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ㅣ6·15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양극화와 한반도경제
전병유 田炳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주요 저서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정책과제』 『한국자본주의 발전모델의 역사와 위기』(공저) 등이 있음. bycheon@kli.re.kr
우리는 모두 날개가 하나뿐인 천사와 같다.
서로 부둥켜안지 않고는 하늘을 날 수 없다.
—Bennis and Biederman, Organizing Genius:
The Secrets of Creative Collaboration
1. 양극화와 국가발전모델
2006년 남한의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남한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제기했다. 그 며칠 전에는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중국 시장개혁의 상징인 꽝져우(廣州)와 션젼(深圳)을 방문했다. 두 사건의 상관성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기란 그리 쉽지 않지만 양자가 꼭 분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양극화는 단순히 불평등의 확대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발전양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우리 사회 국가발전 모델의 문제이자 미래 비전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에서 북한은 매우 주요한 변수이다. 그럼에도 남한경제 2030 비전의 청사진에 한반도의 북쪽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양극화도 장래 한반도 민중의 삶의 양식을 규정할 국가발전모델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발전모델의 구상 속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극화는 글로벌화에 따른 경제·산업구조의 고도화 또는 선진화 과정에서 개별 경제주체들의 대응능력 차이로 인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도 글로벌화에 따라 진전된 것이기는 하나 나름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국가발전전략의 부재로 인해 취약부문의 혁신역량을 높이는 데 자원이 과소배분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운 발전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남한사회의 양극화는 성장과 분배의 문제이다. 양극화는 성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배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완화하기 어렵다. 성장만으로 분배를 해결했던 예외적인 동아시아의 실험은 끝났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를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야 하고 이것은 한반도의 북쪽까지 포함한 것이어야 한다.
2. 양극화의 현황과 특징, 원인
최근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거시경제, 산업, 기업, 노동, 지역, 소비, 의료, 주택, 심지어 문화 부문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전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양극화 현상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불가능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어렵사리 확보한 민주주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삼성, LG등 제조업 수출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세계적 차원에서 기업을 경영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노동자·농민은 글로벌화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상장기업의 순익은 2000년에 10조이던 것이 2004년에는 49조로 증가했다. 그중 절반 이상을 10대기업이 가져가지만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약탈적 하도급 관행은 확대될 뿐이다. 이른바 글로벌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봉건성 강화의 역설이다. 약탈적 하청네트워크와 비정규직 남용으로 부가가치와 이익은 대기업으로 쏠려들어가거나 외국으로 유출된다. 생산성이 높은 영역은 국내 자원을 독점하면서도 생산성이 낮은 쪽으로 고용을 방출한다. 그 결과 성장은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고 성장할수록 분배는 악화된다. 최근 우리 경제의 자화상이다. 우리나라 양극화의 핵심은 경제·산업구조의 양극화이다. 분배가 성장을 이끄는 메커니즘을 가져본 경험이 없는 남한경제에서 경제·산업구조의 양극화는 바로 성장과 분배 간 연계고리의 단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양극화의 또다른 특징은 저성장하의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성장잠재력의 저하를 초래하는 요인들로는 자본의 한계효율 저하, 노동력 공급 확대의 한계, 인적자원 개발의 지체, 사회적 갈등의 심화 등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발전모델의 부재 그리고 혁신에 기초한 새로운 성장원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발전모델과 성장원천의 부재가 투자 및 소비 침체를 유발하고, 이는 성장잠재력 및 고용창출 둔화라는 우리 경제의 무기력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CDMA이후로 국가전략적 투자기회가 소진되고 장기투자를 촉진하는 금융씨스템이 확립되지 못함에 따라 투자율이 떨어지고 실질고정자본 형성이 정체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30%를 훨씬 넘던 투자율은 외환위기 이후 20% 중반 언저리에 걸쳐 있다. 카드채·주택대출 등 가계부채로 소비가 위축된 상태에서 고용불안, 노후불안, 교육비·주거비 부담, 근로빈곤층 증대 등으로 소비위축이 구조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