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

 

오, 사랑! 진부한 사랑!

영화 「너는 내 운명」

 

 

성은애 成銀愛

단국대 인문학부 교수, 영문학 easung@dku.edu

 

 

남녀간의 연애를 다룬 영화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사랑의 신비로운 힘에 대한 믿음으로 나아가거나, 반대로 그 믿음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게 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보아도 좋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란 사실 이기적인 욕망을 번지르르하게 감싼 포장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냉소적인 영화보다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 앞에 경배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랑의 주인공이 「너는 내 운명」(박진표 감독)의 우직한 농촌총각과 에이즈 걸린 티켓다방 아가씨든, 「오아시스」의 뇌성마비 장애인과 사회 부적응자이든, 「파이란」의 위장결혼 커플이든, 사랑은 힘이 세다. 각양각색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선물상자 같은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이리저리 펼쳐진 산만한 플롯을 하나로 모아주는 요소 역시 모든 것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에 대한 믿음이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그리고 이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 혹은 냉혹한 세상, 그 어려움에 눈물짓는 가련한 연인과, 그들에게 공감하여 덩달아 눈물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