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 李山河

1960년 경북 영일 출생. 1982년 『시운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한라산』 등이 있음. cheche2003@hanmail.net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

 

 

오늘은 전체 단원들의 정기 건강검진일이다.

우리는 모두 병동 앞으로 나가 나체로 줄을 서서 대기했다.

텅 빈 마당에는 낡은 피아노 한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길게 하품하던 친위대 장교 하나가

누가 피아노를 한번 멋지게 연주해보라고 했다.

K가 천천히 걸어나가 나무의자에 앉더니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는 지난해 프라하의 테레진수용소에서 온 젊은 작곡가였다.

잠시 후 우리는 모두 얼굴이 사색이 되고 말았다.

그의 연주는 장교들이 좋아하는 스트라우스의 왈츠곡이 아니라

평소 내 영혼이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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