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문학, 세계와 소통하는 길

 

세계와 만나는 중국소설

 

 

이욱연 李旭淵

서강대 교수, 중국 현대문학. 역서로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나비』 『새로운 아시아를 상상한다』 등이 있음. gomexico@sogang.ac.kr

 

 

1. 문학 지구화시대의 한국문학

 

한국문학이 외국문학, 특히 동아시아문학과 무한경쟁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한국의 소설시장을 보면 그렇다. 출판사는 국적과 상관없이 외국소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독자들은 그것을 주저없이 선택한다. 소설의 국적은 오랫동안 출판사와 독자가 소설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근대 이후 소설과 국민국가 사이에 맺어진 강력한 동맹관계가 완전히 해체된 것은 아니라 해도 유례없이 느슨해지고 있고, 그런 가운데 외국소설이 밀려들고 있다. 국민국가의 강고한 성채 속에서 개별 국민문학(혹은 민족문학national literature)으로서의 한국문학은 어찌 보면 수월하게 특권적 호황을 누려왔는데, 그런‘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이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독서시장에서 한국소설은 더이상 지존의 위치에 있지 않으며, 우선적인 독서대상도 아니다. 문학적 권위와 독자들을 놓고 외국소설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소설가 박민규(朴玟奎)가 7, 80년대 한국소설이 호황을 누렸던 것은 내수와 극소수의 밀수만 존재하던 시절 덕분이었다면서, 이제 수입과 내수의 구분이 없는 세계화의 경쟁시대를 맞아 한국문학이 해외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상황인식의 소산으로 보인다.1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처럼 내수와 수입이 모호해지는 와중에 수입품 가운데서 일본문학과 중국문학이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에서 동아시아문학 시장이 형성되는 사상 초유의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고, 과거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던 서구문학 위주의 세계문학 수입시장이 동아시아문학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서구문학 위주로 외국문학을 편식하던 한국 독자들이 중국과 일본 문학을 가장 왕성하게 읽으면서, 한국에서 동아시아문학의 시대가 개화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동아시아문학의 허브다! 동아시아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냉전적·문화적 갈등이 심한 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적 교류와 소통이 활발할수록 좋다는 점에서 보자면, 한국이 동아시아문학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고, 한국인들이 동아시아를 새롭게 상상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문학시장에서 동아시아문학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일본문학과 중국문학이 유행하는 것과 더불어 한국문학이 동반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고 과다출혈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고, 일본문학과 중국문학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데 비해 한국문학은 국경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학은 지금 집토끼는 잃고 산토끼는 잡지 못하는 처지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영화, 대중가요 등 한류가 국경을 넘어 일본과 중국으로 흘러들면서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이 동아시아를 새롭게 상상하는 촉매 역할을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문학 한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류가 대만에 유행하면서 한류가 현지의 대중문화를 고사시킨다는 대만 대중문화 위기론이 팽배하던 상황과 흡사하게, 한국문학계에 일류(日流), 화류(華流)가 유행하면서 한국문학 위기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문학의 위기상황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문학이 지금 같은 위기국면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외국작품, 특히 동아시아작품이 끊임없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그런 가운데 한국문학이 동아시아문학, 세계문학 속에서 자신의 문학적 개성과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책을 내는 출판사나 소설을 고르는 독자들은 불가피하게 황석영과 모옌(莫言), 정이현과 요시모또 바나나(吉本ばなな), 김훈과 쑤퉁(蘇童), 성석제와 위화(余華)를 비교할 것이다.

