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독재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전남대에서 교수들의 ‘교육지표’ 사건(1978)이 일어날 무렵 독재의 냄새는 고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 고약한 독재는 송기숙(宋基淑) 교수를 사건의 주모자로 몰아 쇠고랑을 채우고 말았다. 전남대 『함성』지 사건(1973)에 연루되어 죽도록 고문당하고 수감되었던 탓에 감옥생활에서는 선배였던 나는 70년대 말엽 송기숙과 저녁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는 술이 제대로 취해야 본색이 드러나는 인물이다. 했던 말을 새로운 말인 양 반복해서 틀어대는 습성이나, 호탕하고 꾸밈없이 마구 웃어대는 너털웃음도 술이 좀 들어가야 나타나는 버릇이다. 술이 흠뻑 취해야만 천의무봉(天衣無縫), 아름다운 송기숙의 인성이 제대로 드러나서 인간이 소설이 되고 소설이 인간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