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수도권 도시회랑과 남북한 대운하

 

 

김석철 金錫澈

건축가, 도시설계가,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 명지대 건축대학장. 저서로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등이 있음. archiban@archiban.co.kr

 

 

1. 들어가며

 

1967~69년 2년 동안 밤을 새워가며 쓰고 그린 「여의도 한강연안 개발계획」 책자를 분실했다가 최근에 청계천 헌책방에서 찾았다. 40년 전 나의 한반도 구상을 다시 읽으면서 분단체제가 한반도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새삼 실감하였다. 연전에 출간한 졸저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창비 2005)에서는 분단체제와 동아시아 전체의 변화를 의식하고 새로운 공간전략을 제시하고자 했으나 정작 한반도의 북녘에 대해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9월‘수도권 도시회랑과 남북한 대운하’란 주제로 제29차 세교포럼(세교연구소, 2007.9.14)에서 발표한 내용에‘흔들리는 분단체제’를 예언한 백낙청(白樂晴) 교수와 남북관계 전문가 서동만(徐東晩) 교수를 비롯한 세교연구소 회원들의 논평과 윤여준(尹汝寯) 전 환경부장관, 심재원(沈載元) 전 개성공단 및 케도(KEDO) 단장 등 초대손님의 의견을 더하여 「흔들리는 분단체제와 파동의 한반도」라는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 김영삼(金英三) 부산발전연구원장이‘수도권 도시회랑’과‘낙동강 운하도시’안을 구체화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이렇게 머릿속의 구상이 실제 프로젝트가 되고 보니 단순히 세교포럼 발표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공동사업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고, 도시사업은 대부분 수도권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한반도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게 될 경부운하, 세칭 한반도 대운하는 나의 남북한 대운하와는 발상부터 다른 일이지만, 그 기종점(起終點)인 낙동강 하구도시안을 제안하는 입장이다 보니 수도권 도시회랑과 남북한 대운하를 선언적으로 표명하는 것에만 그칠 수도 없게 되었다. 이 글은 이런 배경하에서 씌어진 것이다.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를 내면서도 그랬지만 공간형식을 언어형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한다. 구상중인 도시설계를 글로 쓰는 일은 작곡중인 음악을 설명하는 것만큼 난감한 일이다. 도시공간은 언어형식이 아니라 시각형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세교포럼 발표에서 흔들리는 분단체제를 파동의 한반도라고 은유적으로 말한 바 있다. 이는 한반도가 과거와 미래의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파동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구려가 평양과 만주를, 신라가 서울과 동남해안을, 백제가 부여와 서남해안을 아우르던 때가 한반도의 에너지가 최고이던 시기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 한반도의 기반은 가야를 병합한 신라가 고구려의 동해안 거점인 원산과 백제의 수도 서울을 점령하여 바다를 장악한 뒤 당나라를 끌어들여 불완전하지만 삼국통일을 이룸으로써 마련되었다. 통일신라 이후 1300년을 하나의 정치·문화공동체로 지속한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원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중국과 미국, 소련과 일본의 완충지대로 분단된 60년 동안, 북은 바다와 차단되고 남은 대륙과 단절된 채 상이한 길을 걸었다.

남한이 북한과의 대치 한가운데서도 이만한 경제대국이 된 것은 방패 역할을 맡은 북한과 달리 개방의 역할을 맡은 덕분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선이 된 북한은 세계와 차단되어 고립된 데 비해,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남한은 냉전시대는 물론 세계화시대에도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물적 배경을 얻었던 것이다.

현재 남한의 철강, 조선, 반도체는 세계 최강이고 남한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프랑스, 이딸리아에 버금가지만 북한은 경제사정이 심각하다. “남북관계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분단사회를 제대로 넘어선 신세계가 한반도에 자리잡으려면”(백낙청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삼국시대 한반도가 가졌던 역동적 에너지를 남북한이 함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재현해내어 7세기의 삼국통일 같은 부분통합이 아닌 한반도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핵심이 수도권 도시회랑과 남북한 대운하인데, 뒤에 설명하겠지만 이 둘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사업으로 봐야 한다.

흔들리는 분단체제를 파동의 한반도라 말하는 것은 남한과 북한이 삼국시대같이 공존하면서도 각자의 내부 에너지를 키우고 대외적으로 강력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남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에너지와 물과 인구 문제는 이러한 상황 인식하에서만 특단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그 답이 수도권 도시회랑과 남북한 대운하인 것이다.

 

 

2. 수도권 메트로폴리스와 도시회랑

 

분단체제로 야기된 남한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서울 수도권 일극집중과 그에 따른 양극화 및 불균형 발전이다. 수도권의 과잉집중과 비효율은 남한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수도권 해법을 남한이 아니라 1천년 넘게 한반도의 수도였던 개성·서울과 7세기 삼국시대의 중심도시였던 평양·서울·공주를 포함한 대수도권에서 찾아야 한다.

메트로폴리스는 대도시가 중소도시와 농촌을 종속시킨 거대도시와 달리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군소도시가 상생하는 어번클러스터(urban cluster)이다. 오늘의 세계는 서구열강이 아니라 런던·빠리·뉴욕·토오꾜오·뻬이징·샹하이 등 메트로폴리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