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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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현 姜瑞現

한국외대 영미문학전공 4. 1987년생.

thessalythea@hanmail.net

 

 

 

블랙아웃

 

 

씨놉시스

지적 장애를 가진 순이는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대개 이사를 갔고, 막 이사 채비를 마친 경수네마저 떠나버리면 남는 것은 순이네뿐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거처조차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순이에게 내비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성실히 주인 없는 공터에서 채소를 키우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줍는다. 순이의 모자란 지능은 할머니의 지혜가 채우고, 늙고 쇠한 할머니의 체력은 순이의 젊음이 채운다. 가난하고 부족한 삶이지만, 할머니와 순이의 일상은 평화롭다. 이들의 조화로운 삶을 깨뜨리는 것은 재개발에 대한 압력도, 순이의 모자란 지능도, 할머니의 약한 몸도 아니다. 자신은 순이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하지만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지는 힘없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낡은 복도식 아파트를 무대로, 낯선 소리가 주는 공포심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씨나리오다. 자신보다 더 약한 자에게 악랄해지는 인간의 잔인성과, 순이를 더 깊은 어둠으로 몰아넣는 것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다.

 

*지면사정으로 작품의 일부만 싣습니다. 씨나리오 전문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편집자.

 

 

(전략)

 

4. 골목길. 새벽

할머니, 작은 손수레를 끌며 좁은 골목길을 오른다. 수레에는 이미 상자가 가득 실려 있고, 한쪽으로 할머니와 순이가 배달해야 하는 우유가 보인다. 순이는 잠이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수레를 끄는 소리가 느리고 고르게 이어진다. 할머니의 한쪽 다리를 끄는 발소리와 타닥타닥 걷는 순이의 발소리가 새벽의 골목을 울린다.

앞서가던 할머니의 수레가 멈춰서자 순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본다. 할머니가 골목에 버려진 상자를 가리킨다. 순이, 그 상자를 주워 수레에 싣는다. 순이, 계속 잠이 깨지 않아 연신 하품을 한다. 할머니, 순이가 상자를 싣자 다시 힘겹게 수레를 끈다. 다시 이어지는 수레 끄는 소리와 두사람의 발소리. 할머니의 발소리, 점점 느려지고 한쪽 다리를 끄는 소리가 더욱 심해진다. 우유주머니를 집어드는 순이, 할머니를 앞질러 걸어간다. 순이의 빠르고 힘찬 발소리. 순이, 골목을 쏘다니며 우유를 배달한다. 순이는 여전히 잠이 덜 깬 모습이지만 배달해야 하는 곳을 정확히 알고 움직이고 있다.

 

<Cut to>

순이, 대문에 걸린 우유주머니에 우유를 넣고 있다. 그와 동시에 한쪽에서 불이 켜진다. 그를 보자 돌아서는 순이. 곧이어 대문이 열리고 할아버지1, 대문 밖으로 나온다.

 

할아버지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