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웹북으로 보기 스크랩 시 송진권 宋鎭權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원근법 배우는 시간』 등이 있음. likearoad@hanmail.net 어제와 같은 오늘이 나를 흔들어줘 너무 많은 열매를 매달고 있어서 가지가 부러질 것 같아 잘 익어 단내가 풍기는 열매들이 가지가 찢어질 만큼 열려서 땅까지 휘늘어졌어 나를 좀 세게 흔들어줘 있는 힘껏 달려와서 부딪쳐줘 오랫동안 아무 일도 없었어 태풍도 오지 않았고 계속 어제와 같은 오늘이 이어지고 있어 열매들이 계속 자라서 가지가 부러지고 있잖아 어떤 열매들은 공중에 매달린 채 뿌리를 내리고 이파리를 내밀고 꽃을 피웠어 짐승들과 아이들이 나를 타고 오르기 쉽게 이렇게 가지를 활짝 펼치고 있잖아 제발 내게 톱과 도끼의 축복을 어제와 같은 날들이 끔찍할 만큼 길게 이어지고 있어 제발 이 열매들을 어떻게든 떨어뜨려줘 이 심심한 천국을 다른 것으로 바꿔줘 아무 일 없이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 먹을 거 걱정이 있냐 누구랑 싸우길 하냐고 말들 하지만 이렇게 매달린 채 싹을 틔운 열매들을 보면 가엾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