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

 

임재철 林載喆

『필름 컬처』 주간

 

 

영화가 만들어내는 상상적 공동체

영화 「고스트 독」

 

 

2년 전에 국내에 개봉되었던 「데드 맨」은 짐 자무시(Jim Jarmusch)의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미국 동부 출신의 회계사가 서부를 여행하면서 ‘피로 시를 쓰는’ 시인으로 변모하는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단박에, 서부영화라는 장르의 신화, 나아가서는 미국문화의 신화의 핵심에 다가가는 작품으로 지극히 도회적이고 그런만큼 다소 경박한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던 자무시를 재평가하게 했다.

「데드 맨」 이후 닐 영(Neil Young)과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s)의 공연을 담은 라이브 영화 「말의 해」를 만든 자무시는 최근 「고스트 독」이라는 신작을 선보였다. 「데드 맨」에 비하면 이 신작은 확실히 진지함을 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업영화에서 이미 익숙한 요소들로 구성된 영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고스트 독’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흑인 킬러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는 사무라이들의 수신교본(修身敎本)인 『하까꾸레(葉隱れ)』를 낭송하면서 그들처럼 살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 이딸리아계 갱단의 중간 보스인 루이의 청탁으로 청부살인을 맡아왔다. 고스트 독은 보스의 딸을 건드린 프랭크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를 제거하지만, 이 사건이 빌미가 되어 루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