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姜恩喬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사상계』로 등단. 시집 『허무집』 『빈자일기』 『소리집』 『벽 속의 편지』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등이 있음. pilgrimk1412@hanmail.net

 

 

 

어떤 회의장에서

L.J.N.을 추모하며

 

 

당신은 보는가, 지금

L.J.N.

(그때 홍천에는

여름바람이 불고 있었지.)

 

이 서늘한 회의장

분홍 리본을 등에 예쁘게 묶은 통통한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나를.

 

저 키큰 연단 위에 서서

빛나는, 아뜩한 조명을 받으며

대회선언을 하는

이제는 노인이 된 한 시인을.

 

구름에 걸터앉아서 지금

당신은 보는가.

(그때 홍천에는

여름바람이 불고 있었지.)

 

모 문학평론가, 오늘 아침 내 가슴을 밀치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네.

시는 넘쳐난다고.

무엇 때문이었느냐고?

내가 그만 어제 감격에 겨워 금강산에서 ‘금강산 풀에게 돌에게…’ 하며

징을 울렸고

그 징소리에 관한 시를 오늘 아침 썼기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