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 다시 읽고 싶은 책

 

 

신동원 『호환 마마 천연두』, 돌베개 2013

개념과 번역의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병’의 근대성

 

 

최은경

崔銀暻 /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 qchoi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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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과 근대 서양식 의료가 공통의 의학체계이자 언어가 된 오늘날 사회에서는 질병, 병원, 의료, 의사 등이 하나의 개념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되기 쉽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서는 어떤 용어나 지칭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쟁과 경합이 곧잘 벌어진다. 일례로 간호법 논쟁을 생각해보자. 최근에 입법 추진 중인 간호법은 기존의 의료법에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의되어 있던 간호사의 업무 및 행위를 확대하여 해석하는데, 인접 의료직의 반박과 재정의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간호 개념은 규범적으로 역사-사회에 선행하기 어렵다. 간호 개념은 역사적으로 병원 제도의 도입 및 의료행위자들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의료에서 개념들이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볼 때, 의료 개념 역시 다양한 행위자들의 해석과 번역의 과정을 거치는 작업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근대 이후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생 전과정에서 의료적 개입의 영향을 받는 생의료화의 시대, 의학적 개념이 가지는 권력이 큰 상황에서 그것은 일종의 권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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