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시대의 과제, 검찰개혁

 

 

박근용 朴根勇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공저 『MB의 비용』이 있음.

 

석진환 昔鎭桓

한겨레 사회부 법조팀장

 

임수빈 任秀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법학전문박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정연순 鄭然順

법무법인 지향 대표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박근용(사회) 오늘 대화는 검찰개혁을 주제로 합니다. 검찰개혁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어왔음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촛불정국에 들어서면서 김기춘-우병우 등으로 대표되는 적폐가 만천하에 드러남으로써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영역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대두된 상황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될 전망인 만큼 오늘 창비의 대화 지면을 빌려 검찰의 문제와 개혁 방향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검찰과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정연순 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민변이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법률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은 특히 주된 관심사안입니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서 민변이 최우선적인 개혁과제로 꼽는 것 역시 언론개혁과 함께 검찰개혁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왼쪽부터 박근용, 석진환, 임수빈, 정연순. © 이영균

왼쪽부터 박근용, 석진환, 임수빈, 정연순. © 이영균

 

박근용 반갑습니다. 민변의 활약을 더욱더 기대해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임수빈 저는 20년 정도 일했고 지금은 변호사 9년차입니다. 제가 이번에 ‘검찰권 남용에 대한 통제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는데요, 이 논문을 쓰게 된 계기로 소개를 대신하겠습니다. 검사로 근무할 때는 검찰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잘 몰랐는데 변호사를 해보니까 너무 많은 문제가 보이더라고요.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몇년간 검찰이 계속 꼴찌를 하는데도 검찰은 전혀 변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검찰이 어떻게 될지…… 제가 청춘을 바친 조직이라서 검찰을 미워할 수는 없어요. 오히려 검찰을 사랑하기 때문에 검사님들한테 이대로는 안 됩니다, 제가 본 문제점을 같이 토론해봅시다 하고 다가가는 마음으로 논문을 썼습니다.

 

박 근 용 (朴根勇)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공저 『MB의 비용』이 있음

박 근 용 (朴根勇)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공저 『MB의 비용』이 있음

박근용 이 논문은 저도 읽어보았는데, 법무부가 구매해서 토론교재로 검사들한테 배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가 이 대화를 보신다면 고려 부탁드립니다.(웃음)

 

석진환 저는 한겨레 사회부에서 법조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여러 출입처를 도는데 저는 이번에 법조 출입을 세번째로 하게 됐습니다. 처음 출입할 때가 노무현정부 2년차였는데, 그때가 사개위(사법개혁위원회)와 사개추위(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설치됐을 때라 당시 검찰과 법조계 전반의 개혁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뒤로 2009년에 다시 검찰에 출입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이명박정부 2년차로 당시 검찰이 수사했던 대표적인 사건이 PD수첩,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이었습니다. 이런 수사들을 지켜보고 취재하면서, 아 노무현정부 때 내가 지켜봤던 사법개혁 논의들이 말짱 도루묵이 됐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출입이고 곧 정권이 바뀔 텐데,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번에는 꼭 검찰이 개혁되고, 또 그런 개혁이 시스템적으로 완성되는 것을 보고 다른 출입처로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근용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도 평소에 사법개혁, 검찰개혁 문제를 논의하러 여러 자리에 나가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진행을 요청받았는데, 저보다 훨씬 더 가까이서 검찰의 모습을 지켜보고 경험하신 여러분께 말씀을 들으면 시민의 입장에서 제게도 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선 여쭙고 싶은 질문이 있는데요, 지난 몇년을 돌아봤을 때 검찰이 가장 잘못 처리한 사건, 혹은 우리 사회에 가장 악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검찰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들

 

석 진 환 (昔鎭桓) 한겨레 사회부 법조팀장

석 진 환 (昔鎭桓)
한겨레 사회부 법조팀장

석진환 수사를 해서 문제였던 사건과 수사하지 않아서 문제였던 사건, 두가지로 나눠서 꼽아보고 싶습니다. 전자는 이른바 박연차게이트인데요, 이 사건이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까지 이어졌지요. 당시에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같은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만 실제로 최초 보도 때부터 굉장한 언론플레이가 있었습니다. 기획부터 발생 과정, 결과까지 기자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은 선례로 남아 있습니다. 광우병 촛불을 겪은 이명박정부가 정국전환용으로 꺼내든 칼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한테 정치적으로 한이 맺히게 했습니다. 이건 두고두고 후과를 남겼는데요, 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거친 태도만 해도 그렇고, 여러모로 우리 사회를 갈라놓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사를 하지 않아서 문제였던 건 너무 많아서 꼽기가 어렵기도 하고 그걸 밖에서 일일이 알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하나를 꼽자면 BBK 사건을 들고 싶습니다. 이 문제를 덮은 검찰의 주역들이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 후배들이 뭘 느꼈겠어요?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봐요. 우병우의 존재만 봐도 그렇고요.

