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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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민 朴奎珉

동국대 영문과 2학년. 1993년생.

qkrrbals1000@nate.com

 

 

 

조명은 달빛

 

달빛이라는 단어는, 수많은 아름다운 유물이 그러하듯 이십일세기에는 쓸모가 없다. 온갖 기계들이 빛을 뿜어대는 세상인데 하늘의 왜소한 반점까지 빛이라고 쳐주긴 어려운 노릇이다. 내가 이런 말을 늘어놓는 건 새삼 신세 한탄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사회를 향해 훈계하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날 밤 제희와 내가 걷던 숲길이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는 걸 미리 말해두고 싶을 뿐이다. 달은 제 몸을 그나마도 반으로 자른 채 떠 있었고 우리는 랜턴 불빛에만 의지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본 적 있다는 동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숲속에 살고 있다는 낙타를 찾아서.

터무니없는 소리.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인간들이 있다. 어쨌든 하루 세끼는 벌겠다는 생각으로 생활의 규칙을 세웠다가도, 금세 제 손으로 그걸 부숴놓곤 하는 것이다. 방 한구석에서 무릎에는 담요를 덮고 사전을 뒤적이는 일상. 나는 아침 여덟시에 잠에서 깨어 일을 시작했고 오후 한시에 배를 채웠다. 작업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서 식사를 간소하게 넘기다보니 호밀빵 한덩이에 홍차를 곁들인 점심이 매일 반복되었다. 생활의 선택지가 너무 협소하다 싶을 땐 우리가 사는 동네와 분위기가 판이한 곳으로 향했다. 화려한 간판들이 분신하는 번화가로. 근사한 조명이 달린 테라스에서 맥주를 한잔 시켜두고 난간 너머를 보면, 저마다 옷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었을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성공했다는 인간들의 평균을 내보면 어떤 괴물이 만들어질까? 제희와 술을 마실 때면 이런 걸 농담이라고 늘어놓고 낄낄 웃어댔다. 사회의 기준에 가장 걸맞은 사람들을 줄 세워 그들의 옷차림, 체형, 얼굴의 평균치를 계산하면 어떤 형상이 될지.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 정반대의 인간상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우리와 닮았을 게 분명하다. 거짓말, 과장, 허풍. 제희와 나만큼 이런 것들에 어울리는 인간은 찾기 힘들 테니까. 그래서 밤중에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험도 일종의 연극이라면, 관객은 어디에 있는가. 삶에 관객이 있어서 그들이 간간이 손뼉을 쳐주고 실수하면 위로도 해주고 내가 울 때 함께 울어준다면 누구도 외롭다고 자살하는 일은 없을 텐데. 우리의 생활이 아무도 봐주지 않는 연극 같아서 문득 쓸쓸했고 또 우스웠다. 소용없는 달이 소품처럼 떠 있었다.

 

*

 

아주 오래된 상식 하나. 모든 인간은 본모습을 숨긴다. 하지만 번화한 동네로 집을 옮긴 후, E를 만나러 재즈바로 향하는 길에서 나는 이 도시가 이제 연극 무대로서도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연극에선 매 순간이 현재다. 일본 제국주의자의 목을 치기 위해 암살단이 암약하는 조선 뒷골목이든, 상상력에 권력을 부여하겠다고 퍽 순진한 구호가 울려 퍼지던 68년 빠리의 혁명이든, 무대 위에 구현되면 그것은 관객에게 시공간을 뚫고 당장 현실이 된다. 적당한 어둠이 그런 기적을 가능케 한다. 백열전구를 수십개 매달았다면? 무대가 여백 없이 밝혀질 테고 뻔한 현실이 들통나겠지. 술꾼들이 어둑한 구석 자리를 좋아하는 건 그런 까닭이다. 나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밟아 내려가서는 당연한 순서처럼 맨 구석 자리에서 E를 찾아냈다.

처음엔 능숙하게 농담을 던질 생각이었다. 재즈바에서 와인이라니, 완전 부르주아식이잖아요. 적을 알고 나를 알자, 뭐 그런 건가? 이런 농담을 친근한 사이인 양 던져보는 것이다. 나는 E와의 대화에 앞서 늘 계획을 세워놓아야 했다. 도무지 예측하기 힘든 상대였으니까. 그는 사회에 분노하는 지식인 같았으나 어떨 때는 싼값에 재고를 팔아치우는 장사꾼이었고, 업무를 설명할 때면 유쾌한 행사를 준비하는 양 미소를 지었다. 말을 마치면서는 늘 굳은 표정으로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처음 만난 날엔 내 신상을 하도 상세하게 캐물어서 실은 사복 경찰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에 돈이 급했던 나는 의심은 접어두고 그의 말에 따라 냉큼 월간지 『잡지』의 필진이 되었다. 다달이 월급을 받아 그 돈으로 고시원 생활을 청산, 월세방으로 이사 올 즈음이 되어서야 나에게 이만한 돈을 쥐여주는 이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돌이켜보면 『잡지』의 업무 체계는 이상할 만큼 비효율적이었다. E가 나에게 영문 원고를 전달한다. 내가 그걸 우리말로 번역하고 메일로 보낸다. 편집부의 일차 검토를 거치면, E는 인터넷전화로 나에게 연락하여 수정 방향을 지시한다. 매달 한번씩 E가 내가 사는 동네로 찾아와 술을 사주며 다음번 원고 방향을 설명하고, 빳빳한 현찰로 원고료를 준다.

