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원일 金源一
1942년 경남 김해 출생. 196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장편 『불의 제전』 『바람과 강』 『마당 깊은 집』 등, 소설집 『마음의 감옥』 『푸른 혼』 등이 있음. pine2545@hanmail.net
오마니별
1
조씨 있는가 하고 부르는 소리가 길 아래쪽에서 들렸다. 전짓불빛이 마당 입구를 스쳐갔다. 어스름은 늘 골짜기 아래에서부터 바람을 몰아왔고, 등성이를 타고 오른 바람이 펼친 치마폭처럼 산을 흔들며 훑어나갔다. 느릅나무와 개암나무가 스산스레 잎을 떨구었다. 마당을 덮은 가랑잎이 아이들 줄 서듯 가지런히 선 참깨 묶음을 비껴 언덕 아래로 쓸려갔다. 전짓불빛이 마당까지 올라오자 불빛과 인기척을 알아챈 염소우리의 염소들이 기척을 내며 수런댔다. 삽짝은커녕 울조차 없는 마당으로 당주골 이장 황씨가 들어섰다. 이장 손에 들린 전짓불빛이 툇마루에 나앉은 조씨를 집어냈다.
“귀신 나오겠군. 왜 불도 안 켜고 우두커니 앉았어.” 가는귀먹은 조씨라 황이장이 큰 소리로 나무라곤 마루로 올라와 손수 형광등 스위치를 올렸다. 형광등 전구가 몇번 깜박대더니 흐릿한 빛을 냈다. “전구를 갈아야겠군. 저녁은 먹었어?”
조씨가 한술 떴다고 시무룩이 말하자 황이장이 전기플러그가 꽂힌 전기밥통 뚜껑을 열어보았다. 혼자 두 끼니쯤 먹을 밥이 남아 있었다. 흠투성이 낡은 두레상에는 치우지 않은 먹다 남긴 밥그릇에 찬이라곤 김치, 멸치조림, 새우젓이 고작이었다. 홀아비 노인의 지지리 궁상에 이장이, 나이도 있는데 이렇게 먹어서야 어떻게 힘을 써 하곤, 저녁 찬으로 먹고 온 김치찌개며 된장국이 남았다면 처에게 가져다주라 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네 어디 갔더랬어?”
“뭐라구?”
“낮에 말야.”
목을 빼고 꾸부정히 앉은 조씨가 대답을 않다 허리 뒤를 가만가만 주물렀다. 이장이 허리가 아프냐고 물었다. 조씨가 아니야, 괜찮아 하며 호작질하다 들킨 아이처럼 하던 동작을 멈추었다. 낮참에 조씨는 염소들을 몰고 범바위로 올라갔다가 새끼염소 한마리가 엇길을 놓기에 그놈 뒤를 쫓다 허방에 발을 접질러 바위에 허리를 찧은 게 시큰하게 둔통이 왔던 것이다. 조씨는 풀을 한짐 베어서 지게에 지곤 여덟 마리 염소를 몰고 절름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예 일을 작파해 참깨털이도 제쳐두고 누웠다가 저녁밥 한술도 뜨다 말다 했다. 한해 다르게 염소치기며 밭농사가 힘이 부치는 조씨에게 그런 실수는 흔한 일이 되고 말았다.
“낮에 말일세, 분교 선생이 마을로 올라왔어. 자네 만나러 집에 들렀더니 없더라며, 내일 다시 오겠다더군.”
“뭐라구, 선생이?”
“그래, 선생이.” 이장이 뜸을 들였다가 조씨 곁에 바투 앉아 큰 소리를 내질렀다. “자네한테 손위 누이가 있었다고 했지? 전쟁 때 잃었다는 누이 말야? 그건 기억하고 있잖은가.”
“암, 누이가 있었어. 폭격 맞고 죽었지. 그런데 왜?” 조씨가 머리를 틀고 침침한 눈을 닦으며 물었다.
1951년 초다듬 그해 첫 겨울, 조씨는 누이가 비행기 폭격에 죽었다 믿고 있었다. 엄마도 그렇게 폭격 맞고 운신 못한 끝에 숨을 거두었다. 조씨는 엄마가 숨 거두는 순간을 누이와 함께 지켜보았기에 다른 기억은 다 망가졌어도 그때 보았던 그 장면만은 색바랜 사진처럼 남아 있었다. 땅이 꽝꽝 얼어 오마니를 묻어줄 수도 없다며 누이가 오랫동안 섧게 울었다.
