『정지용 문학의 현대성』, 주요 평론으로 「다른 얼굴들, 타자의 기미(幾微)를 향한」 「감각과 소통, 자본의 네트워크」 등이 있음. lavue@hanmail.net

 

 

푸른손들의꽃밭류외향(柳外香)의 시는 한국 시에서 서정성과 여성성이 관계맺어온 방식을 새로운 차원에서 탐구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근대시의 형성 과정과 근대적 자아 구성의 기획 속에서 여성성은‘근대성’과‘미학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동했다. 자아와 세계가 정서적 동일화를 거쳐 서로 융합하는 서정성의 원리가 여성성을 통해 시에 구현되는 과정은 한국 현대시 100년의 풍경 가운데 흔히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다. 20세기초, 여성 화자, 여성적 정서와 언어가 근대적 자아의 동일성을 확보하고 내면 체험을 드러내는 미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최근 시에서도 여성의‘몸’은 자주 서정적 합일의 효과적인 매개체이자 담지체로서 기능하고 있다. 주목할 사항은 이 과정에서 서정성과 여성성이 서로의 씨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지점에 있다. 서로 다른 자아와 세계가 동일화되는 과정이‘여성’을 매개로 구현될 때,‘여성’은 서정적 자아의 공고함을 확인시키는 타자적 존재로 기능하거나 서정적 합일을 선험적으로 성취한 대리물(代理物)로 작용함으로써 서정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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