하지만 그 돈의 출처는 알 수 없다. 편집부 구성원 전체가 익명이니까. 내가 접촉할 수 있는 건 E 한명뿐으로, 말하자면 그는 편집부의 익명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어떤 단체에서 『잡지』를 발행하는지, 원고 방향은 누가 정하는지, 내 월급의 출처는 어디인지, 아무리 캐물어봐야 E는 뻔한 말로 둘러대거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밀이 모두를 지켜준다는 게 E의 입버릇이었다. 무슨 위험한 일이 있다고? 그렇게 되물으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원고는 대개 좌파적 관점의 사회변혁론, 혁명사, 노동정책의 기만성 등을 대중적으로 풀이한 글이었고 그중에 내가 맡은 부분은 세계 노동운동 현황을 설명하는 영미권의 칼럼이었다. 『잡지』가 완성되면 전국 대학가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노점상이 널린 번화가 골목 등지에 수천권이 무상으로 살포된다. 만든 이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기재되지 않았다.

E는 우리가 만날 장소를 매달 다른 곳으로 바꾸었고 매번 인상착의가 달라졌다. 안경을 쓰거나 벗었고, 머리를 물들이고 파마를 했다가도 신입사원처럼 정장을 입고 머리를 빗은 채 나타나기도 했다. 고작 겉모습뿐인데도 그렇게 행색을 카드 뒤집듯 바꾸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자니 수차례 만나서 술을 마셔도 가까워지는 느낌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나를 당황케 했다. 재즈바 계단을 내려와 E를 찾자, 그의 맞은편에 초면의 여자가 앉아 무언가 열심히 떠들고 있는 게 보였다. 친근한 척 농담 던져보자는 계획은 아무래도 실천하기 어려울 성싶었다.

E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쪽으로 걸어가자 E는 맞은편 자리를 손짓했다. 그 여자의 옆자리로. 낯선 사람이 술자리에 끼어들면 으레 그렇듯이 그들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E는 나와 여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처음 보죠? 이쪽은 제희씨라고 해요. 사진 담당.”

나는 고개를 돌려 여자를 봤다. 그쪽은 맥주를 들이켜던 자세 그대로 이미 나를 곁눈질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 만남을 예상하지 못한 건 여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나는 짐짓 씩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여자는 뒤늦게 얼굴을 활짝 펴며 악수에 응했다. 안녕하세요, 그다음에 우리끼리 무슨 대화를 이어붙일 시간도 없이 E가 말을 시작했다. 오늘은 본론부터 이야기하게 될 것 같네요. 제희씨랑은 벌써 사진에 대해서 논의하던 중이라. 나는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라는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새까만 조끼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종업원이 위스키 한잔을 내 앞에 날라다 주었다. E가 미리 주문해둔 것이었다. 나는 그걸 한쪽으로 밀쳐두곤 탁자에 턱을 괴었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두 사람의 대화가 재개되었다. 그들은 답이 안 나올 게 뻔한 논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사진은 과연 재현을 벗어날 수 있는가? 추상이냐 구상이냐, 실재냐 표현이냐 따위에 대해서. 머리 좋은 치들이 모여 설전을 벌이다보면 본래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가능한 점잔 빼는 어휘로 상대의 기를 죽여버리는 게 지상과제가 되어버린다. 나는 현실과는 조금 거리를 둔 그들의 삶을 경멸하면서도 동경했으나, 결국은 그들의 세계에 섞여들 수 없었다.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술만 홀짝이는 버릇이 든 것이다. 오가는 말 중에 의미있는 사실은 제희가 도시 뒷골목 유기동물들의 연작 사진을 찍어 전국 대회에서 입상한 대학생이란 것뿐. 문제는 E는 예술성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번 호의 주제가 자본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환경이므로, 추상적이고 복잡한 예술사진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담아보는 편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장을 취재해서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찍어달란 거예요. E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제희는 날것이요? 라고 되물으면서 농담이라도 들은 양 깔깔 웃어댔다. E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왜 웃어요?”

“재밌어서요. 날것을 찍으라니.”

“아, 제희씨는 스무고개 타입이시군.”

“스무고개?”

“할 말을 한번에 안 하고 계속 질문을 유도하는 타입. 뭐가 재밌다는 거죠?”

“……”

E는 자신의 앞에 놓인 와인잔을 옆으로 밀쳐두고 우리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복부가 탁자에 닿을 만큼. 제희는 몸을 조금 뒤로 젖혔으나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 옛날, 사람들이 돌도끼를 들고 수렵생활을 하던 시대에 대해서. 그때 어떤 부족은 동굴에 벽화를 그려놓았는데 그게 수천년이 지나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동굴이 산사태라든지 그런 거 때문에 외부 공기로부터 차단돼서 그림이 운 좋게 보존된 거죠. 외부 환경에 예민해서 사람의 숨결이나 아주 작은 빛만으로도 훼손되기 때문에, 연구 허가받은 사람들만 장비를 입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희는 사진기를 들고 피사체 앞에 설 때마다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했다. 사진은 결국 빛을 기록한 거니까. 지금 찍은 사진이 실제 세상을 담은 걸까? 실제 세상이란 건 뭔가? 적어도 내 눈에 보이는 것만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그게 현실이 아닌 건 분명하죠.

제희는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앞에 놓인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는 제희의 행색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녀는 꼭 언니 옷을 훔쳐 입고 나온 꼬마처럼 보였다. 걸친 옷과 장신구가 전부 체형에 비해 지나치게 컸다. 동그란 뿔테 안경이 얼굴 절반을 가렸고 쥐색 코트는 손목을 전부 덮을 만큼 소매가 길었다. E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별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입술에 묻은 맥주 거품을 닦아내고 나서 말을 더 이었다. 플라톤, 데까르뜨, 인식론. 제희의 이야기는 시간이 갈수록 지나치게 현학적이 되어 오히려 좀 초조하게 들렸다. 몇년 전까지 저런 책들을 탐독하던 나 자신이 떠올랐고, 그래서 E가 미소를 지으며 역시 해박하시네요,라고 말했을 땐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제희가 말을 그치자 E는 나를 턱짓했다.

“은규씨도 예술가 아닌가? 연극 했었잖아.”

