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초점
씩씩한 반작용과 무중력의 영역
오은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장은정 張銀庭
문학평론가. 주요 평론으로 「기하학적 아우라의 착란: 김행숙·이근화·하재연의 시들」이 있음. riyunion@naver.com
오은 시인의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민음사 2009)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경쾌한‘말놀이’들로 가득하다. 이 놀이는 좀처럼 지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까르르 까르르 숨넘어갈 듯 웃으며‘또 하자’고 어른들을 조른다. 먼저 녹초가 되는 쪽은 언제나 어른들이다. 수록된 대부분의 시가 말놀이를 거친다는 점에서, 『호텔 타셀의 돼지들』은 명백히 아이들의 세계다. 아이들에게 언어란 존재의 집과 같이 엄숙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음과 모음으로 따로 떼어내 가지고 놀 수 있는 알록달록한 블록이다.
「0.5」에서 0.5라는 숫자는 뒤에 붙는 단위에 따라 시력, 샤프심, 강설량, 구 버전 쏘프트웨어, 커플링의 무게 등으로 쉴새없이 다르게 규정된다. 이‘단위의 이데올로기’는 무표정하게 0.5라는 숫자를 자신의 의도와 필요에 의해‘사용’한다. 사용이 끝나면 여지없이 “잊어버리”거나 “휙 던져”버리고, “분해”해버린다. 이처럼 0.5를 함부로 다루는 일방적인 태도는 이해와 소통의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