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 │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묻는다

 

시민단체의 공익성과 이념

 

 

김석준 金錫俊

한국NGO학회 고문, 한국행정학회 회장, 비전@한국 공동대표,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 저서로 『거버넌스의 정치학』 『한국산업화 국가론』 『경제민주화의 정치경제』 『열린사회 열린정보』 등 다수. ksj@ewha.ac.kr

 

진중권 陳重權

평론가.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저서로 『미학 오디세이』 『춤추는 죽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폭력과 상스러움』 등이 있음. mkyoko@chollian.net

 

 

발제 1: 김석준

 

1. 머리말

한국의 시민단체는 지난 15년 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고화 그리고 시민사회 성숙에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이룬 부작용으로 여러가지 문제들도 내포하고 있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 ‘백화점식 운동’ ‘쎈쎄이셔널리즘’ ‘지나친 연대활동’ ‘소수 시민단체의 독과점체제’라는 비판 외에 ‘시민단체의 지나친 정치화’가 ‘홍위병’ ‘포퓰리즘’ 및 ‘운동정권’ 논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 실패’를 우려하기까지 한다. 특히 ‘노사모’나 ‘국민의 힘’과 같이 특정 정치세력과 밀접하거나 ‘재야운동권’의 후예 및 특정 이익세력과 구분되지 않는 조직들마저 시민단체를 표방하면서 시민단체의 공공성과 책임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역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를 조직화하여 국가적인 국책사업을 방해하고 공공성을 해치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권력이나 자본과의 관계에서도 공적으로는 비판적이나 실제로는 유착하는 이중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게다가 남남갈등이나 국내 정책이슈에 대한 단체별 이념적 접근이 달라지면서 서구 선진국들이 20세기에 겪은 이념적 분화과정이 탈이데올로기의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때늦게 진행되어 심지어 시민단체가 사회통합보다는 사회갈등의 요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2. 한국 시민사회의 전개와 이념적 분화과정

한국의 시민단체는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YMCA, YWCA, 흥사단 등과 같은 합리적 중도보수단체들이 뿌린 씨앗 위에 출발했다. 그러나 1960~87년의 산업화 과정에 등장한 개발독재체제에 저항하는 ‘반독재’와 ‘반체제’ 운동이 학생운동, 노동운동 및 민주화운동과 연계되면서 ‘좌파운동권 단체’들은 권력과 자본에 대해 ‘불법반체제운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다가 중산층 시민이 주도한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개발독재체제를 붕괴시키면서 중도시민단체의 활동여지를 마련했다. 이에 1989년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를 포괄하는 경실련이 창립되면서 본격적인 중도시민운동이 시작되었다.

시민사회는 내부적으로 경실련 중심의 시민단체협의회(시민협)가 주도하던 시기(1989~97)에서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중심의 총선연대·개혁연대 주도 시기(2000~2003) 및 다원화 시기(2003~현재)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민단체 내부의 헤게모니 이동은 시민단체의 공공성과 책임성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꽃을 피운 경실련은 1989년 창립 이후 적어도 세 가지 기본원칙에 충실했다. 그들은 합법운동, 합리적 대안 제시 및 이해당사자의 자발적인 수용이다. 첫째로 아무리 민주주의가 중요하더라도 법질서의 테두리에서 ‘악법도 법’인만큼 합법운동을 준수했다. 이것은 과거 반체제운동과 다른 점이다. 둘째로 일방적인 비판이나 파괴적인 부정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으며, 셋째로 아무리 좋은 대안이라도 이해당사자들이 중재자를 불신하거나 일방이 도저히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중재를 강제로 압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원칙에 따른 경실련 운동은 서울지하철파업, 한·양약 분쟁 등 정부나 국회 및 정당이 할 수 없었던 합의를 도출해 공익 창출에 기여했고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이 때문에 경실련은 좌파운동권으로부터는 ‘개량주의’라는 비판을, 우파로부터는 ‘급진개혁주의’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이 지지한 이 중도개혁주의 운동은 초기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경실련이 당초의 정치권력 및 자본과의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금융실명제나 정부개혁작업에 지나치게 참여하면서 형성된 권력유착이 시민사회 내부에서 비판대상이 되고 도덕성 문제가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으며 스스로의 기반이 훼손되었다.

둘째,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주도의 연대 시기는 경실련 주도기와 달리 ‘악법은 지키지 않는다’는 방법론적 차이와 권력 및 자본 비판에서도 급진적·중도좌파적이어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