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웹북으로 보기 스크랩 시 이기철 李起哲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197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청산행』『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유리의 나날』『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등이 있다. poetone@chollian.net 약대를 몰고 가을로 우는 내가 울지 않는 약대를 몰고 가을로 간다 작은 슬픔을 나는 울고 큰 슬픔을 약대는 참는다 가을이면 성경책처럼 경건해지는 내 곁에 가을꽃들은 피어 한 해의 마지막 언어들을 쌀알처럼 쏟아놓는다 가을꽃들이 차려놓은 난전 속으로 나는 소멸처럼 작게 걸어간다 내 몰던 약대는 어디 갔느냐, 나 혼자는 이 가을을 견딜 수 없구나 무더기무더기 탕진이 즐거운 가을꽃들의 청루를 나 혼자는 그냥 지나갈 수 없구나 어떤 태형으로도 붉어지지 않는 저 홍염들을 운문산이 저 혼자 가질까 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