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현안과 미래

 

 

정준희 鄭俊熙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공저서 『산업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송영상산업의 재구조화』 『디지털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스마트 시대 신문의 위기와 미래』 등이 있음.

j.aug.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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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정기국회 본회의 앞에서 멈춰 선 채 앞으로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이라는 대규모 정치 일정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표면화되었던 입법 갈등 사례라 할 만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정식 명칭으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짜뉴스 처벌법’ 혹은 ‘언론 피해구제 현실화법’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흔한 지칭 방식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일 터다. 이 세가지 호명은 각각 나름의 초점이 있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내용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먼저, 개정안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징벌적 손해배상제’ 요소는 무책임한 언론 행위로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고,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 효과까지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론’에 연관되어 있다. 고의 또는 중대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이 해당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을 고려하여 손해액의 최대 다섯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조치가 의도하는 징벌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 언론의 극심한 위축효과와 함께 언론자유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 우려하는 입장도 있지만, 반대로 법원이 실제 그런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을뿐더러 혹여 최대 배상액을 물더라도 징벌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 예상하는 쪽도 있다.1 비록 상당한 의미 결손과 오해의 위험을 지니기는 하나, ‘징벌적 손배제’를 부각하는 이 명명은 개정안으로 발생할 제도적 변화의 핵심적인 측면을 지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 환경의 문제점에 대한 대중적 관심 및 정치적 대응이 지난 수년간 ‘징벌적 손배제’를 중심으로 수렴되어온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도 일정한 의의를 지닌다.

‘언론 피해구제 현실화법’이라는 지칭은 문제의 핵심을 언론에 의한 피해에 두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이해한다. 요컨대 온라인 환경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이른바 ‘가짜뉴스’ 현상까지 폭넓게 제어하기보다는 제도권 언론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를 지금보다 더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르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의의는 징벌성에 있거나 그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언론중재 결과가 피해구제보다는 갈등 ‘조정’에 치중해온 면이 있다는 것, 나아가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이 결정되더라도 배상액이 200~500만원 수준에 그쳐 피해자가 입은 무형의 손해를 충분히 보상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핵심이다. 실제로 그간 법원은 인격권과 연관된 무형의 손해와 그에 수반되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액을 대단히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허위·조작 보도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성 혹은 중대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몇배 상향된 수준에서 최종 배상액을 결정케 함으로써 피해구제의 실질성을 높여보겠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나아가 이러한 지칭은 ‘징벌적 손배제’ 중심의 프레임에서는 주목하지 않는 여타 피해구제 조치, 예컨대 인터넷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경우 해당 매체와 포털에 기사 노출 차단을 요구할 수 있는 열람차단청구권의 필요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세번째 지칭인 ‘가짜뉴스 처벌법’은 지금 언론 환경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문제시되는 현상을 뚜렷하게 지목하고, 그것을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모색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요체를 오인하게 만드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비록 쉽고 대중적일 수는 있어도 상당히 느슨하고 주관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식을 빌려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조작정보’ 정도로 정의되는 것이 그나마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사용되는 가짜뉴스 개념은 훨씬 폭넓고 복잡하다. 고의성을 띠지 않은 단순 오보에서부터 온라인으로 유포되는 출처 불명의 허위정보에까지 걸쳐 있으며, 심지어 ‘내 견해와 상반되는 의견’을 가리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책임 주체 측면에서 보면, 언론중재법 제2조 제1항의 언론 정의에 따라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신문”으로 범위가 한정된다. 신설 예정이었던 열람차단청구권 관련 조항에 가서야 이른바 포털, 즉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를 포괄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따름이다. 또 내용 측면에서 보면, 모든 종류의 허위정보와 악의적 견해가 아니라 ‘고의나 중대과실에 의한 사실보도’ 영역만을 다루는 게 고작이다. 따라서 ‘가짜뉴스 처벌법’이라는 명명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제도적 가능성과 문제점을 모두 과대 포장하게 된다. 즉 가짜뉴스로 지칭되는 현상과 주체의 극히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가, 형법적 뉘앙스를 갖는 ‘처벌’과는 거리가 먼 민사적 ‘처방’에 불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마치 대단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것처럼 기대하게 만들거나 거꾸로 엄청난 후과를 불러올 것처럼 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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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과대 포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쪽에 의해서건 반대하는 쪽에 의해서건 상당 부분 의도된 면이 있다.

우선 ‘가짜뉴스 처벌법’이라는 과대 포장은, 가짜뉴스 생성자 및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입법 차원에서 수용하려던 과정의 부산물이긴 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처럼 ‘가짜뉴스 현상’이 워낙 복잡하고

  1. 그래서 후자의 경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보다 더 중립적인 표현인 ‘배액배상제’를 선호한다. 재판부가 산정하는 피해액이 애초부터 매우 낮게 매겨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몇배로 끌어올린다고 해봤자 징벌적 효과에까지 이르기는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