이처럼 개별 작가, 개별 작품 차원에서 개성과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도 한국문학이 직면한 중요한 도전이지만 한국문학이 일본문학과 중국문학 등 여타 동아시아문학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집단적 개성과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 일본문학과 중국문학은 개별 작가나 작품의 개성도 개성이려니와, 더불어 흡사 일본문학과 중국문학 국가대표팀처럼 국민문학의 집단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고 있다. 물론 지금 일본문학과 중국문학에 현재 한국과 세계에서 유행하는 문학 경향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그러한 문학 경향이 일본문학과 중국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집단적으로 호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학이 국경을 넘어 세계와 만나는 과정에서 문학의 국적성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국적성이 더 강화되고, 개별 문학이 국민문학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의 매개를 통해 세계문학과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나라 문학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매개작용은 일종의 국민국가 차원의 집단적인 호명방식이어서 개별 문학에 하나의 억압과 왜곡으로 작동할 수 있고, 세계문학이 한 국가의 국민문학을 통째로 거부하거나 배제하는 차원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 대다수 문학이 국민국가의 현실과 언어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의 집단적 개념으로서의 국민문학이 세계문학과의 교류에서 중요한 주체가 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고, 개별 문학이 좀더 용이하게 세계문학과 만나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문학 지구화의 흐름이 일종의 문명론적 추세라 할 때, 관건은 이 추세 속에서 개별 국민문학은 국민문학대로 세계문학은 세계문학대로 갱신의 기회를 포착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문학의 지구화시대에 개별 국민문학과 세계문학의 만남이 서로에게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주는 선순환구조가 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주로 개별 국민문학이 세계문학에 일방적으로 수렴되는 양상, 특히 비서구문학이 서구문학에 일방적으로 타자화·식민화되는 양상이었고 지금도 이런 흐름이 여전하다고 할 때, 새롭게 열리는 문학 지구화시대에 국민문학은 어떻게 국경을 넘어 진정한 세계문학 건설에 참여할 것인가?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전세계 문학인들에게 던져진 문명론적 화두가 아닐 수 없다.

 

 

2. 중국문학은 어떻게 세계문학의 총아가 되고 있는가

 

요즘 한국문학이 직면한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중국문학은 문학 지구화시대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물론 중국문학계에서도 최근 들어 끊임없이 위기론이 나오고, 카라따니 코오진(柄谷行人)의‘한국 근대문학 종언론’과 유사한 맥락에서 중국 현대문학(근대문학) 종말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 독일인 중문학자는 루쉰(魯迅) 문학 같은 중국의 개성이 담긴 문학이 사라진 “최근 중국문학은 쓰레기다”라고 발언하여 파문을 일으켰고, 그의 이런 평가가 중국문학의 실상에 부합하는지를 두고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문학은 지금 호황기다. 국내는 국내대로, 해외는 해외대로 그렇다. 시장경제씨스템의 확대로 중국 출판업이 활기를 띠면서 문학 출판이 전에 없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기라도 하듯이 다양하고도 수준 높은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여기에 세계를 향한 중국문학의 발걸음은 사상 유례없이 바빠지고 있다. 중국문학은 지금 세계 출판계와 문학계의 새로운 총아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중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물론이고 그밖의 작가들의 경우도 최신작뿐만 아니라 출간된 지 수년이 지난 작품까지 전세계 출판시장에서 경쟁적으로 번역 출판되는 실정이다. 내수는 내수대로 챙기면서 수출 역시 최대 호황을 누리는, 중국 근현대사에 일찍이 없던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특징적인 것은 작가 한두명이 산발적으로 세계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흡사 중국문학 국가대표팀처럼‘중국’의 이름을 달고 집단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훈풍을 타고 한국과 세계에 급속도로 알려졌고, 내용과 서사 면에서도 중국문학의 집단적인 개성이 주목받으면서 세계문학에서 하나의 고유한‘장르’로 부상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세계 문학시장에서 중국문학은 왜 이렇게 총아로 떠오르게 되었는가? 이에 대해 중국의 대표작가 중 한사람인 위화는, 최근 중국문학을 해외에 번역 출판하기가 갈수록 쉬워지고 있으며 한국은 물론 유럽 등에서도 경쟁적으로 출판하려 하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두가지를 들었다. 중국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중국문학이 세계문학에 진입할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위화는 이러한

  1. 이기호·정이현·박민규·김애란·신형철 좌담 「한국문학은 더 진화해야 한다」, 『문학동네』 2007년 여름호, 102~10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