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왜 미국 드라마 열풍인가

 

 

김봉석 金奉奭

영화 및 대중문화 평론가. 저서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일본문화의 힘』(공저) 『클릭 일본문화』(공저) 등이 있음. lotusid@naver.com

 

 

미국 드라마의 화려한 부활

 

요즘 미국 드라마(미드)가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공중파에서는 수사물 「CSI」 씨리즈,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역사물 「로마」, 쏘프오페라의 변종인 「위기의 주부들」 등이 방영되었고, 케이블에서는 「프리즌 브레이크」 「로스트」 「히어로즈」 「크리미널 마인드」 「24」 「쏘프라노스」 「웨스트 윙」 「쎅스앤더씨티」 「배틀스타 갤럭티카」 등 다양한 장르가 수십종씩 선을 보였다. DVD중에서 가장 판매가 잘되는 분야도 미국 드라마다. 그 열기는 인터넷에서 더욱 뜨겁다. 미국에서 방영되고 한시간만 지나면 인터넷에 그 드라마의 동영상과 자막이 뜬다. 인터넷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드라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블에서 방영된다.

과거에도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70, 80년대에는 「형사 콜롬보」 「6백만불의 사나이」 「쏘머즈」 「두 얼굴의 사나이」 「전격 Z작전」 등이 화제였다. 「수사반장」과 대하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멜로물 일색이던 한국 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한 세계를 미국 드라마가 대신 체험하게 도와줬다. 90년대 들어 한국 드라마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과 함께 미국 드라마의 인기는 식었고, 공중파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X파일」 정도가 마니아층을 거느리며 화제가 된 사례이다. 그러나 최근 2, 3년 사이 미국 드라마는 젊은층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스코필드는‘석호필’이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고, 스코필드를 연기한 웬트워스 밀러(W. Miller)는 한국에서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것은 단지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세계에서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것은, 미국 내에서도 한때 침체되었던 드라마가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면서부터다. 한국의 대중이 어느날 갑자기 미국 드라마에 열광하게 된 것이 아니라, 미국 드라마의 질이 높아지면서 함께 따라간 것이다.

우선 미국 드라마의 부활 과정을 살펴보자. 미국 드라마는 80년대 후반부터 한동안 침체했다. 그것은 할리우드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80년대 들어 영화산업의 불황을 타개한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S. Spielberg)와 조지 루카스(G. Lucas)가 주도한 블록버스터 혁명이었다. 스필버그와 루카스는 SF, 호러, 판타지 등 아이들이나 극성팬의 전유물로 여겨진 하위장르를 주류로 끌어올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 변화시켰다. 이런 장르들은 대체로 B급영화나 TV드라마의 몫이었지만 스필버그사단이 만들어낸 블록버스터를 본 관객들은 더이상 작고 답답한 TV화면의 드라마에 만족하지 않았다. 89년부터 시작된 「베이워치」가 멋진 해안을 배경으로 쎅시한 남녀를 잔뜩 보여주면서 세계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지만, 90년대 미국 드라마의 주도권은 씨트콤으로 넘어갔다. 「싸인펠드」 「프렌즈」 등의 씨트콤은 씨추에이션 코미디라는 말처럼, 소수의 주인공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벌이는 소동이나 다툼, 로맨스를 그린 소극(笑劇)이다. 인기를 얻은 배우가 계속 출연하고 재능있는 작가들이 흥미로운 상황을 연이어 고안해내기만 하면, 씨트콤은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는 아이템이다. 출연료를 제외하면 제작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또한 「써바이버」 「아메리칸 아이돌」 등 드라마보다도 선정적이고 생생하며 더욱 극적이기까지 한 리얼리티쇼가 선풍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드라마는 잊혀진 듯했다. 94년에 시작된 「X파일」이 초반에 고전하다가 차츰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정도에 그쳤다.

미국 드라마의 혁명은 변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케이블채널 HBO는 98년과 99년에 각각 「쎅스앤더씨티」와 「쏘프라노스」를 방영한다. 「쎅스앤더씨티」는 뉴욕을 배경으로 칼럼니스트인 캐리와 친구들이 겪는‘쎅스’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공중파에서 보여주기 힘든 소재를 정면에서 다루는 것에 더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에피쏘드, 첨단 유행의 도시인 맨해튼의 패션과 트렌드를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일종의 씨트콤이라고 할 수 있지만, 훨씬 폭이 넓고 화려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드라마이다. 「쏘프라노스」는 음악영화가 아니라‘쏘프라노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탈리안 갱 두목의 이야기다. 「쏘프라노스」는 비정하고 야비한 갱단의 세계를 그리는 갱스터영화의 전통을 잇고 있으면서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갱의 일상, 이를테면 자식 때문에 고민하고 부부관계 때문에 고통받는 주인공이 결국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갱스터 장르의 전형을 뛰어넘는 탁월한 성취를 거두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쎅스앤더씨티」와 「쏘프라노스」가 그동