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지금, 어떤 불평등인가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실태

 

 

구인회 具仁會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서 『21세기 한국의 불평등』 『미국의 사회보장제도』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빈곤』, 공저 『비정규고용과 사회정책』 등이 있음.

inhoeku@snu.ac.kr

 

* 이 글은 졸저 『21세기 한국의 불평등: 급변하는 시장과 가족, 지체된 사회정책』(사회평론아카데미 2019)에 담긴 분석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작성되었다.

 

 

1. 다시 악화되는 불평등

 

2000년대 들어 화두로 등장했던 양극화가 최근 다시금 우리 사회의 현안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 정체 상태를 보였던 경제적 불평등이 다시금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년간 고소득층의 소득은 증가세를 보이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이 하락하면서 소득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평등의 심화를 억제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평등주의적 견해를 가진 롤스(J. Rawls)에 따르면 불평등은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1 불평등에 대한 반대가 반드시 윤리적일 필요는 없다. 윌킨슨(R. Wilkinson)과 피킷(K. Pickett)은 당대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삶의 기회를 박탈하는 불평등은 사회의 공동체적 관계를 훼손하고 폭력과 범죄를 늘리며 사람들의 건강까지도 해친다는 증거를 보여주었다.2 스티글리츠(J. Stiglitz)는 소득불평등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저소득층의 역량 발달을 제약해 경제성장 또한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3 이 글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소득불평등에 주된 관심을 기울이면서 불평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그런데 불평등은 발생 원인이 복합적이고 그 대책 또한 다차원적으로 수립되어야 하는 복잡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규명 또한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분석들을 포괄하여 종합해야만 가능하다. 경제적 불평등은 노동시장에서의 근로소득 분배와 밀접히 관련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자원 분배의 기본단위는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을 둘러싼 변화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시장소득의 분배와 재분배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역할 또한 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살펴보아야 한다.

 

 

2. 불평등의 이론과 실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등장한 이후 불평등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 최초의 이론가로는 맑스(K. Marx)를 들 수 있다. 19세기 중반 맑스는 끊임없는 이윤추구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축적된 자본이 극소수의 자본가들에게 집중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게 자본주의의 미래는 국가의 부 가운데 소수의 자본가가 차지하는 몫이 무한정으로 커지는 부의 양극화로 요약된다. 쿠즈네츠(S. Kuznets)는 맑스의 어두운 전망에 대비되는 낙관적 견해를 보인다. 그는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불평등이 증가하지만 발전이 지속됨에 따라 불평등은 다시 감소하게 된다는 ‘역U자 가설’을 제시했다.4 산업화에 따라 낮은 기술의 농업에서 높은 기술의 제조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게 되는데, 이행 초기에는 산업부문 간 격차로 인해 불평등이 증대하지만 이행이 완성되는 시점에 이르면 불평등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쿠즈네츠의 가설은 2차대전 이후 불평등이 완화되는 현실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많은 선진산업 국가가 다시 불평등이 악화되는 추세로 반전되면서 설득력을 잃게 된다.

불평등에 관한 맑스와 쿠즈네츠의 이론적 대립구도는 21세기 들어서 재현된다. 삐께띠(T. Piketty)는 최상위층으로 소득과 부가 집중되는 추이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초반 최상위층으로의 부의 집중이 최고조에 달했고 두차례의 세계대전 등을 거치면서 불평등이 완화되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다시 자본의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세습자본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부의 집중이 강화된다는 가설을 통해 맑스의 양극화론을 복원했다.5 이에 반해 밀라노비치(B. Milanović)는 불평등 추이를 기술변화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쿠즈네츠의 논리를 유지하되 기술혁신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불평등 추이 또한 역U자가 반복되는 쿠즈네츠 사이클의 형태를 띠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가설에 따라 1980년대 이래로 진행된 기술이행이 초기에는 불평등을 악화시키지만 이행이 진전됨에 따라 다시 불평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6

이러한 불평등 논의들에 따르면 한국의 불평등을 바라볼 때 자산 집중과 소득불평등의 실태를 포괄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자산 분배는 해방 이후 일본인 소유 적산의 몰수와 불하, 한국전쟁으로 인한 재산의 대량파괴, 농지개혁을 통한 토지소유의 분산 등으로 하향평준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산업화가 이루어진 상당 기간 자산의 집중도가 높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0년대를 거치면서 자산의 축적이 확대되었으며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상승으로 자산규모가 크게 증가해 자산 불평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7

우리나라 자산불평등 추이에 대해 실증분석을 행한 연구는 극소수가 존재할 뿐이고 그 결과 또한 일관되지 않다. 김낙년은 2000년대를 대상으로 상속세 자료를 분석해 전체 자산 중 상위층이 소유한 자산의 비중이 영미와 유럽 국가들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을 보이며 자산불평등이 다소 악화되는 시간적 추이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8 반면에 전병유는 가구조사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자산불평등이 외환위기 이후 2005년까지는 증가하다가 그 뒤로는 완화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또 한국의 자산불평등은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낮은 편으로 보고하고 있다.9

한편 관련된 연구에서는 서구의 여러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산이 집중된 최상위소득층의 경우에도 노동소득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임을 밝히고 있다.10 또 가계자산에서 상속·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대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추정되었다.11 자산 형성이 근로소득의 축적이 아니라 상속·증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세습자본주의의 특성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아직 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기존의 연구결과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 자산불평등은 소득불평등과 상승작용을 하며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구성요소로서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지만,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을 주도하기보다는 소득불평등이 자산불평등을 초래하는 측면이 큰 것 같다.

우리나라의 불평등을 이해하려면 소득불평등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거치며 급속한 경제성장과 평등한 소득분배를 동시에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12 이러한 성과에는 산업화 기간 경제성장에 저숙련·반숙련 근로자의 고용확대가 동반되면서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확산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는 농지개혁을 통한 자산의 평등한 재분배와 그로 인한 대중교육의 확산도 기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전반을 경계로 하여 경제성장의 속도가 떨어지고 고용증가도 정체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는 1990년에서 2016년까지 가구 가처분소득의 불평등도 추이를 지니계수를 이용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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