“만약에 말일세, 그 누이가 아직 살아 자네를 찾는다면 어떡하겠나?”
“날 찾는다구? 실없는 소리 말게. 내가 본걸. 갑자기 비행기가 나타나 총을 쏘아대구 폭탄 떨어지자 사람이 많이 죽었어. 나중에 보니 누이가 없어졌어. 아무리 찾아도 누이가 없어. 폭격 맞구 죽은 거야.”
“자네는 누님을 늘 누이라 불러 헷갈리네. 자네 말대로라면 손위로 누님 맞지, 그렇지?”
“그래 맞아. 내 위 누이야.”
조씨는 그해 겨울, 살을 도려내듯 했던 추위가 아직도 살갗에 알얼음으로 박혀 있는 듯 부르르 진저리쳤다. 그 많은 시체들 사이에 누이의 피투성이가 된 늘어진 몸뚱이가 떠올랐다. 조씨는 누이 시신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으나 그 장면이 머릿속에 처음 그려진 후 누이만 떠올리면 그렇게 죽은 모습으로 아예 굳어져버렸다. 이제 와서는 살아생전 누이의 유독 반들거리던 눈빛과 길동그란 생김새조차 지워졌다. 그런 흐릿한 기억조차 말을 듣던 옆사람이 지난날의 장면을 재생해주려 조언을 보탰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눈 내리구, 너무 추웠어……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가 폭탄을…… 사람이 많이 죽구 누이가…… 조씨가 겁에 질려 울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떠듬떠듬 말하면 옆에서 듣던 이가, 눈보라 치는 한겨울에 한뎃잠 자며 피란 나오다 비행기가 나타나 폭탄을 떨어뜨려 사람이 많이 죽었겠군. 그때 꽝 하고 폭탄이 터지자 그 진동으로 자네 귀청이 떨어져나갔구 누이도 그 파편에 죽었지? 그런 보탬말이 조씨 머릿속에 사실처럼 확인되어, 맞아, 맞아 하고 맞장구쳤고, 기억으로 저장되었던 것이다.
뿌연 하늘에 좁쌀알갱이 같은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얼굴을 치는 눈보라가 얼마나 맵게 찬지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산지사방에서 모여든 많은 피란민들이 앙상한 버드나무 늘어선 한길 따라 걷고 있었다. 자전거, 수레, 지게에 걷지 못하는 아이와 덩이덩이 짐을 싣고 허리 휘게 등짐진 채 많은 피란민이 한데 뭉쳐 허연 입김을 뿜으며 어뜩비뜩 길을 재촉했다. 피란민들은 솜옷을 덧껴입었고 수건으로 목과 머리통을 싸맨 채 얼어 다져진 길바닥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신발에 새끼줄로 감발을 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앞쪽 언덕 너머에서 비행기 몇대가 머리를 스칠 듯 나타났다. 나이든 이와 아녀자 들은 오도 가도 못한 채 어린 자식을 품에 감싸고 그 자리에 머리 박고 엎드렸다. 청장년은 길가 개골창으로 뛰어들거나 밭등성이로 날랜 걸음을 놓았다. 저공으로 날아온 비행기들이 한차례 기총소사를 퍼붓더니 피란민들 머리꼭지에 폭탄 여러개를 떨어뜨리곤 살같이 사라졌다. 한순간에 당한 난리로 피란민 대열이 흩어졌고 한길은 아비규환이었다. 찢어진 몸뚱이와 피가 눈보라 속에 튀고 비명과 신음소리가 낭자했다. 어른 아이 들이 눈바닥에 피걸레로 늘어져 꼼짝을 안했다. 나란히 길을 걷던 소년은 그때 그만 누이를 놓쳤다. 소년은 시신을 안고 울부짖는 사람들과 아직 숨이 붙어 신음을 내지르는 부상자들 사이를 누비며 누이를 찾았다. 비행기가 되돌아와 나머지 사람들을 죄 몰살할 거라고 누군가 소리쳤다. 어서 여기를 떠나야 산다고 수염이 고드름 된 노인이 소년에게 말했다. 