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역사유물론의 법정에 선 범죄소설

E. 만델 『즐거운 살인』, 이후 2001

 

 

김홍중 金洪中

빠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사회학 박사과정

 

 

주검이 하나 있다. 뻣뻣하게 경직된, 대개는 눈을 감지 못했고, 자신의 주변에 피 웅덩이를 하나 만들어놓았으며,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 이상한 시체다. 숨쉬던 몸뚱이는 자료가치와 조사가치만을 보유한 기호학적 사물이 되어 차가운 관찰의 대상으로 놓여 있다.─범죄소설(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 써스펜스 소설, 스파이 소설, 스릴러 소설 등을 아우르기 위해서 만델이 사용하는 포괄적 용어)은 늘 이렇게 시작한다. 살인은 이미 일어났고, 이야기는 그 이후에 펼쳐진다. 처음에 미궁에 빠져 있던 수수께끼는 단서의 해독과 추리를 통하여 해결되고 범죄가 불러일으킨 불안은 종식된다.

이 독특한 소설장르는 19세기 중·후반 서구의 독서시장에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처음 등장하여, 1,2차 세계대전 사이에 대중적 인기의 정점을 구가하고 다양하게 분화된다. 그러나 1945년 이후에만 전세계적으로 약 100억부 정도 팔린 것으로 집계되는(122면)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 범죄소설은 기본적으로 그 통속성과 대중성(12면)에 호소하는 상업문학에 속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