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언론개혁, 어디로 갈 것인가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회 hosoon@sch.ac.kr

최문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kfpu@pressunion.or.kr

박인규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편집국장(좌담 당시 경향신문 편집위원 겸 미디어팀장) inkyu@pressian.com

김기평

중앙일보 여론매체부 차장, 미디어담당 kkp44@joongang.co.kr

 

때: 2001년 7월 13일

곳: 창작과비평사 회의실

 

 

장호순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 6월, 정부는 13개 중앙언론사에 242억원의 불공정거래 과징금과, 23개 언론사와 그 사주들에게 5056억원의 탈세 추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데 언론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확실히 형성된 것 같습니다만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선 현재 김대중정부가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작업들이 방법상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론이 어떤 모습으로 개혁되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최문순 위원장님이 먼저 말씀해주시죠.

 

 

언론개혁을 통해 진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들

 

최문순  저는 우선 다원주의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원주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자는 것인데, 지금까지 언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냉전적 관점, 분단의 관점, 국수주의적 관점, 개발독재 및 성장 일변도의 관점,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은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시되어도 좋다는 관점을 가지고 다른 시각의 사람들을 이 사회에서 배제하려 했는데, 이제는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다원주의적인 세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언론에 간섭을 해서도 안되고, 특혜를 줘서도 안됩니다. 그 다음에 언론사의 사주들도 제자리로 돌아가 언론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야 합니다. 편집권·경영권·인사권에 대해서 간섭하지 말아야죠. 그래야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신이 언론에도 구현되고 다원주의의 바탕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박인규  언론개혁에 대해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그 핵심은 언론 혹은 언론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사주로부터의 독립’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으로 봐서는 정치권력과 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 혹은 비판적인 거리가 요청됩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군사정권하에서 엄청나게 억압받다가 어느 순간 유착관계가 되면서 스스로 권력화되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력과 언론은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각자 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죠. 한데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인들이 전문성을 높이는 겁니다. 전문성에는 도덕성, 이른바 직업윤리도 포함되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진실을 캐나가는 데서의 깊이 등이 있는데, 현재 언론이 그러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張浩淳  지금까지 한국 언론은 원래의 자리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언론은 시민사회에 뿌리를 두고 정치권력과 자본을 견제해야 합니다.

張浩淳
지금까지 한국 언론은 원래의 자리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언론은 시민사회에 뿌리를 두고 정치권력과 자본을 견제해야 합니다.

 

김기평  언론이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 과연 질 높은 신문 좋은 신문이 무엇이냐에 대한 해답이 저는 아주 기본적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마다 노선이 다를 수 있고 컬러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보도를 제대로 하는 것은 모든 신문의 기본이요, 필수요건입니다. 정확한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이 기본인데, 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언론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정확한 사실보도 능력의 배양을 바탕으로 해서 심층적인 비판과 다양한 정보제공 등의 기능을 갖춰야 신문이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은 외부환경을 핑계삼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언론계 스스로가 철저히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죠. 기자들의 수도 많아야 하고, 내부경쟁을 통해서 양질의 기사가 생산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기자의 업무도 많고, 왜곡된 기사나 오보도 많습니다. 기자 수를 어떻게 늘리느냐 하는 문제, 그리고 사주나 편집국의 변화, 채용제도의 변화 문제 등 이런 것들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물론 외부 환경 문제도 심각하지요. 권력의 탄압 속에서 언론이 타협하고 안주했던 부끄러운 과거야 물론 부인할 수 없는 것이고, 지나친 부수경쟁과 상업주의화 경향 또한 심각한 문제인 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점에서 보면, 첫째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편부당한 논조를 견지하는 문제, 둘째 광고주의 압력 등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탄탄하고도 건전한 재정을 갖추는 문제, 그리고 전문화를 통한 기자들의 역량향상 문제 등이 언론개혁의 주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崔文洵  언론은 최상의 도덕성을 지녀야 합니다.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세무조사를 했다고 해서 언론사의 탈세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崔文洵
언론은 최상의 도덕성을 지녀야 합니다.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세무조사를 했다고 해서 언론사의 탈세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장호순  결국 언론개혁은 공정하고 정확한 언론을 만들기 위한 작업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한국언론은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어요. 또 다양한 시민사회의 여론을 반영하는 공론장의 기능도 발휘하지 못했지요. 한국언론이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권력과 자본의 영역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이를 감시·견제하고, 시장과 자본의 횡포를 막아 더욱 다양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해나가기를 기대하는데, 언론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언론민주화에 대한 실망과 언론 본연의 기능이 회복되길 바라는 시민사회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봐요.

