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나리오

 

 

정상현

정상현 鄭尙鉉

추계예대 영상문화학부 4학년. 1979년생.

mariobava@hanmail.net

 

 

 

탈선

 

 

씨놉시스

사랑하는 딸을 껴안아준 뒤 아내에게 입 맞추고 집을 떠나 지방 출장을 가는 보험조사원 우고진.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불만을 느낀 중년 부인의 협박으로 피곤하지만 가족이 있기에 행복하다.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승용차를 몰고 국도에 진입하자마자 히치하이킹하는 팔등신의 매력적인 여자를 태우게 된다. 옆에 탄 여자를 시기라도 하듯 앞길을 내주지 않고 욕설을 내뱉으며 시비 거는 거친 밀렵꾼들. 고진이 밀렵꾼들의 지프를 앞지르다 작은 충돌이 발생한다. 더러운 일, 남들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방관해온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의 고진은 도망가듯 모른 척 지나간다.

잠시 휴게소에 들르는 사이 사라져버린 여자, 그리고 밀렵꾼들의 등장! 고진은 승용차를 몰고 홀로 도망친다. 하지만 얼마 뒤, 사라진 여자는 고진의 차 트렁크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보험금 조사를 하면서 참혹한 사건사고들을 많이 본 고진. 그래서인지 그의 생활방식은 방어적인 경우가 많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던 고진은 시체에 묻은 자신의 지문 등을 제거한 후 시냇물에 그 시체를 흘려보내고 모른 척 길을 떠난다.

마음을 안정시키며 출발하는 순간, 그 앞에 버젓이 놓여 있는 여자의 시체! 시냇물에서 갓 건져올린 듯 촉촉하다. 도대체 누가, 왜, 시체를 이렇게 옮겨놓은 것인지 아니면 고진의 착각인지.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믿지 못하는 듯 시체를 손으로 찔러본다. 보험금 지급에 원한을 품은 중년 부인의 복수인지 앞서 시비가 붙었던 밀렵꾼들의 짓인지 혼란스러워지는 상황.

시체를 다시 유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쫓는 것만 같은 승용차와의 미묘한 신경전. 일이 꼬여가면서 범인이라 생각되는 사람을 구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전혀 상관없는,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하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시체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 다시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 안에 놓여 있는 등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더욱 큰 위압감을 느끼는 고진. 심지어는 보이는 모든 사소한 것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을 법한 모든 것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적으로 여겨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승용차 안에 놓여 있는 피 묻은 칼과 날카로워지는 고진의 포악한 행동은 점점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데, 밀렵꾼들이 재등장하고 시비가 격해지는 과정에서 배후의 누군가가 이것들을 사주했음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 더불어 시체가 밀렵꾼들의 손에 있음이 밝혀진다. 시체를 유기하며 모른 척 피해가던 고진, 이제 시체를 찾아, 진실을 찾아 밀렵꾼들의 지프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극단적인 사건과 비논리적 상황에서 고진의 의식은 균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균열의 틈새로 참혹한 진실이 점차 드러난다. 평화로워 보이던 고진의 일상에 숨겨진 진실, 고진의 일상과 현실에 숨어 있는 죄와 죄의식은 무엇일까? 죽은 여자는 그 죄의식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언제나 친절했던 우고진,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초원의 맹수처럼 아래턱에서 돋아난 날카로운 송곳니가 근질거린다. 송곳니에 피를 묻혀야 진정될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그의 질주가 시작된다.

 

*지면사정으로 작품의 일부만 싣습니다. 전문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등장인물

우고진(남, 39세) 허영미(여, 27세) 밀렵꾼 1(남, 50세), 밀렵꾼 2(남, 31세) 남자 1(35세)

 

 

 

(전략)

 

#14. EXT. 고속도로 → 국도 (낮)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하는 고진의 승용차, 우회전하며 국도 쪽으로 빠진다. 수많은 차들에서 점차 멀어진다.

 

#15. INT. 고진의 승용차 (낮)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땅. 매끈한 고속도로에 비해 다소 거친 국도를 달리는 고진. 그에 따라 룸미러에 걸린 가족사진이 좌우로 왔다갔다 흔들린다.

(…)

다시 툭 내리치자, 조용해지는 내비게이션. 이때 저만치 앞에서 홀로 걷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고진의 승용차가 다가가자 뒤를 돌아보는 여자, 작은 가방을 옆으로 멘 채, 약간 하늘거리는 흰색 상의와 무릎 바로 위 정도까지 오는 흰색 치마를 입고 힘겹게 걷는다. 고진의 승용차를 보자 튀어나오듯 길 한가운데를 막아선다.

 

고진 (당황스럽게) 뭐, 뭐야?

 

당황스럽지만 할 수 없이 여자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고진. 육감적인 몸매, 긴 머리에 청순하고 맑은 느낌의 여자, 허영미. “창문 좀 열어주세요”라는 영미의 입모양과 손짓. 고진이 창문을 열자 생머리를 늘어뜨리며 밝은 미소를 짓는 영미. 영미의 얼굴에서 왠지 아내 가희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미 (밝은 음성으로) 좀 태워주실래요? 버스에서 졸다 잘못 내렸는데 또 안 오네요. (더운 듯 손부채질을 하며) 아, 덥다.

(고진, 갈등하는 듯 시계를 바라본다)

영미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안되나요?

고진 (어딘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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