“글쎄……”

“이건 은규씨 의견도 중요한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런 질문은 좀 낯선데.”

E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 오늘은 다들 스무고개야?”

“여태까지 선택지가 있었던 거 같진 않아서. 난 지금 여기…… 이름이 제희씨 맞죠? 제희씨랑 왜 같이 있는지도 설명을 못 들었단 말이죠.”

그 말엔 E보다 제희가 먼저 반응했다. 고개를 들고 E를 쳐다보았던 것이다. E는 입가에서 미소를 싹 지우고, 들고 있던 와인잔을 탁자에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업무 설명을 시작할 때의 습관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잡지』의 구성원들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분류, 관리된다. 가능한 구성원끼리의 접촉을 금하는 게 원칙이지만 한명씩 일일이 만나기엔 관리 인력이 부족한 탓에 구역별로 한번에 만나 일을 지시한다는 것이다. 원래 제희가 이쪽 구역의 유일한 필진이었는데 내가 이사 오면서 함께 관리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제부터는 둘의 업무에 관련성이 생길 거라고 E는 말했다. 관련성이라면? 환경운동에 관한 칼럼을 줄 거예요. 은규씨는 원고를 번역하고 제희씨가 우리 사회의 현장을 찍으면, 글과 사진이 함께 올라가도록 편집할 계획이에요. 그 말을 하면서 E는 둘의 협업이 중요하긴 해도 가능하면 서로 가까워지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했다. 몇달 전에 노조 파괴 현장을 취재하던 필진 하나가 용역 깡패에게 붙잡혔어요. 그가 신상을 알고 있던 필진까지 줄줄이 쫓겨 다녀야 했죠. 다시 말하지만, 비밀이 모두를 지켜줍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E는 늘 나에게 무언가를 경고했다. 『잡지』의 수익구조에 대해 궁금해하지 마라. 편집부에 대해서 알려고 들지 마라. 제희와 가까워지지 마라. 하지만 결국 내가 하는 일이라곤 원고를 한줄씩 번역하는 것뿐이었고, E는 간혹 꼬마들에게 겁을 주겠답시고 어설픈 괴물 이야기나 지어내는 보모처럼 보였다. 몇가지의 경고사항과 일거리, 원고료를 건네주고 E는 내가 알 수 없는 세계로 돌아갔다. 마지막 모습은 매번 같았다. 아무리 늦어도 열한시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낯선 사이가 된 듯이 고개를 깍듯이 숙인다. 계산대로 걸어간다. 술값을 치르고 다른 인사말 없이 밖으로 나간다.

그날도 E는 제희와 나를 남겨둔 채 먼저 떠났다. 빈 와인잔만이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리며 놓여 있었다. 제희는 조금 남은 맥주를 단번에 털어 마셨다. 내가 한잔 더 하겠느냐고 물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젓더니 대뜸 말했다. 저 사람 말, 얼마나 믿어요? 제희는 맥주잔을 밀어내고 탁자에 팔꿈치를 올렸다. 담배를 물고 불을 댕겼다. 난 의심부터 하고 보는 편이에요. 그래도 재밌으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예전에 연극을 했었다는 사실을 E에게 한번도 알린 적이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 순간부터 제희의 말을 신뢰하게 된 것 같다. 어쩌면 그녀의 말을 듣고 숲속까지 따라가게 된 건 그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 사연을 나누었다. 자정이 다 되어 함께 거리로 나왔다.

 

*

 

온 동네를 둘러싸고 있었음에도, 그 숲에 대해서는 누구도 아는 바가 없었다. 내가 일요일 저녁마다 들르는 슈퍼마켓의 계산대 아주머니는 그곳에 이 나라 최후의 맹수가 생존해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도 집이 숲 근처인데 밤마다 귀청에 짐승 울음이 쟁쟁해서 잠에서 깨곤 한다는 것이다. 반면 슈퍼마켓 앞의 평상에 앉아 저녁까지 하늘을 구경하는 할아버지들은 그나마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 숲이 실은 예전에 이 동네 살던 졸부가 사들인 땅인데 공장을 지으려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만두었다고, 방치된 건물 뼈대가 썩으면서 숲을 좀먹고 있다고. 그러자 옆에서 술에 얼근히 취한 다른 할아버지는 아직도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우겼다. 숲은 또한 어둑하고 인적 없는 모든 장소가 그렇듯이 동네 아이들 소문의 중심지였다. 놀이터에 가면 저마다 유리 조각이나 나무토막 따위를 들고 그게 숲에서 가져온 보물이라고 흔들어대는 꼬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진실이야 알 수는 없었지만, 숲은 그렇게 동네 사람들의 삶을 조금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로 채워주고 있었다.

내 방 창문을 열면 그 숲이 곧장 눈에 들어왔지만, 나는 창틀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면서도 거기에 멍하니 시선을 둘 뿐이었다. 오가는 소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연극을 그만두고 나서는 웬만큼 지어낸 이야기엔 흥미를 잃은 탓이었다. 하지만 제희의 이야기는 그 웬만한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함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정처 없이 거닐다가 숲이 보이는 동네 외곽까지 발길이 닿자, 그녀는 자신이 얼마 전 딱 이 정도 거리에서 저 숲에 사는 짐승을 봤다고 말했다. 동물이라면, 청설모 같은 거요? 내가 묻자, 그녀는 한참의 사이를 두고 그 짐승이 낙타였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멀리서 보긴 했지만 등에 혹이 두개 나 있었다고.