 

 

언론개혁인가 언론탄압인가

 

세 분 모두 한국언론계 내부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해주셨는데, 이런 문제들은 이미 언론노조나 시민단체에서 제기해온 것들입니다. 정간법(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과 방송법을 고쳐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주장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됐지요. 그런데 올해 1월 초 김대중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계기로 해서 갑작스레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조사가 진행됐고,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과 추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정말 언론개혁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언론탄압인가 하는 데는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신문고시나 세무조사가 언론개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朴仁奎  기사가 대개 똑같고, 그러다보니까 기사의 독창성이나 깊이보다는 남보다 빨리 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朴仁奎
기사가 대개 똑같고, 그러다보니까 기사의 독창성이나 깊이보다는 남보다 빨리 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최문순  현재의 상황이 국민들에게는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언론사 세무조사로 시작된 상황이 여야간의 대결, 색깔론이 등장한 이념간의 대결, 지역대결, 신문과 방송의 대결, 또 신문과 신문의 대결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선 언론개혁이냐 언론장악 움직임이냐에 대해 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지금 언론장악의 의도 여부를 입증할 수는 없고, 다만 결과적으로 언론이 정치권력에 장악되느냐 안되느냐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첫째는 조선·중앙·동아 세 신문이 굴복해서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는 신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고, 둘째는 뒤에서 타협할 가능성입니다. 한데 지금 이들 신문을 보면 이들이 굴복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굴복한다는 것은 정부의 압력을 받아서 기자들이 기사를 제대로 못 쓴다는 건데, 지금까지 그런 현상은 드러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뒤로 권력과 사주들이 서로 협상을 해서 이 문제를 끝낼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 언론개혁 문제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하면, 이것은 세계체제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냉전체제가 붕괴됨으로써 안보상업주의에 기초해 성장했던, 특히 조선일보 같은 신문이 자기 기반을 잃게 되면서 공격을 받게 됐다는 것이죠. 색깔론이 우리는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본질적인 면도 갖고 있어요. 또하나의 관점은 국내적으로 정권교체가 됨으로써 권언유착 관계에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군사정권 시절에는 모든 신문들이 다 자기의 생존을 보장받으면서 각각 나눠먹기를 했는데, 군사정권이 끝나면서 언론사 내부의 그런 카르텔이 깨졌습니다. 또 언론 내적으로는 1996년을 기점으로 소유구조가 변경되면서 경향신문 등 독립신문들이 생기고 방송이 어느정도 정권으로부터 이탈하게 됨으로써 대결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IMF 이후 독점화가 진행되어 재정구조들에 차이가 나면서 신문사들간에도 대결구도가 생기게 됐지요. 현재 어느 신문사가 세금을 얼마나 맞았느냐는 것보다는 큰 역사적인 흐름을 보아야 합니다.

 

金起平  한국 언론의 미래는 그야말로 기자의 전문성에 달려 있어요. 사주나 경영층은 기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신경써야 합니다.

金起平
한국 언론의 미래는 그야말로 기자의 전문성에 달려 있어요. 사주나 경영층은 기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신경써야 합니다.

 

장호순  개혁대상으로 지목된 신문들이 권력에 굴복하느냐 타협을 하느냐 하는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하셨는데, 그렇다면 신문고시나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최문순  개혁이 되는 데 어느정도 긍정적인 역할은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언론족벌들이 도덕성에 타격을 받음으로써 지금까지 이 사회에서 가지고 있었던 영향력이 어느정도는 축소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는 갖고 있기 때문이죠.

김기평  저는 단언하건대, 이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언론탄압이라고 봅니다. 그 근거로 1월 11일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 이후 국세청과 공정위가 잇따라서 2월부터 조사했고 얼마 전 한꺼번에 발표가 나왔는데, 저는 이 점을 중시합니다. 더구나 얼마 전엔 폐지했던 신문고시까지 부활시킨 것은 정부가 비판적 언론에 철퇴를 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 겁니다. 굳이 신문고시 부활이 불가피하다면, 이미 시작된 공정거래법에 따른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의 결과를 보고 나서 했어야 마땅한 것이지요. 이는 마치 수사도 제대로 안해보고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정상적인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세무조사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당연히 조사받아야지요. 그러나 3개 신문에 대해 각각 추징된 8백억원대의 엄청난 액수는 일반기업 세무조사 관행으로 봐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만약 2백억〜3백억원 정도의 추징금이 부과됐다면 신문사들의 저항이 이처럼 심하진 않았을 겁니다. 물론 2백억〜3백억원도 신문사 경영이 휘청거릴 정도로 엄청나게 큰돈이지요. 그러나 일반적인 세무조사 관행에 따라 매겨진 추징액에 대해 뭐라 하겠습니까? 받아들여야지요. 그런데 2백억〜3백억원의 몇배나 되는 추징금을 매겨놓고 무슨 간첩단 검거 발표나 하듯이 국세청에서 TV 생중계를 해가며 빅3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지 않았습니까? 국세기본법에도 나와 있듯이 세무조사는 조용히 비밀리에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신문사들은 꼼짝없이 ‘아얏’ 소리도 못 내고 탈루 세금을 물어냈을 겁니다. 다시 말해 국세청은 세금만 제대로 걷으면 됩니다. 그런데도 국세청의 징세권이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는 강력한 무기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정치적 의도,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

