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라이넨버그 『폭염사회』, 글항아리 2018

조용히 다가온 재난에 대한 사회적 부검

 

 

김기흥 金起興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edinkim@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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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충격을 일으키며 발생한다. 사회 구성원 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충격은 사회를 통제 불가능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질서는 순식간에 혼돈으로 전환된다. 마치 꿈을 꾸듯 초현실적인 시공간적 상황이 전개되면서 재난은 혼돈을 남긴다. 동일본대지진이나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쓰나미 같은 천재지변은 물론이고, 아직 우리에게 선명하게 각인된 세월호사건 같은 인재까지 재난의 정의에 포함된다.

하지만 재난은 가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리와 형체 없이 조용하게 다가와 부지불식간에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지진·홍수·태풍·폭우·폭설이나 질병의 확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