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압둘라자크 구르나 『바닷가에서』, 문학동네 2022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른 이야기들의 교역

 

 

박여선 朴麗仙

영문학자 kirillo7@snu.ac.kr

 

 

197_509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는 과거 영국령 식민지의 난민 출신으로 일찍이 영국에 귀화하여 영어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독자로서는 전형적인 탈식민주의 이주민 문학의 특성을 예상하기 쉬운데, 그의 작품은 이 예상을 무색하게 만드는 독특한 깊이를 보여준다. 이는 그가 태어난 동아프리카 연안에 있는 작은 섬나라 잔지바르(Zanzibar)의 특별한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잔지바르는 16세기 포르투갈제국의 침공을 받기 오래전부터 인도양을 무대로 행해진 무역과 교역의 중심지였다. ‘무심’이라는 계절풍이 아프리카대륙을 향하여 불 때는 아라비아, 인도, 동남아시아의 상인들이 바람을 타고 와서 동아프리카의 해안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