 

장호순  역대정권들은 언론을 자기편에 두기 위해 때론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방법을 쓰기도 하고, 때론 회유와 특혜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5·16쿠데타 직후 박정희 정권은 ‘시설기준’이라는 조항을 만들어 고가의 윤전기를 구비할 만한 재력이 없는 사람들은 신문발행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죠. 대신 신문사에는 저리융자, 세금감면, 카르텔 묵인 등을 통해 큰 이익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언론이 정권 편을 들게 만들었죠.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언론인들에게는 사주를 통해 해직을 강요했습니다. 그 결과 권력과 언론은 사실상 밀월관계를 즐겨왔어요. 그런데 김대중정부는 주요 언론사들,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신문사들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정권의 차원에서 보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그 의도는 무엇일까요?

김기평  정당의 최대목표는 정권장악입니다. 현재 여당 지지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옵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졌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이를 만회하려는 욕심이 지나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기업·금융·공공·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을 짧은 시간 내에 보여주기 위해 철저한 준비 없이 추진하다가 잘 안됐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돌리는 겁니다. 언론이 개혁되어야 나머지 부분도 개혁될 수 있다는 것이죠.

박인규  작년에 한 방송사의 수습기자가 한밤중에 술에 취해 남대문서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구속돼 말썽이 빚어진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그 방송사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그리고 경찰청 등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린 네티즌들의 글을 읽었는데, 대부분 경찰도 나쁜 놈이고 기자도 나쁜 놈이라고 하는 겁니다. 다만 누가 더 나쁜 놈이냐라는 것이죠. 이번 세무조사의 경우에도 MBC에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견이 56%이고, 언론사 사주를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63%, 이런 식으로 팽팽해요. 그걸 보면, 일반 사람들은 정권도 문제가 있고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김기평씨가 말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거나 그런 측면이 보이는 것은, 입증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사실이라고 봅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정부측의 조치는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방송사를 제외했다든지, 빅3에 집중됐다든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신문사에서 너무 그런 측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탄압이다, 명예훼손이다 하는데, 언론사나 사주가 그동안 깨끗이 해왔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니겠어요? 물론 조사가 얼마나 형평성 있게 이루어졌느냐는 따져봐야겠지만, 그 부분은 지금처럼 언론보도로 따질 게 아니라 앞으로 법적인 공방으로 따져야 할 문제죠. 그러니까 언론탄압의 의혹이 있다 하더라도 세무조사 자체가 일단 합법적이라면 지나치게 그걸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봐요.

저는 이번 세무조사가 정치적 의도는 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로는, 1966년도부터 신문판매시장 정상화를 위한 자율결의를 26번이나 했지만 한번도 이행이 안됐다든가, 또 75년도의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이후로 이렇다 할 언론계 자체의 개혁 노력이 없었던 것을 들 수 있습니다. 87년 이후에는 노조가 중심이 되어서 편집권 독립, 언론 자정을 위해 노력했는데 큰 성과 없이 끝났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러한 개혁 노력을 평기자만 하고 편집간부나 경영진, 사주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평기자는 위계질서상 제일 밑에 있는 사람들인데, 그 힘만으로는 부족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이제는 안되겠구나 하면서 시민단체가 나서고 정권이 나서는 상황까지 된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세무조사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는 정권이나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텐데, 모든 것이 어느 한쪽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차제에 언론사나 사주 쪽에서도 우리가 집안 정비를 잘못하면 언젠가는 당하겠구나 하고 조심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정권도 신문을 마음대로 하려 하기는 힘들 테고, 권력과 언론 간의 주고받음, 이런 것도 상당히 자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기여는 있을 것이라고 봐요.

최문순  저도 정치적인 의도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을 배격해내고 독립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