 

 

임 수 빈 (任秀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법학전문박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임 수 빈 (任秀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법학전문박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정연순 민변에서는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재벌은 봐주기 수사, 정치권력은 부실수사, 저항세력은 남용수사라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저도 석기자님처럼 뭔가를 한 수사와 안 한 수사로 나누어서 말해볼까 해요. 기소해서 문제였던 사건은 NLL대화록 관련 사건을 꼽고 싶습니다. 2013년 검찰이 노무현정부 관계자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무죄 판결을 보면 매우 간단한 문제였어요. 이들이 삭제했다는 기록물이 원본이 아니고 초본이라서 무죄라는 건데요, 사실관계가 애매해서 수사를 열심히 해야 하거나 아주 복잡한 법리판단이 필요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검찰 또한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정치적인 목적에서 무리하게 기소하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정권이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국민들뿐 아니라 남북 간에도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줬다 보고요. 수사를 안 한 사건은 대표적으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꼽고 싶습니다. 고 성완종씨가 사업가이며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했던 분인데 자기 목숨을 담보로 해서 폭로했거든요. 정권실세인 김기춘씨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자금을 줬다고요. 그러나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죠. ‘십상시’ 논란부터 시작해서 성완종 리스트, 최순실게이트와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는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 문제에 대해서 과연 검찰이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을까요? 대통령 탄핵은 한편으로 민주주의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고, 큰 피해를 우리 모두가 감수하면서 치러낸 사건입니다. 만일 검찰이 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권력비리를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국가적·사회적 손실을 막을 수 있었겠지요.

 

정 연 순 (鄭然順) 법무법인 지향 대표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 (鄭然順)
법무법인 지향 대표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박근용 NLL대화록 사건을 두고 정치행위를 이념화시킨 사건이자 검찰이 법률가로서 충분히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건을 굳이 기소까지 한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러면서 결국 검찰이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찬가지의 사례로 PD수첩 사건이 떠오릅니다. 저 같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그랬지만 당시에 법조계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당사자였던 임수빈 변호사님은 말씀을 아끼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당시 수사 담당자로서 그런 주장을 하다가 옷을 벗게 된 거라고 밖에서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석진환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한말씀 드리면 언론도 굉장히 잘못하는 것이, 한창 수사할 때는 기사를 엄청 많이 받아서 쓰다가 나중에 무죄가 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기사는 사실 거의 안 써요. 제가 17년 전에 입사할 때부터 지적받았던 부분인데 저희를 포함해서 잘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연순 언제부터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언론이 밖에서 불러주는 대로 기사를 따라 쓰기 한다는 느낌입니다. 검찰의 발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걸 좇아가요. 그러니까 수사 단계에서 검찰이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죠. 나중에 무죄를 받더라도 국민들의 머리에 그건 남지 않습니다. 당사자는 이미 욕을 다 뒤집어쓰고 명예가 완전히 추락되고 말죠. 권력은 그걸 정치적으로 악용하고요.

 

석진환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사실 언론의 태도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 메이저 언론은 검찰에 굉장히 우호적입니다. 실제 검찰은 평소에도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논리를 전하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요. 집권 초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이 높을 때 빨리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실현 가능성이 점점 멀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검찰

 

박근용 참여연대에서 검찰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매년 내는데 얼마 전에는 박근혜정부 4년간의 검찰을 종합하는 보고서와 함께 토크콘서트를 연 바 있습니다. 거기 오신 분들께도 가장 부정적으로 처리된 사건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제일 많이 거론된 것이 (박근혜 4년을 중심으로 물어봐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정윤회 국정개입의혹 문건과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였습니다. 우병우 수석과 관련해서는 2016년 여름께부터 관련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되었음에도 수개월 동안 검사들이 전혀 수사의지를 가지지 않았던 것을 시민들이 특히 문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한편 최근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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