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설계-비평
장은정 張銀庭
문학평론가, 문학웹진 『비유』 편집위원. 주요 평론으로 「지켜내는 반복: 2010년대 시를 향한 하나의 각도」 등이 있음. riyunion@naver.com
1. 비평 없는 문학잡지?
『악스트』(Axt)가 창간되었을 때, ‘소설 전문 잡지’라는 정체성보다는 ‘비평 없는 문학잡지’ 쪽에 방점이 찍혀 소개되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창간 시점이 공교롭게도 표절사태와 맞물려 있었고, 평론가 중심의 문예지 체제에서 그 원인을 찾는 관점들이 압도적이었기에 당시 언론은 『악스트』를 기존 문예지의 새로운 대안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악스트』는 이러한 진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새롭다면서 혁신적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한 독자의 비판적 의견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 바 있다. “『악스트』는 기존 문예지에 혁신을 가져오려는 의도로 기획된 잡지는 아닙니다. 또한 뭔가를 바꾸려는 비판적인 마음으로 시작한 잡지도 아닙니다.”1 그렇다면 『악스트』는 스스로를 어떻게 설명하고 싶어할까? 왜 비평이 없느냐는 또다른 독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문학에 관한 의미와 가치를 다루는 글은 대부분의 문학잡지에서 중요한 지면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집중하자는 것이 『악스트』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 다만 인터뷰를 직접 진행함으로써 소설가들의 고유한 소설적 철학과 입장을 듣고 묻는 과정을 통해 다른 방식의 소설적인 담론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2
마지막 문장에 주목하자. 소설가들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다른 방식’의 소설적인 담론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것. 이것은 비평적 행위가 아닌가? 『악스트』는 각 호마다 소설가 한명의 얼굴을 표지 전면에 배치한다. 이 구성 때문에 편집위원들은 매호 어느 소설가를 『악스트』의 얼굴로 내세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어째서 이 소설가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만 한다. 또한 편집위원들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소설가들과 대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악스트』가 소설가의 여러 철학과 입장 가운데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별해 보여주는 일이다. 당연히 이 역시 문학에 관한 의미와 가치를 다루는 비평적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비평 없는 잡지’라는 특이성은 두겹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기존 문예지에서 중요한 지면으로 기획되었던,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기반으로 하나의 주제를 밀도있게 탐구해나가는 이른바 ‘본격 비평’을 수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평 없는 잡지라는 판단이 옳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비평을 문학잡지에서 다루지 않기로 결정한 행위 자체는 근본적으로 비평적 행위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설계-비평’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기존 문예지에서 중요했던 비평 장르의 지면은 현저히 줄었지만 새로운 문학잡지가 문학을 독자에게 제시하는 구조 자체는 명확히 비평적 행위를 통해 구성된 결과다. 다만 이러한 비평적 행위는 문학잡지에서 구조화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설계-비평’이라는 개념을 통해 여러 문학잡지를 살피는 일은 각 잡지의 구조화된 비평적 행위를 논의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이는 『악스트』 이후를 지시하는 시기적인 개념으로도 유용하다. 1990년대 이후부터 『악스트』가 출현하기 이전까지 여러 문학잡지들의 구성이 대동소이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등장한 잡지들은 매우 상이한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 문제의 꿈
문학잡지는 쓰는 자와 읽는 자가 교차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문학잡지가 변화한다는 것은 쓰는 자와 읽는 자가 교차되는 방식을 다르게 조정하는 일이며 이는 최종적으로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의 형질 변화로 이어진다. 최근 창간된 잡지들은 기존 문예지에서 보통 70매 내외였던 단편소설의 분량을 50매 내외로 줄이거나 30매 내외의 아주 짧은 픽션을 싣는 코너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제 소설가들은 같은 규격으로 소설을 써오던 습관을 버리고 지면마다 다르게 주어지는 규칙에 맞춰 사유의 호흡을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변화로 이어진다. 비단 쓰는 자들에게만 요구되는 변화는 아니다. 독자 역시 이전의 문학잡지가 정해놓은 여러 장르의 규칙이 한 시대의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 불과했음을 체감하면서, 여러 형식의 글들과 더불어 모험하겠다는 태도 없이는 이 변화들을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문학잡지들은 쓰는 자와 읽는 자 모두에게 이전과는 다르게 쓰고 읽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그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를 ‘설계-비평’이라는 개념으로 대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문학잡지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어려운 문제부터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잡지의 정체성을 핵심적으로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창간사는 물론이고, 잡지를 만든 사람들이 모여 나눈 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