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순정과 지조의 문학정신

김병걸 문학평론집 『격동기의 문학』, 일월서각 2000

 

 

구중서 具仲書

문학평론가·수원대 교수 kwangsanjs@yahoo.co.kr

 

 

지난해 가을 문학평론가 김병걸(金炳傑) 선생이 별세하였다. 향년 77세였다. 그는 외로이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한권의 문학평론집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놓고 있었다. 이 책에 발문을 쓴 이선영 선생은 김병걸 선생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아직 저자가 타계하기 직전에 책의 제작이 끝난 셈이다. 책의 출간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김병걸 선생의 생애가 끝났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말하였다. “나는 문학을 천직으로 태어난 인간이라고 자부한다.”(5면) 이렇게 말해놓고 그는 다시 말했다. “어떻게 보면 나의 문학은 완전 실패작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문학을 선택한 것을 더없이 큰 자랑으로 삼는다. 죽었다 다시 세상에 나와도 나는 역시 문학을 선택할 것이다.”(같은 곳)

김병걸 선생의 문학평론 문장이 시적 감수성을 감당한다든가 좀더 조율이 된 어휘를 구사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자신의 문학이 ‘실패’였다고 하는 말은 지나친 겸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