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핏물이 흥건하다. 문장 곳곳에 왜 이렇게 칙칙한 핏덩어리들을 걸어놓은 것일까? 그 점이 저 흔한 서정시들과 맞서는 점이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 기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그것은 화자가 이 세상을 하나의 ‘식육 코너’로 취급하려 하기 때문인데 처음부터 그는 “책갈피/넘길 때마다 핏물이 묻어나오는 시집을 묶어/팔고 싶다”(「식육 코너 앞에서」)고 말한다. 그것도 책방이 아닌 식육 코너에서 팔고 싶다고.‘시’에 대한 지독하고도 완곡한 야유요 슬픔에 잠긴 비명이라고 하겠다. 독자는 식육점에서 그의 시를 사다가 피를 뚝뚝 흘리며 읽어야 하고 그것은 어느 순간 끝내 ‘폭식’이 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