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불러모을 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 사방에서 달려나올 때, 그것들이 시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때, 시는 언어를 버리고 언어는 기꺼이 몸으로 바뀐다. 그때 보이지 않는 것들은 분명하게 이목구비를 갖추고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실체를 얻게 된다. 허깨비인 이미지가 진정성을 얻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그때 시인이나 독자는 자신이 전혀 새로운 시간과 공간 안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신기섭(申基燮)의 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끌어당기는 강한 자력(磁力)을 지니고 있다. 그 자력은 피와 살에서 나온다. 그의 시는 발화하자마자 바로 기억을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