저 안에 사막이라도 있나보죠? 그렇지 않고서야…… 나는 실실 웃으며 대꾸했다. 처음 만난 날, 재즈바에서 나오는 길에 우리는 서로의 처지가 비슷한 꼴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혼자 살고 있었고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나보다 다섯살이나 어린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휴학하고 돈을 벌고 있다는 제희를 내가 나이만으로 어리게 대할 순 없었다. 며칠 뒤 그녀는 집 근처에 좋은 수제 맥주 펍을 소개해주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그다음엔 우동 가게를, 포장마차를. 우리는 E의 당부 따위는 잊어버리고 업무에 관한 말보단 농담이나 늘어놓곤 했다. 그러니까 내가 낙타를 봤느니 하는 소리를 농담으로 받아쳤던 건 당연했다. 그때에도 각자 맥주를 한캔씩 들고 있던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내 대답에 발끈해서 쏘아붙였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 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분명히 봤다는 것이다. 그럼 사진은 찍었어요? 사진 찍었다면 당장 보여줬겠죠. 너무 놀라서 그럴 새도 없었는데. 딴에 엄청난 걸 보고 들뜬 아이처럼, 제희는 손짓까지 해대며 그 순간을 묘사했다. 그녀는 밤이면 가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집 근처를 산책한다고 했다. 뻔한 풍경 속에서도 어떤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먼 곳까지 걸어가게 되었고, 그날도 그렇게 동네 외곽을 벗어나 숲의 기슭에 도착했다.

그리고, 빽빽한 나무들과 그 숲을 둘러싼 철조망 앞에 네발짐승이 서 있었다. 제희는 어둠에 파묻힌 형체를 눈살에 힘을 주고 응시했다. 등에 혹이 두개 솟아 있는 걸 보고도 저것이 낙타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마냥 쳐다볼 뿐.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초점 잡아 셔터를 누르는 데는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데, 정신을 차릴 형편이 못 되었다. 그 짐승제희는 나에게 말하는 도중에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맺을 즈음엔 낙타를 ‘그 짐승’이라고 불렀다은 제희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철조망을 넘어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제희는 나를 만날 때마다 숲에 관한 소문을 입에 올렸다. 일주일쯤 지나서는 전화를 걸어와서 함께 그 숲으로 들어가보자고 말했다. 제 말이 썩 미덥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는지 그럴싸한 명분을 덧붙이려 애쓰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그 숲에 개발계획이 있었던 게 사실이더라. 이후 철거가 되었다는 기록은 없고, 요즘에도 작업복 입은 이들이 숲에 드나드는 걸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숲에 무허가 공장이 숨겨진 게 아닌가 싶다…… 요컨대 그 숲에 들어가는 게 원고 작업의 일환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랜턴을 사 들고 따라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탈감. 제희와 함께 있을 때면 E의 경고를 어기고 있다는 자각에서 묘한 쾌감이 일었다. 그녀의 목격담이 거짓말이라 해도 상관은 없을 터였다. 타인의 지시와는 무관하게, 보통의 일과에서 한참 떨어질 수 있어서 나는 그녀와 동행한 참이었다. 밤 열한시, 그녀가 처음 낙타를 봤던 때와 유사한 시각에 출발했다. 제희는 숲으로 향하는 길 내내 카메라를 허공에 대고 사진을 수차례 찍었다. 유사시에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총을 손질하는 군인같이. 숲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하자 제희의 이야기에서처럼 철조망이 숲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그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데, 제희가 불쑥 나에게 랜턴을 내밀었다. 왜요? 엉겁결에 랜턴을 받아들자마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철조망을 기어올라 금세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자아, 이제 랜턴 이쪽으로 던지고 넘어와요. 우리는 그렇게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캔버스 위에 시커먼 먹물을 수직으로 죽죽 그어놓은 것 같은 풍경. 숲에는 굵직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무들은 전부 특징을 잃고 하나의 거대한 그림자가 되었다. 우리는 난쟁이가 된 듯이 어쩐지 기가 죽어서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위가 구분되지 않아, 곧 어디에서 오는 길이었는지 방향 감각이 흐트러졌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과연 우리가 넘어온 철조망이 외부인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지 의심스러웠다. 밤중의 불청객은 대개 압도적인 어둠에 질려서 철조망 따위 없더라도 돌아 나갈 것 같았다. 만일 철조망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미지의 동물,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 개발, 무허가 공장. 마을 사람들의 소문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런 소문에 새삼 겁을 먹어서야 우스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결국 소문에 대한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숲에 들어오게 되었으니까.

『잡지』는 어떤 이들이 만드는가. 목이 뻣뻣할 때까지 원고 작업에 열중하면서도, E와 매달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도 풀리지 않던 그 의문이, 제희를 만나고는 조금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제희도 나도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E 이외의 『잡지』 관계자를 만나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만난 날,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는지 서로에게 앞다투어 물었다. 제희는 사진을 찍던 중 『잡지』를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유기동물을 찾아, 훗날 상을 받게 된 그 사진들을 찍던 중이었다. 거기에서 들개들은 누군가 몰래 버린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간절하게 물어뜯어놓았고 살찐 쥐들이 떼를 지어 시궁창에서 기어나왔다. 길고양이들은 어깻죽지에 긴 흉터가 났거나 귀가 반쯤 뜯겨나간 채로도 원래 다들 그렇게 태어난다는 것처럼 도도하게 침입자를 쏘아보았다. 제희는 뒷골목이 도시의 내장 같았다고 말했다. 세련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쓰레기가 되어야 했던 것들의 공간. 유흥업소 전단지와 불법 투기 쓰레기봉투가 뒹굴고, 유기동물의 사체와 그들이 생전에 싸질러놓은 배설물이 엉겨붙은 틈에 『잡지』 한무더기가 버려져 있었다. 대부분은 사람들 손에 들려보지도 못한 채 쓰레기 신세가 된 모양이었다.