한 아낙이, 이 피 좀 봐 하더니 정수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면상을 덮은 소년 얼굴을 머릿수건으로 닦아주며, 앞서가는 사람들 속에 누이가 있나 찾아보라고 말했다. 겨우 목숨을 건진 피란민들이 다시 모여 살육의 현장을 빠져나갔다. 소년은 피를 철철 흘리고 걸으며 누이를 찾았다. 목청이 쉬도록 누이를 불러도 그들 속에 누이 모습은 간데없었다. 그때서야 소년은 누이가 폭탄이 터질 때 죽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누이를 잃은 그해 겨울, 소년은 머리가 너무 아파 제정신을 놓쳐 피란민 대열에서 낙오되었으나 추운 날씨 덕에 정수리 상처는 그럭저럭 아물었다. 소년은 거지가 되어 문전걸식하며 시골집을 떠돌았다. 너무 굶어 기력이 다해서 쓰러지기도 여러차례였다. 얼어 죽기 직전 숨이 목젖에 걸린 소년을 행인이 발견해 길갓집 더운 방으로 옮겨 살려내기도 했다. 소년은 다시 길을 나섰다. 얼굴과 손발이 동상에 걸려 퉁퉁 부은 몸으로 여염집 처마 밑 따뜻한 굴뚝에 기대어 새우잠을 잤다. 그래도 명줄은 길어 봄이 왔을 때, 소년은 얼이 반쯤 빠져 맹해진 상태로 천안 부근 산골 장터를 떠돌고 있었다. 아무나 잡고 헛소리로 오마니, 누이를 불러대는 실성기를 보였다.
“조씨, 내일은 멀리 나서지 말구 집 안에 죽치고 있어, 알았지? 현선생이 자네를 만나러 온다니깐 내가 같이 옴세. 현선생이 인터넷인가 그걸 하다 누이가 자네 찾는 걸 알았다네.”
“누이가 날 찾는다구? 거짓말이야.”
“조만간에 나와 종씨인 박사님이 똑같이 닮은 사람도 만들어낸대. 자네 누이가 벌써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현선생 말로는 자네 누이 비슷한 분이 전쟁 때 잃은 남동생을 찾고 있다더군.” 황이장이 손에 든 전짓불을 켜고 마당으로 나섰다. “나 그럼 내려감세.”
조씨가 배웅을 하러 한쪽 다리를 절며 축담에 내려섰다. 다리까지 왜 저냐고 이장이 묻자, 조씨가 괜찮다며 손사래 쳤다.
“아침저녁으론 날씨가 많이 차졌어. 감기 조심하구. 군불 안 땠다면 전기장판에 스위치 넣고 자라구. 늙을수록 몸을 따뜻이해야지.”
“바람이 세어 별도 가물가물하군.” 틈만 나면 넋 빠진 꼴로 별 보기를 좋아하는 조씨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 건너 아스라이 멀리 있는 별빛이 흐릿했다. “말이 잘 안 들리는데, 눈까지 가나봐.”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릴. 바람 잠잠한 한겨울밤이나 여름밤에 별이 밝지.”
황이장 목소리가 전짓불빛 따라 언덕 아래로 멀어졌다.
그날 밤, 조씨는 뒤허리 둔통으로 몸을 돌려 눕지 못하고 밤 내내 골골 앓았다. 추석을 앞둔 절기라 골짜기를 훑는 밤바람 소리가 하루 다르게 기를 세웠고 귀뚜리 울음소리가 애잔했다.
봉창이 뿌윰하게 트여오자 우리에 갇힌 염소들이 날이 밝았다며 수런댔으나 오늘따라 조씨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에 부쳤다. 웬만큼 살았어, 이만큼 살았으니 됐어, 하고 늘 외는 소리를 읊으며 조씨는 꿉꿉한 이불 속에서 얕은 숨을 쉬며 꾸물댔다. 햇살이 느릅나무와 개암나무 우듬지를 비출 때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원숭이처럼 앉은걸음으로 마루로 나오니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높이 떠 있을 뿐 날이 맑고 건들바람이 쌀쌀했다. 조씨는 마당으로 나와 대나무관을 거쳐 확에 넘치는 찬물로 낯짝을 닦았다.
