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 │ 시민운동의 현주소를 묻는다

 

여성운동의 세대갈등

 

 

정현백 鄭鉉栢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저서로 『노동운동과 노동자문화』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만남』 『민족과 페미니즘』 등이 있음. hyunback@skku.ac.kr

 

김신현경 金辛鉉卿

영 페미니스트 출판기획집단 ‘달과 입술’ 멤버. 공저 『나는 페미니스트이다』와 논문 「프로젝트로서의 연애와 여성주체성에 관한 연구」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 욕망과 폭력‘사이’」 등이 있음. todamo20@hotmail.com

 

 

발제 1: 정현백

 

1. 내부민주주의는 여성운동의 생명력이다

지난 15년 사이에 한국 여성운동은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여성의 지위는 현저하게 발전했다. 이런 결실의 배경에는 객관적 조건에 못지않게, 여성운동의 역량강화가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정신대대책협의회·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 진보적 여성운동단체는 대체로 연합체로 구성되어 있다. 여연(한국여성단체연합)의 소속단체이지만 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연합·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등은 그 자체가 지역조직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의 동력은 내부민주주의에서 나온다. 운동의 주요사안은 해당 위원회나 특별위원회의 수차례에 걸친 회의, 회원단체와 지역조직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2개월에 1회 개최), 1년에 1회 열리는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대의원에 의한 의결과정을 거친다. 월 60~80만원의 급여수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활동가에게 내부민주주의마저 실현되지 않는다면, 진보적 여성운동은 가동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진보적 여성운동의 내부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에는 늘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내부민주주의와 전문성의 마찰이었다. 많은 지역단체나 소규모 조직의 경우 지리적인 거리 때문에 회의 참석이 어렵거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낮아서, 운동방향을 결정하거나 주요핵심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에 실질적으로 결합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사안에 대해 주로 중앙의 몇개 큰 단체 중심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극복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호주제 폐지, 파병반대와 같은 개개 사안에 대해 어떻게 내부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회원단체의 요구를 조율할 것인가, 다양한 여성단체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의 합의를 어떻게 찾아가느냐 하는 것이 덩치가 큰 여성조직이 지니는 고민이다. 법이나 제도개혁이 여전히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운동 내부의 의견분열은 국회나 행정부에 대한 압력행사에 장애를 초래한다. 연대활동은 때로는 타협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뿐 아니라 진보적 여성운동의 인력과 시간을 축내는 힘겨운 사업이어서, 운동의 무게중심과 관련해 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2. 여성의 정치세력화, 오해와 해명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여성운동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업이다. 그래서 여성단체들은 기존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하였다. 그 일환으로 321개 단체로 구성된 ‘총선여성연대’ 조직을 통해 선거법과 관련된 정치개혁안을 작성하고,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를 통해 여성신인 102명을 발굴하여 여성후보 리스트를 제출하였다.4월 총선까지 비례직 50% 여성할당과 여성의 지역구 공천 확대를 위해 각 정당에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여성후보의 지지·당선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여연의 경우, 17대 총선이 정치개혁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여러 단계의 의견수렴을 거쳐서 2003년 9월 “대표가 임기중에 정치 및 공직에 진출할 수 없다”는 내부규정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3개월 전에 사퇴하고 정치에 진출할 수 있다”로 바꾸었다. 여연이 이렇게 내부규제를 풀게 된 데에는 몇가지 동기가 있다. 첫째로, 여성운동이 정치세력화를 주장한다면 스스로 몸을 던져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입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운동에도 정치적 지도력의 분화가 필요하다는 고려도 추가되었다. 둘째로, 2003년 하반기에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논의가 제기되고 중앙으로 그 압력이 가해지면서, 2004년 총선이 정치개혁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그렇다면 여성운동도 여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함께 작용했다. 또한 정치참여 불가의 내규가 실제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내규의 무력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여성운동 대표의 공직 진출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막 여성부와 여성정책담당관제가 신설되면서,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토대가 구축되고 있는 싯점이다. 성인지(性認知)적 관점을 갖춘 공무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주의 관료(Femocrats)의 참여는 불가피하고, 다양한 여성관련 쟁점을 총괄하는 연합체 조직의 대표가 그 적임자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우선 여성주의 관료가 스스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다. 아직은 평가가 이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