폐수에 젖어 나뒹굴고 있는 똑같은 책 수십권. 열등한 것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는 작자들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저 책들은 유흥업소 전단지와 동급의 물건일 터였다. 쓸모없는 물건에만 관심 두는 사람들은 또 어떤 쓸모가 있을지, 나는 결국 그 책을 집어들고 한장씩 훑어보았다는 제희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적어도 『잡지』를 만드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순진한 일꾼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사람 다루는 방법만은 기가 막히게 아는 치들이라고 짐작했다. E는 용역 깡패에 붙잡힌 사람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가 그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변 필진이 숨어 다녀야 했다고 말했을 뿐. 그것은 내 신상을 알리고 다닌다면 타인의 실수 때문에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경고였을까, 아니면 내가 위험에 빠지더라도 누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었을까.

어느 쪽이었건 우리가 이 숲에서 험한 일을 당한다 해도 도와줄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숲에 들어온 후로 나는 제희의 뒷모습만을 응시해왔다. 제희는 랜턴을 들고 앞서 걸으며 집요하게 전방을 주시했다. 랜턴 불빛은 기대보다 약했다. 우리가 진흙을 밟는 소리, 마치 경찰이 범죄자의 거점을 수색하듯 바람이 풀숲을 뒤적이는 소리, 풀벌레 울음. 그런 것들에는 제멋대로면서도 일정한 리듬이 있어서 내 귀는 곧 숲의 온갖 소리에 익숙해졌다. 해서 그 틈으로 전에 없던 발걸음 소리가 들렸을 땐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저기, 하고 내가 제희에게 알리려고 말을 꺼내었으나 그녀는 고개를 돌릴 시간도 없다는 양 등 뒤로 손을 내어 보이면서 일렀다.

“잠깐. 조용히.”

제희는 마치 누가 총부리라도 들이댄 듯이 그 자세대로 멈춰서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제희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그 소리가 나만의 착각은 아닐 터였다. 제희는 불빛 때문에 무언가 놓칠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 랜턴을 꺼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나뿐인 랜턴을 그녀가 쥐고 있으니까. 어쩐지 내 주위에 모이는 인간들이라곤 죄다 독선적인 작자뿐인 것 같았다. 나는 수십개의 자석 틈에 놓인 쇠붙이처럼 사방으로 끌려다니는 것이다. 고시원에서 살다가 E를 만난 것도, 제희를 알게 된 것도, 숲에 들어온 일도, 결국 수락한 건 나였음에도 그 모든 일이 타인에 의해 결정되어 있었다는 생각. 그녀의 뒤를 부러 느릿하게 뒤따르는 동안 나는 그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니까, 한밤의 숲길에서, 제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될 때까지.

 

어떤 이들은 한번도 어둠 속에 놓여본 적이 없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더 많은 빛을 뿜어내어 어둠을 무슨 더러운 것인 양 지상에서 추방해내는 데에 골몰했고, 그 결과 어둠은 실패자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나는 고시원에서도 값이 저렴한 창문 없는 방을 골랐다. 빛이 들어올 틈이 전혀 없는 그 방에선 아침과 저녁이 구분되지 않았다. 새하얀 커튼을 투과하는 아침 햇살, 그런 서정적 이미지는 내 생활엔 없는 것이었다. 컴컴한 방에서 눈을 뜨면 꿈속의 장면이 차라리 아릿하게 밝은 것으로 기억되었다. 내 소망은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옮아갔다. 누구든 나에게 확실한 생활 방편만 마련해준다면 그를 위해 뭐든 해줄 텐데. 극작은 끝났다. 이제 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배우에게 대사를 주는 역할에서 떨어져 나와, 타인이 나에게 배역을 부여해주길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잡지』에서 일을 받게 된 이래, E가 전화를 걸어오면 나는 그게 업무에 관한 지시임을 알면서도 내심 싫지가 않았다.

제희씨랑 계속 접선은 합니까? 가끔요. 일에 대해 얘기도 좀 하구요? 음, 글쎄요. 아직 특별한 말은 못 들었습니다만. E는 지난번에 재즈바에서 업무를 지시한 뒤로 이주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가 숲으로 들어가기 며칠 전이었다. 그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제희에게서 작업물에 관한 말을 들은 게 없는지 재차 물었다. 내가 제희에게서 사진을 받아보긴커녕 어떤 작업을 했는지 들은 바도 없다고 말하자 E는 한숨을 쉬며 무어라 구시렁댔다. 인터넷을 통한 전화여서 그 말을 또렷이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제희가 연락이 되지 않는 데 대한 불평일 게 뻔했다. 작업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물어도 답이 없고, 사진 중 일부를 보내기로 했던 기한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말이 없다고 했다. 그녀에게 업무를 부과한 자신이 이 문제의 책임을 질 판이라고 E는 딱딱하게 내뱉었다.

나는 E에게 물었다. 저번에 그 얘기가 해결 안 된 거 아닌가요? 사진이 뭐 재현에서 벗어나느냐 하는, 추상적인 사진 말고 직접 취재해봐라 그 얘기…… E는 내 말에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그건 원래부터 제희의 마음대로 하게 둘 계획이었다고. 그녀가 고집 센 예술대 학생이라는 건 편집부에서도 알고 있었고 어차피 그녀에게 기대한 게 취재 사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좀 세련된 사진을 걸어두어 젊은 층이 『잡지』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할 생각이었다.

“이데올로기도 세련돼야 먹히는 시대잖아요?”

“그럼 저번엔 뭐하러 그 문제로 논쟁한 겁니까?”

“제 입장에선 통제해야 하니까요. 제희씨 같은 타입의 문제는, 보다시피 지시를 잘 안 따르는 거라서…… 공놀이랑 마찬가지인 겁니다. 둥글다보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물건을 이리저리 잘 굴리는 게 관건이죠.”