조씨가 전기밥통에 남은 밥을 한술 던 뒤 비누치대기로 밀린 손빨래를 대충 마쳐놓았을 때야 분교 현선생과 황이장이 서리 앉은 갈잎을 밟고 언덕 위 외진 조씨 집으로 올라왔다. 안경잡이 젊은 선생이 등산모를 벗으며 조씨에게 인사를 차렸다. 현선생은 우선 영감님 사진부터 찍겠다며 조씨에게 허리 곧추 세워 정면을 바라보게 했다. 웬 사진까지, 하면서도 자기 모습을 찍어준다니 싫지 않은 듯 조씨는 시키는 대로 꼿꼿한 자세를 취했다. 뒤허리가 결려 조씨가 찡그리자, 현선생이 카메라에 눈을 가져대곤 신 김치, 김치 하며 웃으라고 말했다. 군살 없는 몸에 허옇게 센 짧은 머리칼, 턱이 긴 질그릇색 얼굴, 골 깊게 파인 주름살, 무릎 앞에 늘어뜨린 굳은살의 거친 손, 겅성드뭇한 허연 수염이 전형적인 농사꾼 촌로였다.
“그러고 보니 조씨 상판이 영판 염소를 닮았어.”
황이장이 껄껄대고 웃었다. 정말 조씨는 성질마저 염소를 닮아 한없이 순량한 사람인데 간혹 뻗대는 그 염소고집만은 마을 사람들이 말릴 수가 없었다. 현선생이 무릎 접어 디지털카메라로 조씨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당주골 길흉사를 추억으로 남겨주려 선생이 구입한 카메라였다. 현선생은 사진을 찍은 뒤 마루 끝에 앉아 조씨에게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영감님, 육이오전쟁 나기 전엔 어디서 사셨습니까?”
조씨가 가는귀먹었으니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황이장이 일렀다.
“어디 사시다 당주골로 들어왔냐구요!”
“저 산 너머 먼 데야. 거기가 평안도라 하데. 그래서 내 이름이 평안이 아니오.” 조씨가 자기 말이 재미있다는 듯 앞니 빠진 입 안을 보이며 흐물쩍 웃었다.
“실없는 사람하군” 하며 팔짱 끼고 선 황이장이 혀를 찼다.
조씨는 묽은 눈을 껌벅이며 마당귀에 선 한 그루 느릅나무와 두 그루 개암나무에 눈을 주었다. 가지를 떠날 서리 젖은 누른 잎이 아침햇살에 반짝였다. 조씨가 염소아저씨 조서방 따라 이 집으로 왔던 그해, 느릅나무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옆에 자식나무처럼 간짓대 굵기로 하늘하늘 서 있었다. 봄철에는 조서방 처가 느릅나무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조서방 딸은 일찍 출가해 도붓장수 따라 먼 갯가로 떠났고 아들은 중학교를 마치자 염소 두 마리를 끌고 몰래 집을 떠난 후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몇해 후 조서방이 죽고 뒤따라 그의 처도 세상을 떠났다. 조서방 내외 장례를 조씨와 당주골 사람들이 치렀다. 몇해 전인가, 조서방 아들이 당주골로 들어와 면소를 오가며 집터 팔겠다고 나서서 마을에 분답을 떨었다. 이 산골에서도 외진 언덕배기 그 땅이 몇푼 되겠으며, 살 임잔들 나서겠어? 다들 대처로 나가버려 당주골에 빈집도 흔한 걸 자네 눈으로 보잖는가. 그 땅과 헌집은 이제 조씨 몫이야. 조씨가 세상물정에 물러 새경도 안 받고 평생 조서방네 집안일을 거뒀잖은가. 범바위 아래 묻힌 자네 부모 묘에 벌초도 아들이랍시고 여태 조씨가 해오고 있는 줄 몰라? 부모 살아생전 코빼기도 안 비친 주제에 씨가 먹히는 소리를 해야지. 이장과 마을 늙은이들이 나서서 삿대질하며 따지자 조서방 아들이 머쓱하니 당주골을 떠난 후 여태 감감소식이었다. 그런 긴 세월이 흐를 동안 상수리나무는 마을 정자 기둥감으로 베어졌고 이제 느릅나무가 어미나무가 되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개암나무는 조씨가 이 집 정착한 그해 가을, 조서방이 데려온 자식 평안에게 지나가는 소리로, 죽은 네 엄마와 누이 보듯 하라며 심은 나무였다. 개암나무는 해마다 부쩍부쩍 키가 컸고 엄마와 누이가, 내 열매 먹고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