E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화를 통해서도 뚜렷이 감지되었다. 그는 여태껏 봐온 중에 가장 신랄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런 타입의 문제. 그렇다면 그는 나 같은 타입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E는 지금 이 문제엔 내 책임도 있다고 덧붙이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고시원을 전전하던 시절에 『잡지』를 발견했다. 창작은 지지부진한 생활을 묘사하되 그것을 실제보다 좀더 우월한 세계로 재창조하는 일한때 탐독하던 극작 이론서엔 그렇게 적혀 있었으나 그건 외국에 형편 좋은 학자의 주장이고, 나는 아무리 뻗대봐야 생활과 예술을 동시에 챙길 수 없었다. 한때는 찬란한 섬광을 내비치는 듯하던 책들은 내가 여태껏 공상에 빠져 살았다는 걸 증명하듯이 고시원 방 한쪽에 처치 곤란의 종이 뭉치로 남았다. 겉보기에만 멀쩡하면 매입가 좋게 쳐주는 헌책방에 그것들을 전부 팔아넘기면서, 나는 신분 세탁하는 범죄자가 된 양 비장한 기분마저 느꼈다. 방에는 이제 예전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내 몸뚱이를 제외하고는. 조금은 넓어진 방에 누워 잠을 청하며 어쩐지 공기가 서늘해진 것도 그 기분 탓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방 안을 감도는 묘한 한기는 날이 지날수록 무시 못할 것이 되어갔다. 며칠이 지나자 등뼈 사이사이에 서리 낀 양 허리가 시리고 뻐근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고통스러울 지경이 되자, 나는 이 문제엔 물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결론 내리곤 강박적으로 방바닥을 더듬었다. 그러자 밑에서 싸늘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장판을 들추자 나는 반사적으로 코를 틀어쥘 수밖에 없었다.

장판 밑의 시멘트 바닥이 하수구 악취를 풍기며 드러났다. 건물 벽을 통과하는 배수관 같은 게 터진 모양으로, 물길 따라 시커멓게 썩은 자국을 보자마자 이대로 오래 방치됐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즉시 장판을 도로 덮고 1층의 고시원 관리인에게 가서 따졌다. 건물 상태가 저러면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늙은 관리인은 읽던 책을 덮지도 않고, 얇은 철테 안경 너머로 나를 보았다. 오히려 조용히 하라고 검지를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3층에 구석방 맞지요? 안 그래도 배수관 공사 예정이니까 좀만 기다려요. 그러나 공사는 내 방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진행되다가 그쳤다. 내가 다시 따지고 들자 관리인은 엉뚱한 시설을 만지며 노력하는 척하다 관두었다. 미안해요. 그가 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해버려서 나는 진이 빠졌고 싸워볼 마음도 사라졌다. 이걸로 따지는 놈이 처음은 아닐 테지. 이번 달만 어떻게든 지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자고 체념하곤 방에 돌아와 불을 켰다. 시멘트 바닥에 신문지라도 두껍게 깔아볼까 생각이 들어 장판을 다시 들추었다. 그러자 거기에선 내가 처음에 보지 못했던 글귀들이 발견되었다.

이 방을 거쳐간 이들의 기록. 장판을 들춰본 사람이, 그리고 밑바닥이 썩어 있는 걸 어찌하지 못한 게 나뿐만이 아니란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벽이나 책상에 낙서하는 건 금지되어 있던 터라 다들 감방에 온 듯이 장판 밑에 몇줄씩 써둔 모양이었다. 장판을 더 들춰보니 아예 바닥 전체가 커다란 롤링페이퍼인 양 사람들의 글씨로 가득했다. 나는 꼴사납게 울컥해서 한줄씩 읽어내렸다. 실패를 인정하는 게 무서워서 통과 못할 시험을 반복하는 이들. 헤어진 연인을 저주하는 저속한 문구. 빚을 감당하지 못해 날마다 거처를 옮기는 도망자. 익명의 청자를 향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놓은 그들에게 나는 묘한 애정을 느꼈다. 그달 말에 방을 비우고 다른 고시원에 거처를 잡았다. 그날 나는 남은 돈을 털어 혼자 술을 마시고 밤거리를 배회했다. 폐수에 젖어 대개 활자도 알아볼 수 없게 된 책더미를 그때 보았다. 새삼 놀랄 것은 없는 광경이었다. 내가 팔아넘긴 책들도 몇명의 손을 거치고 나면 결국 저것과 비슷한 쓰레기통에서 명을 다할 예정이었다. 나는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잡지』를 집어들었다. 혁명, 민중, 정의. 뒷골목에서 썩어가는 주제에, 세상이 금방 뒤집어질 게 뻔하다는 듯이 허황한 승리를 주장하는 단어들. 그 시절에 나에게는 그런 종류의 거짓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내 고시원 동지들 역시 세상이 언젠가 한번은 뒤집어질 거라는 희망을 벗 삼아 창문 없는 방에 몸을 뉘었을 것이다.

버려진 것들이 어둠에만 묻혀 있는 사회는 뒤집어져야 마땅하니까, 우스꽝스러울 만큼 질 게 뻔한 싸움이라 해도 기꺼이 지는 편에 설 것이라고, 나는 전에 없이 감정적인 각오를 하면서 『잡지』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냈다. 하지만 다이얼을 눌렀을 때 들리는 건 이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뿐이었다.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뺨 맞고 꿈에서 깬 양 전화를 끊었는데, 오분도 지나지 않아 발신자 표시 제한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것이 E와의 첫번째 통화였다. 그날 이후 나는 E의 업무 지시에만 따라왔다. 제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눈이 숲의 어둠에 적응하길 기다렸다. 키 큰 나무들이 나를 둘러싸고 위협하듯 서 있었다. 우리가 향하던 방향으로, 아니 적어도 우리가 가던 길이라 생각되는 쪽으로 스무 걸음을 더 걸어가고 나서야 나는 제희가 시야에서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도시의 발광하는 밤거리에 익숙해 있던 터라 조금 떨어져 걷는다고 해서 사람을 이렇게 놓칠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섰다. 눈에 힘을 주고 달빛에 의존해 멀리까지 시선을 뻗쳐도 시커먼 나뭇가지뿐, 집구석과 동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어딘가로 추방당한 듯했다. 여기까지 들어온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대책 없는 짓이었는지. 나 자신이 숨바꼭질 중에 너무 멀리 도망쳐서 해질녘에 미아가 된 어린애 같았다. 낙타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두 손을 흔들며 떠들던 제희가 떠올랐다. 여긴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사는 곳이다. 그런 게 있을 리가. 다시는 이런 황당한 일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걸음을 떼었다.

멀리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혹여 발걸음 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싶어 귀를 기울였으나, 숲은 소음으로 가득했다. 나뭇잎 수만장이 수다스럽게 몸을 뒤척였고 찬바람은 목줄 끊고 달아난 짐승처럼 나뭇가지를 흔들고 돌아다녔다. 저쪽의 소리를 듣고 찾아가는 건 힘들 듯하니 내가 소리를 치기로 했다. 제희씨, 제희씨. 그렇게 부르며 숲길을 한참 걸었을 때 마침내 응답하듯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걸음 소리였다. 하지만 그건 두 발로 걷는 사람의 소리라기엔 좀 부산했다.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홱 돌렸다. 어둠 속이었으니 형체를 알아볼 수 있으려면 그게 무엇이든 내 코앞까지 와야 할 터였다. 둔탁한 발굽이 흙을 딛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그 소리가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 때, 나는 눈을 감았다. 밝은 빛이 번개처럼 터져 나왔기 때문에.

 

잠시뿐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에 낙타를 봤다고 말할 것이다.

 

*

 

다시 처음으로, 달빛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나는 사라진 단어를 선호한다. 수명이 다한 것들엔 진중한 울림이 있는 까닭이다. 지문이 없는 것, 과장된 것, 여기 나의 생활과 무관한 것. 연극을 통해 나는 삶을 실제보다 아름답게 가장하는 성채를 지으려고 했고, 사람들은 보통 자족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다. 연극을 그만두던 날, 무대 위에 의자를 하나 두고 앉았다. 텅 빈 객석을 기념사진처럼 눈에 담았다. 다들 어딘가에서 저마다의 생활이 소란스러울 것이다. 이 시대에 현실보다 자극적이지 못한 이야기들은 몇몇 어휘와 함께 침몰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현실에서 달아나려고 애썼던 만큼 가능한 실리만을 따지는 인간이 되어보려고 작정했다.

『잡지』에 몸을 담은 건 실리에 따른 판단이었을까. 나는 그 일을 통해 여전히 무언가 새로운 것을 이뤄보겠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눈이 뻑뻑할 때까지 원고를 들여다보다가 창밖에 시선을 던질 때면 그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기도 했다. 시대와 맞지 않은 탓에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해, 세상 자체와 부딪치기로 한 투사에 나 자신을 투영해보는 것이었다. 창밖으론 동네를 반원으로 둘러싼 숲이 내다보였다. 사람이 오가지 않는 숲의 정경은 공상을 펼치기 좋은 도화지 역할을 해주었다. 『잡지』가 배포된다. 도시 곳곳으로. 퇴근하는 시민들, 술에 취한 학생, 주휴수당을 당연히 받지 못한 편의점 알바, 뜨거운 기름이 튀어 손등에 화상을 입고도 일이 서툴다고 오히려 타박을 받는 식당 종업원, 밤마다 유흥업소에서 낡은 관악기를 부는 중년의 악사. 굶주리면 어떤 일이든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한패였다. 가끔은 내가 옮기는 체제니 자본이니 하는 글들이 정말 거대한 주먹이 되어 현실을 후려칠지도 모른다고, 모두를 함께 분노케 하여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마치 내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초월자인 양 꿈꾸었다. 그럴 적마다 나는 평생 연극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뒤이어 들었다. 창문을 닫고 다시 책상 앞으로.

“뭘 찍은 거예요?”

나는 환하게 웃고 있는 제희에게 고작 그렇게 물었다. 플래시. 황급히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 그녀가 말도 없이 랜턴을 꺼버리는 바람에 서로 놓쳐버렸다가 찾은 상황, 내가 몇마디 쏘아붙여도 괜찮을 입장이었는데도 카메라를 손에 들고 빙글빙글 웃는 얼굴을 보자 당장 무슨 상황인지가 우선 궁금해졌다. 제희는 둘 다, 라고 대답했다. 둘 다? 내가 되묻자 제희는 나를 턱짓하고는 손가락으로는 내 등 뒤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숲은 여전히 어두웠다.

못 봤어요? 제희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내 팔을 움켜쥐고는 조금 전에 손짓한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동안 잠시 서로를 놓쳐서 헤맸던 일에 대해선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제희는 두서없는 말을 재잘거렸다. 진짜 있었다고. 사진도 몇장 찍었으니 이따가 보여주겠다고. 동물원에서 도망쳤을까? 혹에 이끼 같은 게 끼어 있어요. 여기 오래 살았나봐. 플래시를 터뜨리면 무서워서 도망가더라구요. 그래도 또 찾을 수 있을 거야. 좀 빨리 따라와봐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근거로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제희는 씩 웃었다. 여기가 이제 유일한 집일 테니까요.

무언가 발견했는지 제희의 걸음이 느려졌다. 나도 멈춰섰다. 제희는 전방의 어둠을 또렷이 응시하며 카메라를 잡았다. 저기 보라는 듯 턱을 까딱하는데,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녀가 당연히 나보다 날카로운 눈을 지녔을 것이다. 그 이야기가 진짜일지도 모른다. 정말 저기에 뭐가 있을지도. 셔터 소리. 번쩍하는 빛. 플래시가 비추는 찰나에 어둠 속에서 두개의 혹을 본 듯했다. 하지만 도망가는 발굽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희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셔터를 다시 누르려고 했다. 나는 보이지 않는 피사체에 한 걸음 다가갔다. 좀더 정확히 보기 위해서. 이번에도 아주 잠깐뿐일 테니까. 제희가 셔터를 누르길 기다리며, 나는 내가 여태껏 이렇게까지 빛을 갈구해본 적 없다는 이상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소설 | 심사평

 

희망이라는 단어가 소중한 시절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심사는, 이 절망의 시대에도 자신만의 문장으로 세상을 새롭게 직조하려는 젊은 문학도가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긴 뜻깊은 자리였다. 이전의 그 어느 세대보다 경쟁에 떠밀리고 생존과 싸우면서도 저마다의 고민과 열망을 키워가고 있는 이 시대 대학생들의 또다른 얼굴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굳이 경향을 언급하자면, 경제적 어려움과 비정규직의 불안 같은 고단한 청년의 이야기가 단연 많았고 무국적의 배경과 인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도 여럿 있었다. 요사이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여성의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 역시 눈에 띄었다. 물론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다. 아무리 기발하고 신선한 이야기라도 서사의 나열에 그친다면 좋은 소설이 될 수 없다. 모든 응모자에게 개연성 측면결국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자신의 작품을 한번쯤 더 고민해볼 것을 당부하고 싶다.

 

306편의 응모작 중에서 본심에서 주로 언급된 작품은 「한낮의 달」 「스마일 핸드롤링」 「8의 공원」 「너머의 명」 「배트키즈」 그리고 「조명은 달빛」이었다.

「한낮의 달」은 정선 카지노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였고 구성에서 고민한 흔적도 엿보였다. 그러나 인물 모두가 유령을 볼 수 있고 그것에 집착한다는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다. 또한 사이사이 인용된 조지 오웰의 문장은 소설과 겉도는 느낌이다.

「스마일 핸드롤링」에서 묘사된 놀이공원 알바의 고단한 현실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주인공의 머리카락에 대한 강박관념이 설득되지 않았고, 병원에서 얼굴에까지 머리카락을 심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요령부득이었다.

8의 공원」과 「너머의 명」은 담담한 서술이 인상 깊었다. 「8의 공원」에서는 가난한 젊은 부부의 상실감이, 「너머의 명」에서는 인터넷서점 직원의 고독한 일상이 그 담담한 문장에 실려 전달됐다. 그러나 담담하다는 건 밋밋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사과정에서 특별히 언급된 「너머의 명」 역시 회원조회로 타인의 흔적을 찾는다는 설정과 자연스러운 문장은 호감을 샀지만 두고두고 기억될 만한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경쟁한 두 작품은 「배트키즈」와 「조명은 달빛」이었다. 두 작품은 흥미롭게도 상이한 특장을 갖고 있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단박에 읽어 내려간 「배트키즈」는 매끄러운 서사 진행과 능청스러운 분위기로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자질을 짐작게 했다. 이국을 배경으로, 이국의 인물이 나오는 설정은 자칫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배트키즈」는 별것 아닌 것을 소설화하면서 외려 지금 이곳의 현실에 대한 우화로 확장하였다. 그러나 주인공이 래퍼가 될 거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첫 문단의 일화를 위해 가져온 도식적인 설정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환기하려 했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 앞에서 심사위원은 재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조명은 달빛」은 탄탄한 구성과 진정성 느껴지는 문장을 특장으로 한다. 전 시대 유물 같은 좌파 월간지를 다루면서도 그 잡지와 관련된 인물을 심각하기보다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더욱 흥미로웠다. 충분히 현실적인 소설인데 굳이 숲과 낙타라는 환상성이 필요했는지에 대해선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있었으나, 구성과 문장이라는 소설의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감했다. 긴 토의 끝에 결국 「조명은 달빛」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쓰는 걸 멈추지 않는 이상 이미 재능있는 미래의 작가라고, 이번에 기회를 놓친 모든 응모자에게는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김인숙 정찬 조해진

 

 

 

소설 | 당선소감

 

작가가 이야기를 쓴다기보다 이야기가 작가를 선택하는 건 아닐까. 소설은 고분고분하지 않다.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 작가가 그럴듯한 계획을 세워놓아도 언제든 제멋대로 꼴을 갖출 수 있다. 내 역할은 떠오르는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내놓는 것뿐이었다. 이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를, 또 다음을. 몇년간 이야기가 그치지 않고 떠올랐으므로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그 고된 과정이 아주 의미없는 건 아니었다고, 상을 받게 되어 처음으로 생각한다. 가능성을 믿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

 

책이 가장 좋은 스승이었다. 앞선 작가들의 미문을 필사하며 글쓰기를 익혔다. 한쪽에는 책, 한쪽에는 종이. 왼손으로는 책이 덮이지 않도록 눌러 쥐고, 오른손으로는 펜을 들어 공책에 한줄씩 베껴 적는 순간. 그 문장들의 맛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천천히 소리 내 읽곤 했다. 그들에 비하면 나의 글은 보잘것없어서 절대 세상에 나오지 못할 거란 생각도 했으나, 애당초 누구의 기준에 들겠다는 강박도 없었다. 단지 문학이라는 추상을 동경하여 가까이 가고자 했다. 이것이 창작에 임하는 바른 자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여태껏 그래왔듯이 내가 써야 한다고 믿는 이야기를 계속 쓸 것이다. 타인의 인정과는 무관하게.

 

작가도 인간이고 인간은 당연히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이른 나이에 글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어떤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책, 문예, 글쓰기 등에 전념할 기회를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낭만은 어떤 계층만의 유희다. 가족의 경제적 도움이 나의 미약한 재능 따위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음을 안다. 나는 불안할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 사실만은 절대 잊지 않을 작정이다.

박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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